컨츄리 뮤직의 심장인 테네시주의 주도 내슈빌에 딸들과 모였다. 볼 것이 많은 도시였다. 우리는 주정부 청사 관광을 시작으로 컴벌랜드강을 끼고 개발된 다운타운을 골고루 보았다. 음악도시의 풍취가 홍건했고 라이브뮤직 바들로 빼곡한 브로드웨이 거리는 관광객들로 흥청였다. 고대 그리스 유적지를 그대로 재현한 웅장한 파르테논 신전과 그 안에 상주한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의 거대한 동상은 내슈빌을 보호하고 있었다. 도시에 그리스풍의 건축물이 많아 ‘남부의 아테네’라는 애칭에 수긍이 갔다.

 

가는곳마다 우리는 컨츄리 뮤직을 들었다. 부드럽고 멜랑콜리한 멜로디는 착착 감겼다. 특히 ABC 드라마 ‘내슈빌’의 흔적을 찾아서 간 ‘블루버드 카페’는 특별했다. 주택가 쇼핑건물에 세탁소와 옷가게 사이에 빛바랜 푸른 간판을 가진 카페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고 허름했다. 예약을 받지않고 선착순으로 90명만 입장할수 있기에 오후 6시 공연을 보려고 4시쯤 갔는데 벌써 30여명이 줄 서 있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며 기다리는 동안 기타를 든 지망생과 관광객들이 속속 도착해서 줄은 길게 늘어났다.

 

1982년에 문을 연 블루버드 카페는 가수겸 작곡가 지망생들의 등용문이다. 지금은 유명해진 ‘가스 브룩스’와 ‘테일러 스위프트’가 무명시절 이 카페에서 노래했다. 가수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서고 싶은 무대이고 월요일은 오픈 마이크라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기다리는 동안 카페 종업원이 바스켓에 지망생들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걷어갔고 카페 운영자가 순서가 되면 빠르게 무대에 오를것과 개인 소개는 최소한, 노래는 창작곡 이어야한다는 조건을 발표했다. 카페에 들어서니 작은 실내는 어둑했다. 우리는 무대 가까운 테이블에 비집고 앉았다. 리코딩 회사 사람도 뒷자리에 앉았다.

 

운영자가 무대에 올라 30명 지원자들의 이름을 불러 순서를 발표했다. 여러 주와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에서 온 다양한 나이의 남녀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기타를 치며 강력한 정서를 담은 노래를 부른 그들의 열기로 좁은 실내가 후끈거렸다. 한차례 순서가 끝나자 운영자가 그들 중에서 무작정으로 9명의 이름을 불러서 한번 더 노래할 기회를 주었다. 음악인들의 열정은 마술이었다. 3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딸들은 폭발적인 음성으로 사랑을 노래한 LA에서 온 젊은 남자를 좋아했고 나는 삶의 무게를 진득하게 담아 부른 중년여자의 노래가 좋았다. 그녀는 요절한 가수 카렌 카펜터를 상기시켰다. 숙소로 돌아오며 딸들과 훗날 누가 유명한 가수가 될지 추측하니 재미있었다.

 

깍지 않은 원석을 본 다음날은 다듬어진 옥석을 보러갔다. 컨츄리 뮤직 팬들이 성지로 여기는 ‘그랜드 올 오프리’ 하우스는 도시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에 있었다. 1925년부터 내슈빌을 뮤직 도시로 만든 생방송 라디오 쇼의 공연장은 4천명을 수용할수 있는 거대한 건물이었다. 입구에 장식된 대형 기타들과 공연장 주변을 화사하게 장식한 컬러풀한 봄꽃들이 맞아 주었다. 편안한 차림의 관객들에 청바지를 입은 우리도 섞여 입장했다. 개별 좌석이 아니라 교회 의자같은 긴 의자에 앉아 양쪽에 딸들의 체온을 느끼니 기분이 좋았다.

 

칸츄리 음악계의 거장인 빌 앤더슨이 77세의 나이지만 풍부한 성량으로 흥겹게 노래하다가 농담을 끼워서 모두를 웃음판으로 만들었다. 이어서 내로라하는 그룹과 스타들이 한판 음악잔치를 벌리며 관중을 열광시켰다. 잘 생긴 배우겸 가수인 브래드 페이즐리가 달콤한 노래를 부른 후에 1964년 그랜드 올 오프리 무대에 조니 캐시 다음으로 공연해서 기립 박수를 받은 일본인 토미 후지야마를 거창하게 소개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오프리 무대에 서고 싶던 소원을 반세기 만에 이루었다. 웨스턴 복장에 기타를 들고 나온 작은 체구의 76세 일본 할머니는 ‘테네시 왈츠’를 멋지게 부르곤 눈물을 흘렸다. 칸츄리 뮤직의 거성 패티 페이지의 노래를 부른 그녀는 그 순간 수 천의 관객을 매료시킨 컨츄리 뮤직의 거성이었다.

 

내슈빌에서의 마지막날, 어릴적 네델란드의 큐켄호프에서 본 튜립정원을 기억한 딸들을 위해 근교에 있는 치크우드 식물원을 찾았다. 튤립시즌이 막 끝나서 아쉬웠지만 넓은 정원과 조각물이 있던 오솔길을 걸으면서 서로 마음을 열었다. 새소리와 함께 사람살이를 감미롭게 풀어내어 기쁨을 주는 컨츄리 뮤직의 멜로디가 끼여들었다. 내슈빌은 참으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