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시는 선배의 e메일을 읽다가 “남북통일이 머지않은 시기에…” 라는 구절에 움칫했다. 빛과 어둠같은 남한과 북한의 현실이 머리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해방후 분단되어 이념과 체제가 다른 사회로 2 세대의 세월을 보냈으니 사회전반에 걸친 남한과 북한의 갭은 엄청나다. 독일은 분단되어 있었어도 서로 교류했다. 동족끼리 전쟁까지 겪은 남북한의 사정은 전혀 달라서 통일에 따라올 파장 또한 예측하기 힘든다.

 

내가 사는 남부도 남북전쟁을 치루었다. 1861년부터 1865년, 4년에 걸친 내전 후, 남부가 재건한 과정을 궁금해 하던차에 지난달 앨라배마 역사관에서 제이슨 배틀스의 강연을 듣고 알게 되었다. 전쟁이 끝날즈음 연방의회는 노예에서 해방되는 흑인들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서 링컨대통령의 승인을 받고 ‘프리더먼 부서 (Freedmen’s Bureau)’를 설립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질서가 무너진 남부에서 자유를 찾은 흑인들을 도우려는 의도였다. 일년이면 흑인들을 사회인으로 적응시킬수 있으리라 보았고 주로 전쟁영웅인 북군 장군들을 각 주마다 형성된 이 단체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들은 버려진 땅 곳곳에 폭도들이 날뛰고 살해된 농장주도 많았던 과도기에 점령지역의 치안과 행정을 맡고 경제를 부활시키면서 흑인들을 돕는데 전념했다.

 

앨라배마에서 자유를 찾은 노예의 숫자는 45만명이 넘었다. 대부분 문맹자고 법과 질서에 문외한이었다. 프리더먼 부서는 정치의 공백과 사회가 몰락한 처참한 폐허에서 당장 난민들의 의식주 해결이 시급했다. 그리고 흑인 이산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백인 의료인들이 흑인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의료혜택까지 담당했다. 예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노예들의 결혼을 합법화 시키고 버림받거나 이혼당한 여자들을 돌봤다. 동시에 흑인들이 옛 농장주들과 공정한 고용계약을 성립하도록 돕고 대장장이나 목수 등 기술자들은 능력에 따라 임금 책정이 다르도록 중재했다. 무엇보다 프리더먼 부서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은 교육이다. 주로 북부에서 파견된 선교사들과 봉사자들이 나서서 난민 수용소나 흑인 밀집 지역에 학교를 세우고 교육에 헌신해서 1870년에는 남부 전역에 흑인학교가 1,000이 넘었다. 그당시에 설립된 흑인대학들은 오늘날까지 흑인들의 고등교육에 막대한 역활을 한다.

 

1865년 대통령이 임명한 루이스 파슨스 앨라배마 주지사는 사회의 안정을 찾기위해 옛 법조인들을 재임명했다. 새 입법의원들도 옛 정치인들이라 그들의 보수적인 성향은 여전해서 1866년 흑인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흑인규제 (Black Code)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실패한 이 법안은 흑인들의 움직임과 근로조건을 제한하고 인권을 박탈해서 거의 노예상황 같은 환경으로 되돌렸다. 그렇게 법적 이슈들은 환경에 따라 자주 바뀌었지만 프리더먼 부서원들은 식량공급과 고용과 교육을 위한 광범위한 활약을 계속했다. 그리고 프리드먼 부서의 법정에서 흑인들이 증언하자 많은 백인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어서 비밀조직인 큐 클럭스 클랜 (Ku Klux Klan) 같은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프리더먼 부서의 자금 제공을 연장하는 법안을 연방의회에서 통과시켰지만 링컨대통령 후임자인 남부출신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거부했다. 그는 이 단체가 남부 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흑인들에게 독립심보다 의지심을 키운다며 반대했다. 직원 감소와 재정결핍의 난관에 보태서 극성스런 KKK의 난폭한 활동탓에 프리드먼 부서는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잃어갔다. 마침내 1872년 연방의회는 내전후 자유를 찾은 흑인들에게 안정된 삶을 살도록 공헌한 프리더먼 부서를 폐쇄시켰다. 자유는 찾았지만 평등권이나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했던 흑인들은 그후로 권리를 쟁취하는데 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 만약 링컨대통령이 암살되지 않았다면 사정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남부인들의 의식 깊숙히 잔재해 있는 분개함이 최근에 일어나는 남부연방기에 대한 찬반의견에 나타난다. 내전이 끝난 지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밀치고 올라오는 감정의 찌꺼기다. 그리고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주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노골화되는 사태에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Black Life Matters” 를 외치는 흑인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다. 긴 세월이 변화시킨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면 가난한 북한인들은 패전한 남부인들처럼 감정적인 원한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국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며 “이 겨레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꿈꿨다. 프리더먼 부서처럼 현명하게 대처할 부서가 미리 준비되어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