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남부에 사는 내 일상에 모국은 함께 있다. 새해초부터 한반도에서 많은 뉴스가 날라온다. 특히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은 세상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위협은 늘 가까이 있음을 상기시켜준 사건은 남보다 못한 동족이 저질렀다. 미워하기 힘들고 묵살하지 못할 중대사다. 북한의 무모함은 생존을 위해 버둥이는 안타까움이다. 요즈음 서로 대남 대북 확성기 방송에 열 올리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선전지 뿌리느라 비무장지대를 무장지대로 바꾼다는 BBC뉴스는 분단된 민족의 한을 담고있다. 이렇게 티격태격 지나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사라지면 핏빛이 옅어질까 두렵다.

 

지난 화요일, 찰스 클리블랜드 중장이 앨라배마 국제정세협회 (Alabama World Affairs Council) 회원들에게 한국전에 참여한 체험담을 들려줬다. 나이 90을 바라보는 그는 불안한 걸음으로 연단에 올랐지만 곧 어깨를 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조종사 훈련을 받은 20대의 청년으로 한국전에 참여한 패기였다. 더불어 그의 기억력도 세월을 잊었다. 그는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의 한반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정세를 언급하며 한국전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유엔이 개입된 상황과 전세의 변화에 이어서 그의 스토리를 보탰다.

 

한국전에서 공군은 육군이 주도하는 지상전의 보조역활을 했지만 그는 적기를 5대 격추시킨 용맹스런 조종사다. 명예의 ‘에이스’ 명칭을 갖고있다. 1952년 한국을 떠나며 그는 “한국은 쉽게 회생할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헐벗고 초토화된 폐허에 재건의 가망성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을 뒤집고 한국은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으로 장족의 발전을 해서 그를 놀라게 했다. 65번 고속도로를 지날적마다 현대자동차 공장을 보면 그는 감회에 젖고 또 자랑스러워 한다. 

 

요즈음 넷플릭스로 틈틈이 M*A*S*H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 드라마를 본다. 한국전을 배경으로 만든 TV드라마로 1972년부터 1983년까지 장기간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에 나는 대단한 애착심을 가졌었다. 어쩌면 내가 군복을 입었고 또 한국출신이어서 더 끌렸다. 전방 가까이 의정부에 임시로 설치된 육군야전병원이 무대다. 한국전 당시 직접 야전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들이 많은 스토리를 제공했다. 부상군인들과 응급대처하는 의료진, 스탭 모두가 나름의 전쟁을 치른다. 더러는 가볍고 더러는 무거운 삶과 죽음의 주제들을 재치있게 처리했다. 맡은 역활을 능청스럽게 열연하는 배우들은 느슨하지만 군대 사회의 형제애를 돈독하게 나눈다. 

 

처음에는 빠른 대화를 이해못했고 극중 인물들의 농담에 함께 웃지 못했지만 영어를 깨치면서 뛰어난 유머에 매료당했다. 간혹 동양배우들이 드라마에 한인으로 나와서 서툰 한국어로 버벅여도 한국 실정을 묘사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어린 고아들이 “마마상 마마상” 하는 장면은 한심했다. 1972년의 한국은 미국의 영화계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웃음거리가 되는 실정에 슬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했다. 드라마의 배경인 한국전쟁 당시 사회 많은 부분에 일제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을 그리워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들이 지역 한인들을 대하는 자세에는 잔잔한 인류애가 물씬하다.

 

2016년 새해에 다시 보는 이 드라마는 여전히 나를 웃기고 울린다. 그리고 새삼 한국전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헌신에 깊이 감사하게 한다. 3년에 걸친 전투에서 미군 사망자는 3만 6천이 넘고 부상자도 10만 3천이 넘는다. 휴전된 지 66년이 지났지만 아직 행방불명인 군인들이 7,833명이다. 그들의 가족들도 남북 이산가족처럼 오랜 세월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전은 유엔이 창설된 후 최초로 다국적 군인들이 유엔군으로 출전했다. 휴전 후 결과가 승리였는지 패배인지 또는 무승부였는지에 대한 분분한 설이 있었다. 클리블랜드장군은 분명 “승리했다” 고 단언하고 강연을 마쳤다. 남쪽이 승리했다면, 그럼 북쪽은? 내 속에 떠오른 질문이다. 수소폭탄의 엄청난 파괴력이 내 머리속에 움츠리고 있다.

 

연초에 지인이 노래 하나를 알려줬다. 스웨덴 복음가수인 사이먼 아달 (Simon Adahl)이 작사작곡하고 아달 형제가 부른 노래는 “한국을 위해 기도합니다 (I’m gonna pray for Korea)” 다. 하느님께 한국을 통일시켜주십사 기도하는 노래는 분단의 아픔을 글로벌 시민들이 함께 느끼고 있음이다. 아달의 노래는 한인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모국의 통일을 위한 기도를하며 이 노래를 전야곡으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