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한국전쟁의 성자’ 카폰 신부 동상, 고향 땅에 선다
장현민 기자입력 2024.04.09
‘하느님의 종’ 에밀 카폰 신부
미국 캔자스 위치토에 위치한 ‘하느님의 종’ 에밀 카폰 신부의 무덤. 카폰 신부의 유해는 지난 2021년 선종 70년 만에 하와이 국립묘지 신원미상 참전용사 유해 가운데에서 발견돼 수습 과정을 거쳐 같은 해 10월 고향 미국 캔자스에 안장됐다. OSV
‘한국전쟁의 성자’ 에밀 카폰(1916~1951) 신부의 동상이 그의 고향인 미국 캔자스에 세워진다.
미국 가톨릭계 언론 CRUX를 비롯한 외신은 3월 28일 “로랄 켈리 미 캔자스 주지사가 22일 카폰 신부의 동상을 주 의회 건물 앞에 건립할 것을 결의한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주 의회 건물 앞에는 에이브러햄 링컨·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물론 미국의 첫 여성 파일럿인 아밀리아 에어하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위인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이 완성되면 에밀 카폰 신부는 이들과 나란히 자리하게 된다.
켈리 주지사는 법안 서명 후 성명을 내고 “에밀 카폰 신부는 전쟁 속에서도 종교를 뛰어 넘은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봉사를 실천하신 분”이라며 “동상 건립 추진을 통해 에밀 카폰 신부가 보여준 봉사와 사랑, 희생 정신을 기릴 수 있게 돼 무척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캔자스주 의회는 상·하원 모두 해당 법안에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최초로 발의한 체이스 블라시 캔자스주 의회 상원의원은 “동상 건립을 통해 그가 보여준 용기와 봉사 정신을 기릴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전했다.
카폰 신부의 출신 교구인 미국 위치토교구 교구장 칼 킴 주교도 성명에서 “하느님의 종 에밀 카폰 신부의 동상 건립은 그의 업적을 기리는 일임은 물론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가 소중한지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16년 태어난 카폰 신부는 1940년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군종 사제로 파견됐고, 같은 해 11월 중공군에게 포위돼 포로로 잡힐 것을 각오하면서도 부상자들을 돌봤다. 이후 카폰 신부는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 갇혀서도 동료를 돌보며 선행을 이어가다 열악한 환경 속에 1951년 5월 선종했다. 교황청 시성성(현 시성부)은 1993년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했으며, 미국 교회는 그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카폰 신부의 공적을 기려 2013년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우리 정부도 2021년 대한민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유대인과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킨 한국전쟁 히어로, 카펀(Kapaun) 신부님
1940년 6월 9일 사제 서품 후, 카펀 신부는 자신의 고향인 교구 성당(St. John Nepomucene in Pilsen)에서 사목하였고, 그 후 1944년에 미군 군종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말에는 인도와 버마에서 군종 사제로 일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워싱턴 DC의 가톨릭 대학으로 발령되어 수학하였고, 그 후 다시 위치타 교구로 돌아와 본당 사제직을 맡았습니다. 2년 후, 그는 군종 사제가 되기를 원했으며, 주교(Mark K. Carrol)의 승인을 받고, 1949년에 일본으로 발령되었습니다.
1950년 6월,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자, 카펀 신부와 제1 기병 부대가 한국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때, 카펀 신부는 전장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병사들을 도운 것으로 잘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1월, 25만 명의 중공군이 전쟁에 참전하여 북쪽에서 쳐들어 왔을 때, 그의 부대는 그들의 첫 공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운산 전투에서 그는 30명가량의 부상병들을 구출하였고, 셀 수 없이 많은 병사들을 도왔습니다. 그는 나머지 부대원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를 거부하고 부상병들과 함께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1950년 11월 2일 전쟁 포로가 되어, 5번 수용소까지 60마일이 넘는 거리를 행군해야 했습니다. 강행군 도중에 그는 처형 직전의 병사를 구해냈고 부상병들을 독려하여 혼자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을 돕게 했습니다.
카펀 신부의 포로 수용소 감금 7개월 동안, 그는 인종, 피부색, 종교를 넘어서 함께 수용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온전히 봉사했습니다. 그와 함께 수용소에 갇혀있던 각기 다른 종교의 사람들 모두는 현재 그곳에서 보여준 그의 용기와 영웅적 행동에 대해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보잘것없이 적은 배급 식량을 나누고, 간수들에게서 음식과 약품들을 몰래 가져다가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영적 위안을 주고, 아픈 병사들을 보살피며, 수용소 부상병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폐렴과 다리의 혈전으로 그의 움직임이 어려워지자, 간수들은 그를 "병원"으로 이송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곳은 사실 "죽음의 집"이었습니다. 병원으로 보내진 사람들에게는 식량과 의약품이 끊겨 결국 죽게 되는 것입니다. 죽음의 집으로 옮겨지면서, 카펀 신부는 박해자들을 축복하고 주님께 그들의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1951년 5월 23일, 그는 홀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모범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계속 싸울 수 있는 용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카펀 신부의 실제적 정신적 도움 때문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약 2년 6개월 후 풀려난 병사들은 그들의 사랑하는 "파드레"가 그들에게 해준 일들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카펀 신부의 사망 후에 전쟁 포로로 잡힌 유대인 해병 조종사 제랄드(Gerald Fink) 소령은 동료 포로들에게 카펀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매우 감동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를 기리기 위해 카펀 신부의 모습으로 십자고상을 조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 동안 땔감에서 나무를 고르고 오래된 막사의 강철 지붕 조각으로 도구를 만든 후, 수개월 동안 조각에 열중했습니다. 전쟁 포로 수감자들은 그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관 쓰신 그리스도" 십자고상을 막사에 걸어두고 매일 밤 그 앞에서 기도드렸습니다. 그리고 포로 석방이 이루어지자, 그들은 그 십자고상을 안전한 곳으로 모셨습니다.
한 중국인 군인이 밀러씨에게 총부리를 들이댔을 때, 카펀 신부님이 그를 막아섰습니다. 신부님은 병사의 총을 잡아 내리고 밀러씨를 데리고 떠났습니다. 놀란 그 군인은 총을 쏘지 않았습니다. 카펀 신부님은 이렇게 기적적으로 밀러씨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