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생활'
오전 11시10분이 되자 문이 열렸다. 벌써 수년째 이 시간이 되면 남편은 내 신진대사처리를 해주려 회사에서 집으로 온다. 오늘따라 더 피곤하게 보이는 것은 어제 내 목욕을 해준다고 수고했기 때문이다.
양복바지는 아내가 없는지 주름이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30분이 지나자 회사로 돌아가기 위하여 집문을 나섰다. 차옆의 포도덩쿨속에서 참새떼가 후루룩 나왔다. 정오의 햇살이 남편의 하얀 먼지가 앉은 양복위로 떨어졌다.
"오늘 저녁반찬은 무얼 해먹지" 저녁이 되어 돌아온 남편이 피로에 지쳐 있으나 저녁반찬이 걱정이다. "케빈이 샤워해라' 고 하더니 소파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밤 11시가 되면 다시 일어나 나의 신진대사 처리를 해주어야 하는 남편의 단잠은 아침까지 이어질수 없기에 자다가 깨면 더 힘들다고 자지 않겠다더니 녹아 떨어져 버렸다.남편의 얼굴위로 여름바람이 머물고 있다.
11년 전 그때도 여름이었다.
핼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무사 합니다’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병원 이머 전시에 도착하자 누군가 나의 다리를 만지며 감각이 있냐고 물으며 입고 있던 옷을 가위로 잘랐다. 추위가 몰려왔다.
어느 기다란 통로로 들어가는 것 같았으나 곧 바로 의식을 잃었다. 7월의 병원이다. 의식이 간헐적으로 돌아 왔다. 어느 기구에 몸이 회전하고 있는 듯했고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의식을 차렸으나 도대체 무엇이 무엇인지 알수 가 없었다.
며칠후 목 수술을 하고 그 후 가슴 근육의 마비로 호흡의 장애가 왔다. 폐렴이었다. 스스로 호흡 할 수 없게 되자 트랙 (인공호흡)을 하게 되었다. 하루에 두 번씩 엑스레이를 찍으며 상태를 관찰했다.
고개를 돌릴 수 없고, 손을 사용할 수 없으며, 말을 할 수 없고, 이상한 형태의 통증과 지나친 약의 투여로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내 몸에 연결된 기계음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려왔다. 세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이겨 내리라 마음먹었다.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왜 이곳에 와 있는 걸까? 산지 1년밖에 안된 차가 왜 갑자기 도로에서 고장을 일으켰을까?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받아드리기 몹시 힘들었다. 누군가 여행이 외롭다고 했나? 고독과 외로움은 병실에 있다.천장에 파리 한마리가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유리창을 보니 하늘에 구름이 떠 있다. “살아있구나” 며칠이 지나자 공급하던 산소를 중단하고 자가 호흡을 시도 하였다. 5분 이상을 혼자서 숨을 못 쉬었다.
오늘은 10분, 이렇게 하여 며칠사이에 3시간을 혼자 숨 쉬었다. 마치 도마 위에 올라온 팔탁 거리는 생선 같았다. 5분만 혼자 숨 쉬어도 피로감으로 녹초가 되었다. 의사진 들이 회복이 늦다고 걱정을 했다.
U Mass 병원에서 20일을 지내고 Reheb 옮겼다. 몸무게는 86 pound였다.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말을 못하고 호흡도 여전히 산소에 의지하고 잠은 여전히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몸 한번 뒤척이지 못하고 밤새 천장만 보고 있으려니 무척 힘들었다.약도 먹어 보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몇 날이 지나 스스로 호흡할 수 있게 되자 목의 구멍을 막고 위로 들어가던 호수도 뺏다.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먹게 되었다. 평소에 느끼지 못한 숨쉰다는 것, 먹는다는 것, 말 할 수 있다는 것,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감사한 일인지 몰랐다.
다친 곳이 손가락을 다루는 신경이어서 그런지 약간의 팔을 움직일수 있었고 손가락 힘은 포도한 알 들을 정도였다. 책장을 넘길 수 없었으며 식사도 스스로 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는 전신마비가 되어 있었다.
혈압이 30밖에 되질 않아 하루에 5번씩 정신을 잃었다. Sprind Cord Injure 는 혈압을 다루는 신경이 손상 되었으므로 저혈압은 당연했지만 나는 정도가 무척 심했다.
누워있다가 고개만 들어도 어지러움이 몰려와 토를 하였다. 상반신을 완전히 일으킬 떄 까지는 1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정신을 잃을 땐 차라리 지옥이었다.
혈압이 몹시 내려가 혈압 강압제를 주었지만 먹는 척하고 몰래몰래 뱃어버렸다. 비록 어지러움으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지만 이제 약은 정말 싫었다. 생명이란 이런 가닥의 연결일까? 마치 섬유질 같은 생명선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느낌이었다. 다시 의식을 찾을 땐 극심한 피로로 찾아왔다.
휄체어에 앉아 있는 느낌은 마치 종이인형을 구겨서 억지로 앉힌 거 같았다. 몸은 트럭에 깔려 있는 것 같았고 다리는 불이 붙은 것처럼 확 근 거렸다.피부는 감각을 느끼지 못했지만 몸안에서는 이상한 반응들이 왕래하였다.이것은 신경의 교신이라고 설명했다. 하루에 20-30분 앉아 있기가 힘들었지만 나는 하루에 8시간을 앉아 있었다.
눈 한번 뜨기와 숨 한번 쉬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가끔 accident를 하는데 그 수치감이란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문병 온 딸아이를 안아보지만 느낌이 없어서 얼굴 피부로 아이의 느낌을 느꼈다.
남편은 목의 C5를 다쳐서 걸을 확률이 2% 라고 말하며 3달만 있으면 걸을 거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가 없었다. 병원에서 운동을 시작 했다. 운동은 주로 수동식 휄체어 굴리기인 거북이 달리기를 했다.
팔 힘이 없어 100미터를 나가는 것이 아주 곤혹스러웠다. 그 밖에 수영, 머리 빗기, 글씨쓰기, 팔운동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일들조차 남을 의지 하여야 한다는 사실은 나의 자존심을 아주 구겨 놓았다.
친구들도 생겼다. 친구들은 대부분 연로한 할아버지로 나보다 더 많이 다친, 대부분 월남전쟁 피해자들이었다. 군인들이 지내는 이 병원에서 나는 유일한 여자였다. 그래서 인지 많은 위로를 해주고 나의 병실에 자주 놀러왔다. 그리고 한국인 간호원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옆방의 K씨는 월남 전쟁의 피해자 였다. 그의 휄체어 속력은 무척 빨라서 병원 식구들은 멀리서 부터 그의 출현을 알았다. 그는 정부에서 매달 $5000 이 나오는 돈을 주체 못해 로토만 사고 늘 술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방에는 여인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항상 내방에 찾아와준 사장이었다는 Mr.S씨는 한국을 잘 안다고 했다. 자신을 돌보던 부인이 먼저 갔고 평생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했고 말을 못했다. 친했던 그는 내가 병원을 떠나오던 날 돌보는 사람도 없이 고독히 죽어갔다.
또 젊은 여자가 병원에 온다던 소식을 듣고 복도에 마중 나왔다던 M은 어깨조자 움직이지 못하는 22살의 젊은 해군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괴로움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생활은 힘들지만 즐겁게 지냈다.
그래서 나의 별명은 sunflower였다. 방문객들이 가져오는 과일과 음식은 병원의료진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의료진은 5명이 한팀이 되어 나의 회복상황을 지켜보며 회의도 하고 격려도 주었다. 무척 친하게 지냈다.
가끔 같은 경험을 가진 외부에 사는 친구들이 찾아와 절대로 울지 말고 극복하라고 당부하며 우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깔끔하게 나의 고통을 잘라버렸다.
MIT에서 몇 달 전 학위를 받아 앞날이 밝았던 중국아저씨는 디프레스가 심해서 힘들었다며 지금은 혼자서 샤워도 하고 돈도 번다고 자랑을 하였다.
머린은 22년전 여고시절 체육시간에 다쳤다며 배우 크린트이스우드와 찍은 당시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듣고 병문안을 왔다.
여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