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아빠'

아이들이 엄마를 위하여 도와야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 것은 아빠의 생활태도 였을거라고 짐작된다. 아이들이란 부모의 생활을 그대로 영향받기 마련이다. 불평없이 자신의 과제를 묵묵히 받아들여 엄마, 간호원, 아빠 역활을 해온 남편의 생활은 그대로 산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힘은 들지언정 불평 하지않는 아빠의 모습속에서 불평이란 무엇인지 몰랐을지 모른다. 아이들이 보고 배운 것은 아빠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엄마를 돕는 일로 연결되었다.

외부에서 보는 우리집은 엉킨 실뭉치도 굴러가는 것 처럼  안타까웠다. 집안의 먼지와  기름 낀 부엌과 음식이 흐르는 냉장고속이었지만 더럽다고 말할 상황이 못되었다. 욕실은 곰팡이가 피기도 했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 신을 양말을 미처 세탁하지 못했어도 불평없이 받아드려야 했고 자신이 꼭 필요한 것은 스스로 챙겨야 했으며  쓰던 물건도 항상 제자리에 같다 놓아야 했다. 감기가 걸려 열이 나도 알아서 약을 찾아 먹어야 했다.  친구들 초대를 동반한 집에서의 생일파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행 역시 엄마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종이접시를 사용했고 남편은 지플러백을 너무 좋아했다.

지금은 폴라로이드 회사가 완전히 없어져서 남편이 안타깝게 집에 있는 형편이 되었지만 당시 남편은 한국의 S로 부터 커다란 자리를 제공 받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남편의 전공과 인연되어 아주 좋은 대우를 제공 받았었다.

그러나 남편은 가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명예와 재력이 보장된 곳이어서 나는 가도록 무척 설득했으나 가지 않았다. 무척 고민 했었을 것이다. 그곳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은 누군가 아이들을 열심히 보살펴 주더라도  엄마상항이 이러한데 아빠마저 부재 라면 아이들이 정신공황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것 같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른다. 아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른다. 결국 아이들은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배우며 성장했다.

글쓰고 있는 동안 딸 아이가 곁에 왔다. 내가 "아빠 힘들었겠지" 라고 말을 건네니

"아빤 habit 같아" 라고 답한다.

"habit?" 한참을 생각했다.

습관이란 몸에 배여 자연스럽다는 뜻일텐데 무슨 말일까? 

가족을 위하여  아빠가 밥을 하고 신진대사 처리도 못하는 엄마를 10년동안 케어하고  회사를 다니며 자신들의 라이드등 온갖 것을 다하는 아빠모습을 habit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듯이 세월이 흐르면 식상해지지 않을까? 그러나 딸 아이 마음에 이렇게 보였다면  아빠의 결정은 옳았을지 모른다.

이 다음에 아이들이 커서 가정을 이루고 살때 아이들은 아빠모습이 많이 생각나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을 잘 기르는 것은 내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었다. 바로 여기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