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속에서 희망속으로'

 

뮈니뮈니 해도 정신적인 고통을 이길 수가 없었다. 나는 걷지 못한다는 생각,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 집안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생각은 아주 커다란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괴로워하자 가족들의 고마움도 다가오지 않았다. 세상은 분노였다.

 

어느 날 뜰에서 햇빛을 쬐다 졸며 꿈을 꾸었다. 내가 누구에게  쫏기며 달리는 버스를 올라 타려 하였다.

 

그러나 달리는 버스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자 버스속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어 내손을 잡아 끌더니  뒷좌석으로 가서 머리를 내리고 숨으라고 했다. 꿈 이었지만 너무도 긴박한 순간 이었다.

 

그러던 몇일 후 우연히 알고 지내는 분이 문병을 오셔서 과일과 책한권을 선물하였다. 이 책은  2000년까지 13개 언어로 번역 되어400만권이 팔린 베스트 셀러로 허버트밴슨의 이완반응(The Relaxation Response)이라는 명상에 관한 책이었다. 밴슨은 주로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데 목적이었지만 나는 정신을 치료하는게 목적이었다.

 

명상은 한 곳에 집중 하는 일이었다. 촛점 언어를 생각했고 이 음이 주는 진동음을 몸의 수억의 세포에 전달했다. 마치 호수에 돌을 던지면 원을 그리며 저 넘어까지 가는 것 처럼 , 나의 소리는 나의 손상된 신경까지 전달되었다.

 

어두운 우주 속에 잠자고 있는 다이네소스의 숨소리를 깨웠고 억만년 전의 태고에 불을 지폈다.

 

집중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중하면 할수록 마치 물속에 들어가면 일어나는 때처럼 잡생각이 치성을 하였다. 생각은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들며 어렸을 적 생각부터 현재의 생활까지 그중 좋았던 기억은 더 머물러 싶어하고 싫은 기억에는 분노를 하며 생각에 생각을 낳아 깊은 혼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흐르자 알 수 없고 상상 할 수도 없는 생각들이 초 단위로 들어갔다 나갔다 하였다. 이 생각속에서 잠기는 듯 하면 저 생각이 어느새 들어와 있으면서 행동은 이 생각을 하려는 비례되지 않은 현상도 있었다.그러나  쉬지하지 않고 노력하였다. 여름에는 나무 밑에서 겨울에는 거미줄 쳐진 보일러실에서 열심히 하루에 4시간 이상 명상을 했다.

 

가족들은 처음에 무엇을 하는가 궁금해 하더니 명상하면 엄마가 조용하다고 오히려 밀어주기 까지 하였다. 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고 책도 멀리 했다.

 

좋아하던 음악도 명상시에는 집중을 방해하는 방해꾼으로 변했다. 좋아하는 것 일수록 자주 나타나 집중을 방해 하니 좋은 것들이 자연이 멀어지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멀리 하게되자 갖고 싶은 것들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욕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생각이란 참 이상했다. 커피란 내가 먹고 싶으면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나는 것 처럼 괴로움 역시 괴로운 현상을 느끼면 슬그머니 나타났다 생각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괴롭다는 생각을 하면 괴로워지는 '괴로움이란' 실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즉 내가 ‘괴로운 것’은 괴롭다는 생각을 하면 나타나고 내가 괴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촛점언어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 언어에만 몰입하므로  괴롭다는 생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괴롭지 않았다. 참으로 아이들도 알 수 있는 쉽고 묘한 이치였다. 괴롭다는 생각만 없으면 괴롭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조건에 의하여 나타난다는 것을 마음깊이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괴로움의 비밀이 풀린 듯 느껴지자 나의 삶은 죽 늘어났다.

 

말 할 수 없는 희열이 올라왔다. 시간을 늘려 하루에 5시간 이상씩 명상에 몰입 했다. 어두움이 어깨를 타고 내려오는 줄도 몰랐다. 이렇게 10년을 보냈다. 남들이 공부를 하고 돈을 버는 시간에 나는 이렇게 보냈다.

 

많은 세월이 흐르자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생각에 집착하는 버릇이 없어졌다. 변해가는 생각들을 흘릴 수 있었다.

 

 생각의 홍수 속에서 더 이상 낚시하는 일이 없어졌다. 우리는 평상시 수 많은 생각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생각들은 무의식세계속에서 부터 의식의 세계까지 수 많은 세계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세계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계란 객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내는 세계이다.

 

내가 달을 생각하면 달이 나타나고 나무를 생각하면 나무가 그려지듯이 괴로움도 인식될때 나타난다.

 

정녕 괴로움이란 ‘내가 못 걷는 다는 육체의 사실‘이 아니라 생각에 있었다.

 

괴로운 것은 나의 생각 속 에만 있을 뿐 나의 휄체어에도 나의 모습에도 없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것은  논리적 이해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느낀 명증적 체험이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게 7년씩 달고 다니던 욕창과 방광염등이 모두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또 가족들은 감기가 걸려도 나는 감기가 걸리지 않았다.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있었다.

 

감기 걸린 환자 옆에 있다가 폐렴까지 걸린 나 였는데 명상을 많이하면 알파파의 배출로 신체의 각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정신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 때문 이었을까? 참 이상한 일이었다. 수년 전 괴로와 했던 생각들이 오히려 창피하게 느껴졌다. 가끔 신체적 아픔이 오더라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내가 변하니 신기하게 가족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집안의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이해하고 항상 유머가 있었다.

 

구 소련 하바로프스크 생체장(生場)연구소의 치앙칸첸이 원격 무선 정보 전달 장치로 1991년 세계특허를 받은 생체장이론은 마치 나의 경우를 생각나게 한다.

 

이 실험은 오리의 생체자기장을 맞은 500개의 닭의 달걀중 480개의 달걀이 부화했는데 70%~90% 오리의 머리모양, 목, 눈 을 가졌고 30%는 발에 물갈퀴가 생겼다. 오리의 생체자기장이 달걀을 오리의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이다. 또 하버드 폴 벙개 박사의 알파파 배출로 좌우 뇌의 '공명동조화(synchronization)' 현상도 이미 널리 알려진 실험이다.

 

나의 '편안한 마음이란 생체자기장'은 가족들에게도 전달된 것 일까? 명상은 나 뿐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변화시켰다. 그러나 이러기 까지에는 많은 밤잠 못자는 노력이 있었다.

 

10년동안 하루에 5시간 이상 혹은 하루종일 집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방으로 치솟는 생각을 붙잡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각오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괴로움'은 이렇게 나에게 인생을 가르쳤다. 남들은 나에게 핸디캡을 못 느끼겠다고 말한다.

 

이유는 내가 핸디캡 이라는 것을 느끼고 살지 않기 때문이다. 실로 10년의 명상의 힘이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인생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라고 말하고 싶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