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의 보스톤 집소 오케스트라에 보낼때'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던 어느 날 병실로 전화가 왔다. 아들아이의 바이올린을 가르치던 선생이었다.

“ 이번 보스톤 집소 오케스트라 시험은 포기 하셔야겠어요. 캐빈이가 이상한 거 같습니다. 모두 외우던 곡을 잃어버리고 아무리 반복해도 외우질 못하네요. 아무래도 포기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상하다. 전에 완벽히 외우고 잘 했었는데...”

이제 몇주 후엔 오디션이 있는데 큰일이 난 것이다.  케빈이는 이 지역에서 가장 경쟁률이 세고 들어가기 힘든 보스톤 집소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오디션을 보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곡은 좀 어려웠고 도움이 필요했었다. 나는 손가락을 사용 할 수 없어 피아노를 칠 수 없었기에 목소리로 리듬을 맞추고 함께 연습했었다. 완벽히 외우고 제법 기교도 부릴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곡을 다 잃어버리다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시험 오디션은 꼭 3주 남았다. 나는 의사에게 이제 회복 되었으니 그만 집에 돌아가겠다고 청을 했다. 아직 치유가 되질 않아 집에 돌아가긴 무리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우기고 대신 간호원이 집에 오는 방문치료를 하자고 말했다.

집에 도착하자 케빈이는 나를 쳐다보지 못했다. 캐빈이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도 해도 자신 때문에 엄마가 다쳤다는 자책감으로 아주 우울해 했다. 그럴 것이 경찰이 아빠를 심문도 했으니 아이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 이었다.

잘하던 바이올린 곡을 읽어버릴 정도라면 내가 아픈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픈 것 아닌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서 “캐빈아 이 숲속의 나무들은 캐빈이 연주를 듣고 싶을 텐데?”

연습이 중요 한 것이 아니었다. 케빈이의 마음은 아파 있었다. 나는 캐빈에게 나무들에게 케빈이 연주를 들려주자고 제안하며 이번엔 복숭아나무에게 들려주고 이번에 배나무에게 들려주고 이번에 옥트리에 들려주자고 말했다.

당시 우리 집 뒤뜰에는 과일나무가 제법 있었다. 착한 캐빈이는 정말 나무가 듣는다고 생각했는지 열심히 연주 했다. 이렇게 나무들에게 한번 씩 들려주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루에 나누어서 3시간 씩 연주 했다. 그리고 케빈이가 연주하는 동안 나도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옆에 있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캐빈이는 마음이 풀어져갔고 연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몇 일후 선생님이 오시고 케빈이 연주를 듣고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오디션을 치루었고 캐빈이는 합격을 했다. 그 후 선생님은 어떻게 했는데 이렇게 달라졌냐며 오히려 나에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나는 "나무에게 물어 보세요" 라며 웃었다.

케빈이의 불안했던 마음은 나무들이 풀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