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렇게 살다보니 '나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비교적 나에게 잘하는 가족들이지만 어떨땐 물 한잔 달라고 해도 식구들 모두 꿈쩍을 안할 때가 있다. 막내딸 아이에 갔다가 큰 딸아이에게 갔다가 아들아이에게 갔다가 아빠에게 가도 모두 자신의 일들이 바쁜지 컴푸터에 매달려 들은 척을 하지 않을 때이다. 그럴땐 나도 모르게 나에게 잘못한다 는 생각으로 짜증이 올라온다. 한편 물 한잔을 얻어먹지 못해 짜증을 내는 나를 본다. 과연 나란 무엇인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생물 화학적으로 생명의 구조와 실상을 면밀하게 살펴 본 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각자는, 자기 자신에 독특한 모든 경험과 기억을 통해 개성적인 그 무엇, 다른 누구와도 구별되는 그 무엇을 이루고 있다는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 각자는 그것을 ‘나’라고 부른다. 그러면 대체 이 ‘나’는 무엇인가? 그것을 세밀하게 분석하면, 내가 생각하기에, 여러분은 그것이 경험과 기억이라는 개개 자료의 모임, 다시 말해 그러한 자료들을 모아 놓은 캔버스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철저히 자기성찰 함으로써 ‘나’의 진정한 뜻은 여러 가지 새로운 재료들이 쌓이는 바탕재료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경험과 기억이 모여있는 상태이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내 개인적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나 자신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장 가깝게 갈 때 나는 항상 뜨거움, 또는 차가움, 빛 또는 어두움, 사랑 또는 미움, 고통 또는 기쁨 이러한 지각을 더듬어가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러한 지각없이 나 자신을 포착한 적이 없으며, 이러한 지각 이외에는 아무 것도 관찰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사람과의 관계, 가족들의 관계속에서 끊임없이 묻어나는 기쁨, 고통, 차가움, 따뜻함에 묶여 있는 '나'는 사실 이러한 감정이 있을때 발견된다. 정말 이러한 감정없는 나란 발견할 수 가 없다. 정말 나란 무엇일까? 나란 존재가 성립하려면 일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일분의 전 나와 현재의 나는 엄밀히 생각하면 절대로 동일하지 않다. 그런데 일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하다는 생각하는 것은 나는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물리학에서는 소립자의 생명을 10_24초라고도 말한다. 이렇게 매 순간 순간 변하는 나라면 정녕 '나'라고 할만한 곳이 있을까? 나라는 에고가 없다면 물을 얻어먹지 못해 짜증낼 자리가 어디 있을까? 우리가 즐겁다는 생각도 잘 살펴보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허망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을 붙잡고 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란 어디에도 없다. 물한잔을 먹기 위해 짜증내는 나를 생각하며, 생각하는 또 하나의 '나'를 생각한다. 끊임없이 부딧치는 일상속의 괴로움은 모두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