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한 목욕

    화상으로 온 가슴의 상처의 붕대를 풀기까지는 만 4개월이 걸렸다. 매일 매일 간호원이 집에 와서 하루에 2차례씩 드레싱을 하고 때론 남편이 드레싱을 하였다. 페인을 느끼지 못했으므로 드레싱 할 때 고통은 없었으나 몸이 기운이 상처회복에 가서 인지 기력이 없었다.

기력이 없고 허전할 땐 밖에서 햇볕을 듬뿎 쐬였다. 따가운 햇볕은 마치 어렷을적 비를 맞고 돌아온 나에게 따끈한 차를 건내 준 엄마처럼 푸근 했다. 온몸을 햇볕에 적셨다.

  집앞의 거리로 나왔다.  지나 다니는 차들이 작은 먼지알갱이를 가로질러 오후 속으로 사라졌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친 곳들에서는 유난히 먼지가 심했지만 이 시간 만큼은 무척 투명한 먼지였다. 기다란 띠를 한 먼지띠를 한참 쳐다보며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라고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구름이 내린 땅 그림자엔 연두빛 실벌레가 먹이를 찾으러 부지런히 기어가고 나무 등걸에 붙은 질척거리는 액체들은 저녁을 향해 떨어졌다. 군데군데 풀이 나지 않은 잔디밭의 개미집구멍에 개암 열매가 떨어지자 개미들이 흩어졌다. 어디선가  열풍이 불어 내 앞으로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벌써 목욕을 안한지 수 개월이 된거 같다. 내 팔에서는 하얀 때가 일어나고 스스로 떨어지면 그 자리에 다시 때가 생기고 또 떨어지고 다시 생기고 하는 과정을 수 개월 동안 보아오고 있다. 때가 저절로 떨어진다는 것을 처음 보았다.

멋내던 시절 맆스틱 색깔도 아무거나 바르지도 않았던 옛일을 생각하니 목욕을 못해 죽을 지경인 내 모습이 우수웠다.

  물한잔 먹지못해 절절매며 힘들어 하던 것에서 부터 수개월의 목욕을 못하는 것에 이르기 까지 나는 정말 나라는 '나'속에 갇혀 몸 살이를 치고 있었다.

  드디어 4개월이 지나자 붕대를 풀렀다. 그리고  목욕을 했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한 것이다. 물은 아직 덜 회복된 상처를 씼기고 씼겼다. 생각보다 때는 그리 많치 않았다. 나는 ' 허허' 하고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