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빗발이 뿌리고 간 아침,

언제 그랬던가 싶이 봄 햇살이 방실거리며 창가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런 날은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아직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인데 요즈음은 소식을 기다리다 들여다보는
텅 빈 우편함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심정이랄까?

이름 모를 그리움이 잔잔한 나의 마음을 자주 들쑤셔 놓을 때가 많다.
하릴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주며 어수선한 모습으로 집에서 쉬고 난 하루는
어린 시절 숙제를 하지 못한 채 등교해야 하는 마음이 되는 듯해 싫어지곤 한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봄의 휴일,

이른 아침 델라웨어 강가의 산으로 서둘러 떠났다.

앞서 걷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에서 세월이 느껴지는지...

내 마음 한 켠이 쓸쓸해진다.

서로 한창 쌩쌩할 때 만나서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

그렇게 환하게 웃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이렇듯 세월이 흘러 이제 와서 그와 나의 모습을 바라볼 때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알수 없는 스산함이 올라와 따스한 연민이 되어 지곤 한다.

 숲속으로 깊이 들어 갈수록 산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운 기운이
조금 전까지의 가라앉은 내 마음을 푸릇푸릇 생기 나게 한다.

파아란 하늘아래 쭉쭉 뻗어있는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은 오늘따라

한결 듬직해 보였고
하루가 다르게 풍성한 잎들을 달고 서서 우리를 맞이하는 대 자연의 모습을
경이와 감사의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곳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위해 예쁘게 치장해야하고
마음에도 없는 과장된 찬사를 늘어놓아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생각인양
고개를 끄덕 해야 할 이유는 더 더욱 없다.
있는 그대로 가장 편안한 옷차림으로 와서 말없이 묵묵히

자연의 소리를 듣기만 하면 된다.
때때로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겉돌기만 했던 좋은 말들을
이제라도 삶속에 뿌리 내렸으면 하고 반성도 한다.

푸드덕, 산새들의 날개 짓 하는 소리가 마치 추억의 밑바닥을 긁는 것 같아
지난날의 이민사가 문득 떠오른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인가? 지난날의 고통과 한숨까지도 산에서는
여유로운 마음이 되어 잠시 미소 짓게 해 준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강줄기,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기다리지 않아도, 비오고 바람 불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세상은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이렇듯 계절은 눈부시다. 이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고 하던데...   
멋진 대 자연 앞에서 경건한 마음이 되어 잠시 감사 기도가 나온다

  
어느덧 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하루 종일 걸어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고 두 다리가 좀 뻐근하지만
달근한 피로가 오히려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아직도 내게는 그리운 날이 있다.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지금 이 시간  살아갈 날들이 있다는 것이...

-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

<어느 봄날에..쓴글.입니다>

한때 건강이 좋지 못하여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봄날 산에서 본 풍경이 너무나 좋아서 적었습니다

또 미국 아무도 없는 이곳에

정착 할때의 고생,,, 등

이제는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요?

그냥 먼 아름다운 추억처럼 느껴집니다

봄날 호수에서 스케치한 신디의 미완성 수채화입니다
때때로 저는 미완성 그림을 좋아합니다

사진은.. 뉴저지 Rockaway  호수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