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2일

금요일 오후 스톰은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고 훌훌 떠나갔다. 런던에서부터 다시 한번 바로셀로나까지 연결편을 타고 가야하는 스톰으로써는 정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무거운 가방을 메고 끌며 비오는 날 오후 공항 터미날 속으로 사라졌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비행기를 탈때마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조그만 창문밖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지형이나 해안선을 꼼꼼이 살피던 스톰의 모습은 이제 없다.

짬을 내서 바로셀로나 도심도 걸어보고, 하늘도 올려다보고, 사진도 찍고, 노천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커피 한잔 이라도 꼭 마시고 오라고 권했지만, 오늘까지 전화통화나 이메일로 전해들은 스톰의 일상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 이 전부다. "출장" 과 "여행" 의 차이점이 얼마나 다른지 멀리서부터 호소하는 스톰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해변가를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이른 아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호텔밖을 나섰다가 뿌연 매연때문에 가슴이 답답했다는 스톰. 순간 느꼈을 스톰의 실망에 내 가슴 또한 매캐하다.

훗 날. 가족끼리 세계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랄라에게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스톰. 그날이 오면 엉덩이를 들썩이며 작은 창밖의 세계를 나에게 설명해주던 지난날의 스톰과 꼭 다시 해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