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8일

누구나 자기집을 갖고 추억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베인 그곳에서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이는 없을것이다. 내 집 장만은 우리 모든 소시민의 꿈이기도 하고, 가족으로써 함께 살아갈수 있는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기쁨으로 우리들 마음은 꽃밭이 된다. 결혼 후 5년만에 처음으로 내 집 장만을 하고 스톰과 한 달간 잠을 설쳤더랬다. 아마 살면서 그런 두근거림과 셀레임은 또 한번 찾아오지 않을듯 싶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도 맘에 들었던 우리집을 팔고, 다시 켈리포니아로 이사를 온지도 꼬박 1년이 넘었다. 또 다시 시작된 월세살이. 외국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어 거금이 뚝!뚝! 방세로 떨어져 나갈때마다 속이 쓰리지만, 그래도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우리에게 월세살이 말고는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는것이 현실이다. 1년이 지나고, 우리는 또 짐을 꾸리고 있다. 짐을 꾸리기 시작한지 한 열흘이 됬나... 이제 내일 아침이면 이 곳을 떠나 근처 공원 옆의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랄라방에서 푸른 잔디밭을 볼수 있어서 결정한 선택이기도 하고,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실리콘벨리의 렌트값에 대한 반란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와 스톰도 넓은 뜰이 있는 집에서 랄라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맘에 맞는 친구와 그리운 가족들을 불러서 함께 별도 보고 달도 보면서 정말 우리집이구나 하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참으로 덧없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것만은... 적어도 이정도는... 이라는 이유로 나의 욕심을 합리화 시키고 있다. 우리는 쉽게 꿈이라던지 야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과욕을 포장 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나마 따뜻한 보금자리와 조금 나은 환경을 고집할수 있는 기름진 월세살이족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까지도 주인으로 부터 등 밀려 집에서 쫒겨나고, 방세 때문에 고민하다 결국은 온 가족이 동반자살 하는 슬픈 이웃들이 있다.

배부른 푸념이나 읊고있는 나는 과연 그들의 아픔을 진정 어루만질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가난은 죄가 아니요, 가난은 부끄러운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은 진정 누구의 영혼을 어루만지기 위한 완곡어법일까... 가진자의 너그러움을 강조하기 위함은 아닌것일까? 나는 삼십 평생 가난한 이웃들을 위하여 내가 소유한 어떤것을 포기했는가...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아이를 그렇게 가르치면서도, 과연 나는 정말 춥고 배고픈 이의 손을 몇 번이나 따뜻하게 만져주었던가... 초라한 바구니 앞에 돈 몇푼 놓고 가면서 그래도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난 소외된 이들을 도울수 있는 마음이 있다고 믿었던 나의 어리석음을 뒤늦게나 뉘우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