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5일 

여름학기가 반은 지나갔다. 이번에 듣는 과목 중에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있는데, 며칠 전 담당 교수님 한 데서 이메일이 왔다. 폭력이나 학대라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사고가 앞서는 주제이니 만큼 수업 중 서로의 문화와 견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의 말씀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수업 중에 상당 시간을 실제적인 폭력과 학대를 다룬 비디오를 보여줄 것이므로, 당황하거나 참담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해달라는 말씀도 적혀있었다. 

윤리나 도덕을 들먹이며 스스로를 이 사회의 지식층이라고 자칭하는 군중들 속에도 무참히 자기 가족들을 폭행하는 이가 있고, 네다섯 살 난 어린이들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하는 인간쓰레기도 있고, 8개월짜리 아기를 신발끈으로 묶어놓고 키우는 부모, 배고파하는 친자식들을 6명씩이나 모두 개집에 넣어놓고 학대한 부모, 차마 입에 담지 못할만한 끔찍한 일들이 매일 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보기 싫은 것들, 징그럽고 비위 상하는 일들, 잔혹한 사건들은 그냥 두 손으로 눈 가리고 귀를 덮어 피해 가려고만 했던 나. 이제는 지금껏 기피해왔던 사회 구석구석의 곪은 상처까지도 그 진위를 파헤쳐 직접 보고, 어루만지고, 돌보고 처방을 내려야 하는 하는 시간이 왔다. 

과연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