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7일

스톰이 한국으로 출장을 간 지 일주일 만에 돌아오는 날이다. 랄라와 함께 그래도 꿋꿋이 일주일간 집을 지켰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뿌듯하기까지 하다.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힘든 점은, 언제나 엄마 아빠가 앞장서서 아이와 놀아주고 챙겨주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처지에 계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100%의 책임감이 주는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특히 몸이 유난히 지치거나 피곤한 날은 누군가 잠시라도 랄라를 돌봐줄 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할 때가 있다. 지금도 우리의 꿈은 둘이서 낮잠을 대자로 뻗어서 원 없이 자보는 거니까.

여하튼 여기 시간으로 밤 9시쯤이면 집에 도착할 거라고 했으니까 앞으로 세 시간 정도 남았다. 흠... 마음은 급한데 뭐부터 해야 하지?

1. 일단 밥을 해야겠다.
난 밖에 나갔다 집에 왔을 때, 특히 여행이나 캠핑에서 돌아온 날이면 우리 집에 나를 위한 별식이 준비되어있을 거라고 은근히 기대했던 기억이 있다. '집'과 '밥'은 떨어뜨려 놓을 수가 없다. 사람을 반기는 가정에는 늘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 여유분의 간식과 과일 그리고 차가 있는 집은 언제 놀러 가도 손님에게 여유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오늘 밤은 무엇보다 스톰을 위해 홈메이드 요리를 준비해야지.

2. 청소는 이미 끝났지만, 마무리를 잘하자.
내가 가끔 미용실에서 머리를 예쁘게 자르고 집에 오면 늘 감동을 주는 게 한 가지 있다. 스톰은 내가 볼일이 있어서 외출하고 돌아올 때면 최대한 랄라와 함께 집안을 말끔히 치워놓고 나를 기다려 준다. 설거지는 물론이거니와 장난감도 가지런히 제자리에 놓여 있어서 외출로 좋았던 기분이 한 층 업 될 수 있는 상승효과를 안겨 준다. 그래서 나도 될 수 있으면 스톰이 퇴근할 때 특히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만큼은 화장실부터 부엌의 냉장고까지 말끔히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3. 꽃단장은 도착 30분 전에!
공주병이라고 날 손가락질 해도 좋다. 난 그래도 집에서 이쁘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내였으면 한다. 특히 일주일씩 집을 비웠다 오는 남편 앞에 부스스한 머리에 꽂아놓은 빗자루 같은 표정을 짓고 만나기는 진짜 싫다. 물론 랄라도 예쁘게 씻기고 밤이니까 잠옷을 입혀놓고 기다려야지. 내가 남편이라도 일주일 만에 돌아오는 집에 그리웠던 두 사람이 밝고 건강한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시간이 그 새 이만큼 또 지났다. 이제는 가족 상봉을 위한 준비를 즐겁게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