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4일 

지난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밤 8시까지 너무 재미있게 노는 랄라를 지켜보다가 나는 저녁시간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이날 랄라는 수영복을 두 번 갈아입었고, 옷은 세 번은 갈아입은 것 같다. 근데 8시까지 잘 놀고 나서 내가 앞 정원 잔디에 물을 주는 사이에, 랄라가 내 눈치를 살피다가 옷을 입은 채로 친구와 뒤뜰에서 물놀이를 다시 시작해서 두 아이 모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더랬다. 

이제 곧 해가 지고 기온이 떨어질 텐데, 다시 물놀이를 시작하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랄라의 친구까지 부모님 한데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이 되어 따끔하게 혼내고, 즉시 아이들을 해산시키고 랄라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랄라는 내 목소리로 엄마가 얼마나 화났는지, 자신이 얼마나 혼날 건지 육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난 이날도 단호하게 랄라에게 엄마와의 약속을 어기고 다시 물놀이를 시작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난 되도록이면 랄라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랄라가 아기였을 때부터 나의 목소리 톤을 사용해서 상황의 심각성과 엄마의 감정을 전하는 방식을 써왔기 때문에, 이날도 랄라는 나의 차분한 목소리로 하는 설교를 들어야 했다. 이제는 랄라도 이런 대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단 랄라는 내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끝나면 엄마가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부분, 또는 엄마 한데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 몇 가지를 랄라가 하고, 내가 솔직히 답해 주는 걸로 훈계는 끝난다. 그리고 랄라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다정다감하게 랄라와 이야기하고 함께 웃는다. 

마침내 평소보다 세 시간이나 늦게 식탁에 얼굴을 마주 보고 앉은 랄라와 나. 근데 랄라가 꼬물꼬물 작은 접시에 뭔가를 자꾸 담고 있었다. 

"랄라야, 뭐해?"

"엄마 잠깐만요. 이따 다 끝나면 알게 될 거예요." 

(5분 경과) 

"엄마. 이거는 엄마 저녁, 이거는 엄마 껌, 이거는 랄라가 엄마 한데 주는 천사 Silly Band."

"랄라야. 고마워. 그런데 엄마가 이 선물 받는 이유가 뭐야?"

"엄마는 다른 집 엄마들처럼 소리 지르지 않고, 항상 차분하게 랄라 한데 이야기하고, 랄라가 잘못했어도 이성을 잃지 않기 때문에, 착한 엄마 한데 주는 랄라의 선물이에요." 

나는 스톰이 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마다 랄라가 부쩍 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기 때에도 스톰이 없으면 최대한 나를 도우려고 애쓰던 랄라의 모습이 눈에 가득하다. 랄라도 가끔은 말썽도 부리고, 예의도 없고, 듣는 귀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랄라는 새로운 땅에 건강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는 아기 잔디처럼 나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과 보살핌만 변하지 않는다면 잘 자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