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0일

이번주 수요일 오후부터 랄라가 뜬금없이 카운셀링 사무실을 차렸다. 친구들과 가족들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해주고 싶다는 랄라의 마음이 대견하기도 하고, 7살 랄라는 어떤 방식의 상담을 할까 궁금한 마음에 나는 흔쾌히 그녀의 첫 클라이언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재미있는 발견을 몇가지 했는데. 첫째, 랄라는 상담실 안에서는 한국말로만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둘째, 랄라는 엄마,아빠 딸로써의 랄라와 카운셀러로써의 랄라의 역할 분별력이 뚜렷하다. 셋째, 랄라는 심리상담의 기본인 경청과 감정이입에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다.

랄라와의 대화 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을 잊기전에 적어두려 한다. (C- Client / T- Therapist)

C: 선생님, 카운셀링은 어떨때 받는거예요?

T: 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데 뭔가에 Stuck 했다고 느낄때, 마음이 아플때나 문제가 있을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때 그럴때 카운셀링을 받으시는겁니다.

T: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C: 선생님, 사실 몇 달전에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는 요즘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할머니께 절도 하고 예불을 드리고 있는데, 매일마다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하죠?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고, 마음이 아주 많이 슬퍼요. 하지만 저에게는 딸도 있고 남편도 있고, 해야하는 일도 있고, 늘 슬퍼하고만 있을수는 없거든요.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T: 네, 알겠습니다. 슬프시겠네요. 슬프겠지만 좋은생각들도 같이 하셔야 되요. 그러면 제가 좋은 방법을 알려드릴테니까 잠시만 눈을 감고 여기 앉아 기다려 주세요.

(3-4분 경과 후)

T: 이제 눈을 뜨셔도 되요. 이거 받으세요. (처방전을 전해줌)

C: 네, 감사합니다.

T: 지금 머릿속에 할머니 생각만 있거든요. 그러니까 좋은생각을 하는게 중요해요. 절을 하면서도 꼭 잊지 마시라고 여기에 "좋은 생각을 하세요" 라는 말을 적어놨구요. 딸을 사랑하시죠? 딸 사진도 여기에 있으니까 같이 놓고 보면 기분이 좋아질꺼예요. 그러면 슬픔이 조금은 줄어들고 웃을수도 있을꺼예요.

C: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 처방전이랑 사진을 어디에 놓고 매일 보는게 좋을까요?

T: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께 절하는 곳 있죠? 거기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보시는게 제일 좋을꺼 같아요. 그러면 할머니 사진도 보고 딸 사진도 보고 처방전도 같이 보면 좋쟎아요.

C: 선생님 지금 당장 내려가서 놓고 와야겠어요.

T: 다른거는 없으세요?

C: 선생님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저는 저희 딸한데 사랑한다는 말을 참 많이 하거든요. 근데 요즘 저는 저희 딸이 날 사랑할까? 하는 생각을 해볼때가 있어요. 저희 딸은 저를 사랑할까요?

T: 그럼요. 딸도 엄마를 사랑하죠. 근데 그런건 마음으로 아는거예요. 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