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4일 

연휴가 끝나던 날 밤에 랄라를 재워놓고 차... 암... 오랜만에 스톰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함께 해온 시간과 앞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미래를 계획하는 이야기 조각들이 우리 사이를 메워나갔다. 8년째 부부로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날은 겨우 손꼽힐 정도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10월이 주는 특별한 느낌

열두 달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10월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오는 시각에

따스한 라테가 담긴 둥근 사발을 두 손으로 감싸고

도란도란 스톰과 이야기를 나눈다.

방에서 잠든 랄라가 깰까 봐 소곤소곤 말하는 스톰

그런 그의 모습에 미소가 머금어지기도 하고

가끔 코끝이 찡- - 해지는 애틋함이 스친다. 

평소에는 내가 참새처럼 말이 많았었다면

어젯밤은 스톰이 많은 이야기를 했더랬다. 

우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스톰이 하던 말,

"사진은 기억을 주지만, 함께한 시간은 느낌으로 남는 것 같아. 

난 그대와 랄라에게 기억보다는 그런 느낌들을 주고 싶어." 

스톰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다 보니

결혼을 다짐하는 과정에서 

내 눈에 보이던 굵직굵직했던 그의 장점들이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젯밤, 난 아주 오랜만에 스톰의 편안한 모습을 본 것 같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감 있는 스톰의 모습.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그만의 분위기. 그런 스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평소 그가 나에게 가치관과 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난 과연 얼마나 진지했던가? 난 과연 스톰에게 편안한 여자였을까?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완벽주의가 그를 얼마나 피곤하게 만들었을까?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나의 집념과 열정이 때로는 그에게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다시 시작하자. 지금에서야 뉘우쳤다고 안타까워하지 말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다음은 발로 옮겨가는 실천의 삶을 시작해보자. 가까이 있기에 더욱 소중한 인연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