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엄마. 오랜만이죠?"

"엄마, 여긴 어떻게" 정우도 놀란듯했고, 그분에게 먼저 다가섰다.

"공주데리고. 니 차에 타라."

"왜요?" 정우는 의아한듯. 

정우의 어머니는 그의 질문에 대꾸도 않고 나를 바라보고 계셨고,

"공주를, 왜요?"  공주의 손을 꼭 붙잡았다.

"공주는 정우가 안전하게 잘 돌볼거예요. 신우...보러가지 않을래요?"

신우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우...씨요? 신우씨를 보러갈수 있나요?"

정우의 어머니는 놀라는 내 모습을 당연히 예상했다는듯,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공주도, 데려가겠어요."

"공주가 갈곳은 아니예요."

"무슨뜻이죠? 혹시 이신우씨에게!"

"그건..가보면 알것이고."

"엄마, 어떻게 된거예요?" 정우가 끼어들었고

"기사 아저씨가 알아서 해주실거니까, 넌 공주 데리고 가봐."

"어디로?"

정우어머니가 그를 쏘아보셨고, 정우는 이내 포기한듯, 나를 돌아보았다.

"괜찮을거야. 공주는 내가 잘보고 있을테니까, 걱정마라."

"믿어도...되요? 당신...어머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그의 대답은 솔직했다.

"공주는. 정말 나 믿어도 돼. 그건 내가 약속할께."

"내가 안 가겠다면요?"

"아마 강제로...데려 가시겠지. 그냥 조용히 가는게...나을거 같아."

공주가 놀랄까봐,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표정으로, 공주의 손을 잡았다.

"공주야, 엄마 신우삼촌 보고 올께. 가서 삼촌 데려올수 있나 알아보고올께."

"정말? 삼촌? 나는?"

"응. 엄마가 다녀올께. 공주있는곳으로 엄마가 갈테니까 정우아저씨 말 잘 듣고 있어. 알았지?"

차를 탄후, 정우의 어머니는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근거리며 기대했다.

이신우를 만날수있을거라는 바램에...

차를 타고 도착한곳은 정우어머니의 저택인듯 했다.

"신우씨가...여기에 있단 말인가요?"

"그건 조금 있다가."

또 뭔가에 휘말려든건가.

그리고.

그녀의 거실에 정장을 차려입고 미소짓는 정준혁을 본 그 순간. 

나는 다리에 힘을 잃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것만 같았다.

"뭐...뭐예요. 이건."

"둘이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면서요?"

정우의 어머니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준혁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웃었고,

"어서와, 지수야."

"시...신우씨는. 어딨어."

"정사장님. 약속한대로 잘 해주길 바래요."

"걱정 마세요. 원하시는데로 해드립니다."

"그럼 어서 데리고 가세요."

"뭐하는거예요? 당신들? 내가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듯, 자기들 맘대로 주고 받고 하는거야?"

정우의 어머니는 나를 보고 아무렇지 않다는듯 싱긋 웃으셨고,

"신우한테 가고 싶다면서요. 정사장님이 데려다 주실거예요."

준혁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래.

나는 원래 이렇게 힘없고 멍청한 존재인걸...

내 주제에 이신우를 보겠다고

발버둥친것이 잘못이었나.

준혁은 나를 부축이듯, 두 팔을 붙잡아 자리에서 일으켰고,

나는 끌려가듯,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였다

차에 억지로 몸을 실자,

"지수야.."

그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걱정하지마. 다 너 위해서 이러는거야. 부탁인데, 제발 나 믿어줘. 그리고 나 좀 봐."

눈을 뜨고 그를 노려볼 힘도 없었다. 

"지수야, 나 좀 봐."

나는 눈물흐르는 두 눈을 꼭 감아버렸고,

"지수야...

나도 너...

거의 포기했었어.

저 사모님 아들이 너를 데려갔다기에...

포기해야 하는줄 알았다니까?
저 집은, 

재력도 대단하고, 힘도 있고.

내가 감히 어찌 할수가 없는 상대라서 말이지."

말대꾸를 할 힘도, 가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나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창문너머 거짓말처럼 평온한 서울시내를 주시할뿐.

그런데 그가 나의 고개를 잡아 돌렸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션薦羚駭�.

"나... 나...

정말로..."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더욱 치가 떨렸다.

"정말..." 하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가 내 앞에 있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 

너하나 손에 넣는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지.

너.

정말 너무 너무 사람 힘들게 한다.

날 완전히 정신병자로 만든다고."

넌 원래 정신병자야. 

하는 말을 하고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내 목소리가 아까와서.

"나 이혼했어.

이제 혼자라고."

이혼했어? 이혼을 당했겠지.

세상 어느여자인들 니 그 나쁜 손버릇이 안 튀어나왔을리가 없고,

그 대단하단 집안의 며느리가 한번인들 참아 줬겠어?

"아버지도 병상에 누우셨고, 어머니는 회사일에 정신없으셔.

내가 원하던 때가 온거야. 

너하고...

결혼할수 있는 때.

다시는 어디로 가지 못하게 내 곁에 둘거라고."

"누가 너하고 결혼한데?"

"그 목소리, 이제야 들려주네."

분노가 치밀어 올라와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너에게 잘할거야. 정말이야. 다신 나에게서 도망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면...

나도 너에게 잘하고 싶어. 진심이야, 지수야. 정말 내 진심이라고. 

나쁜놈...레파토리라도 좀 변했어도, 

"이신우씨는?"

"너, 나하고 결혼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첩으로 숨겨두겠다는게 아니고, 내 아내가 된다는거야. 

사모님으로 모시겠다는거라구. 이래도 모르겠어? 내가 진심인거."

"진심? 넌...나를 사랑하는게 아니야. 몇년만에 이렇게 강제로 나를 잡아와놓고...사랑? 

집착도 정말 특이한 집착이지. 어떻게 넌 사랑이라는 말을 그렇게 남용해? 정말 사랑이 이런거라고 생각해? 죽고싶을만큼 괴롭히고 숨막히게 쥐고 있는게...사랑이라고?"

"이해해. 너도 생각해야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 조금 있다 다시 보자."

그 말을 마치고 준혁은 차에서 내렸다.

그의 비서 석이 차를 몰았고,

"어디로 가는거예요? 이신우씨는 어디있어요?"

"지금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도착한곳은 경찰서 유치장이었다.

정신없이 뛰어들어가 이신우를 찾았다.

"오빠! 오빠!"

하며 그를 찾는데,

지친모습의 그가 수갑을 차고 구석에 앉아 있는것이 보였다.

"오빠!"

"지수야!"

이신우도 나를 보고 놀라서 다가왔고,

아직 그의 얼굴에 상처가 엉망이었고, 얼굴도 헬쓱해져 있었다.

"이게 뭐야! 왜 치료도 안해주고! 밥은 먹은거야? 괜찮은거야?"

"난 괜찮아. 공주는?"

"공주는... 정우씨가 데려갔어."

"정우가?"

"정우씨 어머님이 왔었어. 난 여기...준혁이 비서가 데려왔구.. 뭐가 뭔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

그때,

비서가 나를 끌고 나왔다.

"잠깐! 아직 얘기 안 끝났어요!"

하는데,

그가 서류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내가 묻자,

"지수씨, 여기 재산 포기 각서에 싸인하시면, 이신우씨를 풀어드릴수 있습니다."

이신애...라고 써있었다.

"내가 이신애라는...증명이 없잖아요?"

석은 다른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친자 확인서...병원 검사 결과등.

"여기 싸인만 하시면 됩니다. 지금 곧 나오실수 있습니다."

심장이 뛰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해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