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부적이 된 말씀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 욥기 8 : 7 )

 

 

가게에 들어가면 그 주인이 예수님을 믿는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은 참 쉽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주인이라면 어김없이 성구 액자가 가게 어딘가에는 꼭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가게에 들어가면 주인의 종교가 무엇인지 무의식 중에 성구 액자를 확인하려고 두리번 거리는 나를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요즘엔 그나마 다양한 구절의 액자들이 있지만 예전엔 욥기의 말씀이 거의 가게를 독차지했었지요.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무의식 중에 욥기의 말씀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 지금 나의 가게는 작지만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시면 나중에는 심히 창대하게 커지리라.’ 예전의 나의 무지함을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사실 주인들도 저 말씀을 나와 같은 뜻으로 믿고 걸어 놓았을 테니 나의 해석은 영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지요. 그러나 나의 무지함의 비늘이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내가 많은 말씀들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고자 합니다.

 

‘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 마태복음 7 :7 --- 무지했던 나의 해석: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계속해서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주실 것입니다.

‘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로마서  8:28 --- 무지했던 나의 해석 :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현실적으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상황들이 협력하게 됩니다.

 

이런 해석이 전혀 틀리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오직 갓 믿은, 초신자들에게만 허용되거나 제한된 해석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우리가 말씀을 저렇게만 한정적으로 이해한다면 그 성구 액자와 부적이 다를게 무엇이 있겠는가 싶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복주시는 하나님으로만 믿고 있다면 만약 내 가게가 창대하게 되지 않을 때에 그 실망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요?

 

어쩌면 중국인 다음으로 ‘복’받는 것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한국 사람에게는 120여 년 전, 처음 받아드린 하나님의 Blessing은  우리가 받고 싶어하는 ‘그 복’으로 전부 해석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선교의 속도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하나님의 복은 그런 복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가르쳤더라면 지금까지 말씀이 부적이 되어 가게의 벽마다 장식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한국의 기독교 문화를 양파에 비교하곤 합니다. 겉으로는 엄청나게 부흥한 기독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만 한거풀 벗겨보면 그 속에는 오래 된 유교의 문화가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유유서를 따랐던 유교의 문화는 선생이 제자를 섬겨야 하는 기독교의 평등 사상과 대치되며 교회에서 엄격한 상하 관계를 유지하게 하였지요. 그리고 한거풀을 더 벗겨보면 유교보다 오래 된 역사를 자랑하는 불교 문화가 기독교에 배여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되어 그것이 불교적인 용어와 행사에서 유래된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미 기독교 문화에 쓰여지고 있지요.  복을 빌고 복을 받으려는 봉헌의 문화도 기독교 문화에 녹아 내린 대표적인 불교적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물론 요즘 불교도 찬불가 같은 기독교문화가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기독교 문화의 한거풀을 더 벗기게 되면 우리나라 역사와 가장 오래 함께한 샤머니즘의 문화가 그 중심에 여전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수를 믿기 전, 우리 가정도 붉은 글씨의 작은 종이에 불과한 부적에 가정의 재물, 건강 등을 빌었습니다. 그만큼 어떤 인간도 이 땅에 누릴 만한 복을 받게 해주겠다는 것에 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붉은 보혈의 피를 믿기로 했다면 위의 모든 문화들을 아직 버리지 못하여 성경안에 붉은 글씨마저 부적삼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 복을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는 것 이라는 개념으로 바꾼다면 벽에 걸린 성구는 더 이상 부적이 아닌 진정 하나님의 말씀으로써 다가와 우리들의 삶을 다른 차원으로 바꿔 놓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집을 사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 뿐 아니라 사업이 안되어 가게 문을 닫거나 작은 집으로 옮기게 되었을 때에도 그곳에서 목사님을 모시고 감사의 클로징 예배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 여러분의 집에, 혹 여러분의 사업장에 걸어놓은 성구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