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감사한 것을 세어보아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 데살로니가전서 5 : 18 )

하나님의 관심이 정말 내가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신 것은 은혜였습니다. 만약 아직도 나의 관심이 내 일의 성공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지금 나의 미국 생활은 그야말로 우울하고 감사가 없는 생활이 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불만을 삼자면 얼마나 많은 불만들이 내 삶에 가득했었는지 한번 이야기나 해볼까 합니다. 한참 재미붙인 내 일을 강제로 멈춰놓고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는 점, 친척 하나 없는 이곳은 늘 그리움으로 가득하다는 점, 두 아이를 나 혼자서 키우려니 순간 순간 도와 줄 한사람의 손이 절실할 때가 있다는 점, 영어의 문제로 가는 곳은 늘 제한되어 늘 마이너리티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 내 돈벌이가 없으니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시원스럽게 살 수 없게 된 점, 여전히 내 전문적인 일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현실의 높은 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점, 내 일대신 채워진 일은 온통 살림 뿐이라는 점… 쓰고 나니 나의 삶 전체가 불만투성이었던 것 같아 무안해 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목적이였던 내 일이 수단이라고 깨달아지니 내 마음이 바뀌고, 내 가치관이 바뀌고, 내 관점도 전부 바꿔져 버렸습니다. 상황은 똑같은데 불만의 조건이 감사할 조건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신부 가족들이 모두 나와 이민 생활이 힘들 때마다 가족들이 불렀다는 소개와 함께 꾀꼬리 같은 화음을 자랑하며 한 찬양곡을 들려주었습니다.  ‘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약한 마음 낙심하게 될 때에 내려주신 주의 복을 세어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받은 복을 세워 보아라.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듣는 내내 그 가족이 느꼈을 애환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이후로 489장 찬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양 중 하나가 되어 지금까지 내 입에서 자주 흘러나오게 되었지요.

감사하는 마음도 훈련인가 봅니다. 무의식중에 부르는 그 찬양 덕인지 감사할 일들을 자꾸 되새겨보며 지난 6년간 마음에 감사의 근육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가는 길에 같이 기도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 입에서 감사의 제목들이 막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 하나님, 우리 신랑 만나 결혼하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우리 신랑 만나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도 낳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다들 오고 싶어하는 미국에 오게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일 안하고 집에서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내 자신이 낮아지게 해주셔서 하나님을 찾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남편의 월급봉투가 이렇게 소중한 것임을 알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림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쭉 나열하다보니 하나님께 받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했어야 했던 일들을 마침내 감사함으로 표현함에 따라 비로서 하나님께 진정한 감사를 올려드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경험은 나에게 감사라는 단어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계기가 되어 주었고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질 수 있는 말들까지도 경계하게 했습니다. “너희의 원망은 우리를 향하여 함이 아니요, 여호와를 향하여 함이로다.” 모세에게 광야 생활의 불만을 쏟아내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모세가 했던 말씀을 읽으며 우리의 무의식적인 발언도 하나님을 향한 발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쭈뻣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나의 고충을 털어 놓는답시고 무의식중에 이야기하는 것 안에 상당 부분 감사하지 못한 마음에서 나오는 표현들이 있지 않습니까?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몇 달전, 나의 5살짜리 딸과 한달 내내 외워야 했던 데살로니가 전서 5장의 말씀을 통해 감사라는 것이 은혜를 받은 자가 마땅히 은혜를 주신 자에게 드려야 할 전부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도 나에게 바라는  것 또한 어떠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수 안에서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말씀하시고 계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