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롯과 같은 선택

이에 롯이 눈을 들어 요단 지역을 바라본즉 소알까지 온 땅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이었으므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 ( 창세기 13 : 10 )

세계 인구 가운데 5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살았던 나도 그렇지만 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가정은 일년정도 씨애틀 근교에 살다가 남편의 회사가 이사를 하는 바람에 이곳 캘리포니아로 오게 되었습니다. 워싱턴 주에서의 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이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교민들, 큰 교회들, 마트들, 음식점들, 상가들, 이용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 또 결정적으로 천국과 같은 날씨를 경험하자 그곳을 그리워할 이유가 전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한해 두해 살다보니 마치 천국과 같았던 이곳에 다른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곳은 동성애에 관련된 법안 때문에 힘겨운 투표가 진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개념들이 이제는 소수에 의해 흔들리고 있고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고자하는 노력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왠일인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잠시 취해있던 이곳 캘리포니아가 소돔과 고모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세기를 보면 불어난 소유물로 인해 분쟁이 일자 아브라함이 롯에게 먼저 살 곳을 정하라고 했을 때, 롯은 물이 넉넉해서 마치 에덴 동산같고 애굽 땅처럼 풍요로와 보이는 곳, 소돔과 고모라 도시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을 한 롯의 가정은 아브라함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요. 어느 날, 성경을 읽으며 다시 마주하게 된 롯은 도시에 살고 싶었던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분명 많아진 재산들을 좀더 불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있는 도시가 유리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장성한 두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선 어느정도 갖춰진 집안의 사위들을 맞이하고자 도시를 선택했는지 모릅니다. 그의 부인도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보자고 얘기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아님 이제 어느정도 살만하니 좀더 재미있는 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 곳을 정할 때 다 고려하는 조건들을 롯도 고려했을 뿐입니다.

‘무법한 자들의 음란한 행실로 말미암아 고통 당하는 의로운 롯을 건지셨으니 이는 이 의인이 그들 중에 거하여 날마다 저 불법한 행실을 보고 들음으로 그 의로운 심령이 상함이라.’ 베드로후서 2 : 7 – 8

롯도 분명 신앙만큼은 나름대로 스스로 꿋꿋히 지켜가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온갖 무법이 자행되는 그곳에서 그는 무엇때문인지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괴로움은 괴로움으로 남겨두고 소돔과 고모라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기 전까지 그의 가족은 그 도시의 많은 부분 영향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웃들에게 무시당할 정도로 의인 롯의 위치는 힘없는 나그네로 평가되고 있었고, 동성애를 원하는 이웃들에게 딸을 내주려고 할 정도로 롯의 신앙은 흔들렸으며, 그 땅을 떠나자고 권유했지만 사위될 사람들에게 조롱받을 정도로 장인으로서의 신앙의 권위는 추락되 있었지요. 소돔의 심판이 끝난 뒤에도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질 못하고 그는 두 딸과 함께 동굴 속에서 은둔 생활을 선택하고 맙니다. 의인 열명이 없었던 그 도시에서 의인 롯이 신앙인으로서 살아남기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예언자들에 의해 이곳 캘리포니아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큰 지진으로 심판할 것이라는 소문이 몇 년째 돌고 있습니다. 이 예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나는 그것이 하나님의 실제 느끼시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처음 만들어 놓으신 자연 질서를 역행하고도 모자라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아이들에게까지 교육시키려는 어른들이 판치는 이곳을 보시고 어찌 하나님께서 울부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과연 도시 규모를 비례해서 이곳은 지금 몇 명의 의인이 있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의인의 기도로 마음을 돌이키시는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도시를 선택한 나의 선택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지금 내 상황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아브라함이 조카 롯을 위해 중보기도했던 것처럼 이 땅을 위해 그리고 우리 가정이 방주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혹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혹 메뚜기들에게 토산을 먹게 하거나, 혹 전염병이 내 백성 가운데에 유행하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 ‘   역대하 7 : 13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