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Test라고 깨닫는 순간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시험하시되, 우리를 단련하시기를 은을 단련함 같이 하셨으며 ( 시편  66 : 10 )

시험이란 한국 말에 감추어진 두가지 뜻을 알게 되고 그 가운데 하나님이 주시는 시험은 오직 Tset 밖에 없다는 것으로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말끔이 씻어진 이후, 나에게 남은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Test는 학교처럼 몇월 며칠로 통보한 뒤 치러지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는 부담감과 또 앞으로 닥칠 Test는 무조건 통과해야 할텐데 하는 부담감 말이지요. 항시 영적인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있지 않으면 이것이 하나님께로 온 시험이라는 것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날, 일본에서 사는 친정 오빠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한 집사님의 딸인데 엘에이 근처, 어떤 신학대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숙사에 문제가 생겨 한 삼일간 묶을 곳이 없게 되었는데 그 집사님의 형편에 딸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으니 내가 데리고 있다가 그 학교로 데려다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육아와 살림 외에 조금이라도 내 시간이 생기면 오로지 성경 동화를 쓰는 일에만 열중하던 때였습니다. 내 시간이 너무 없어 정말 시간을 금처럼 생각하던 때인지라 그 제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지요. 나 같으면 유학가는 딸에게 돈 한푼도 줄 수 없는 형편이라면 아예 보내지도 않을 뿐더러, 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부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고 하고 싶지도 않는 사람이기에 그 아빠가 누구인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매몰차게 말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에 그 자매에 대한 신상명세와 언제 어느 비행기로 오는지 이메일로 자세히 알려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지만, 온다는 날짜가 가까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이메일은 오지 않고 있었기에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요. 손님이 온다고 하면 왜 여자들은 손님이 묶을 방이나 이불, 음식등 뭐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지 않습니까? 오빠도 남자라 그런 것은 생각도 못하고 깜깜 무소식인건지 결국 나는 화가나 도대체 어떻게 되고있는 건지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인가 오빠에게 이런 이메일이 왔습니다. ‘ 연락이 늦어서 미안하구나. 그 자매는 네가 신경안써도 될 것 같아. 그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곳에서 잘 수 있게 되었단다. ‘  그 글을 읽는 순간 내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 아! Test였구나. ‘  

얼굴이 화끈거리고 하나님 앞에 부끄러웠습니다. 성경 동화책을 쓴 답시고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에게 하나님은 상을 주시고 싶으셨던 것이었는데… 하나님 위해 글 쓰는 일에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도움을 줘야 할 성도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을 뒤로할 만큼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내가 깨닫고 있는지 Test하신 것이지요. 사실 하나님의 계획은 예초부터 그 자매를 내 집에서 재우게 하실 마음도 없었다는 것을 그순간 나는 알게 된 것입니다. 시험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상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더욱 속상했습니다.

이 사건은 내가 영적으로 처음 하나님의 Test임을 깨달아 입으로 인정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문득 문득 내 앞에 다가온 문제들을 대할 때 하나님의 Test인지 떠올려보게 되었으니 결론적으로 그리 나쁜 경험이 된 건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비슷한 일을 해야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에게는 그 때를 만회할 만한 기회를 주시고자 하나님께서 손님을 이곳으로 보내신 상태입니다. 어떻게 도움을 주고 어떻게 대접을 해야할지 내 마음이 그 동생에게 가있습니다. 마치 결코 떨어질 수 없다고 재도전하는 수험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