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약속의 말씀을 받다.
여호와를 찬송할지로다. 그가 말씀하신 대로 그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태평을 주셨으니, 그 종 모세를 통하여 무릇 말씀하신 그 모든 좋은 약속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아니함이 없도다. ( 열왕기상 و : 56 )
창세기 12장을 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일방적으로 나타나셔서 약속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복주실 것을 재차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또한 그의 아들 이삭은 물론 그의 손자 야곱에게까지 나타나셔서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복을 다시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복은 요셉과 모세 그리고 여호수아를 통해 끊임없이 약속을 성취해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은근히 질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 앞에 나타나신 것처럼 내 앞에 나타나 직접 음성을 들려주신다면 나도 강한 믿음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어린아이 같은 투정 말이지요. 물론 하나님의 음성은 나타나실만한 자에게 나타나시겠지만 부러운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슬며시 나에게도 약속의 말씀을 주셨으면하는 소원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도 약속의 말씀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내었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듣게 된 주일 설교였는데 결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 요새 많은 커플들이 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 많은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남편이 공주 대접을 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본인이 공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결혼의 금이 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선택하는 것이 이혼입니다 … 사랑 받을 것을 기대하기 보다 내가 먼저 사랑을 베풀기를 선택하십시요... “
사랑받기를 꿈꾸고 있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은 아니건만 나는 그 말씀이 나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맞춤형 설교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말씀 그대로 내가 더 사랑을 베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새긴 뒤, 나는 남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라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무관심하려는 마음이 아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사실 무관심할 수 없는 관계이기에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고 또 상처받게 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여하튼 내가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온통 상처투성이의 가슴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좋으신 하나님은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은 남편과 결혼한 내가 크게 상처받지 않도록 일찌감치 처방법을 알려주셨던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약속의 말씀을 주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꼭 나타나시거나 직접 음성을 들려주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브라함 때에는 성경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나타나야만 하셨고, 지금은 왠만한 가정에 하나쯤은 모셔두고 있는 성경의 말씀으로 이미 우리 앞에 나타나 계신 것입니다. 다만 가슴에 새기기위해 성경을 펼쳐 우리가 읽을 때까지 기다리고 계신 것이지요. 설교를 듣다가, 말씀을 읽다가 때론 기독교 서적을 읽다가 문득 우리 가슴에 깊이 묵상이 되는 말씀을 아멘으로 받아드리니 그 말씀은 나에게 약속의 말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브라함이 별 부러울 것이 없었지요. 나에게는 더 많은 약속의 말씀이 있었으니까요.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올 수 밖에 없었을 때, 저는 제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생각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해 드렸던 첫 주일 예배의 말씀에서 나는 미국의 삶을 받아드리게 되었습니다. “ 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미국의 발을 내딛으셨지만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향한 뜻이 분명 있으시기에 이 미국 땅에 보내신 것입니다. “ 목사님은 왜 보냈는지 특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으셨지만, 그 말씀은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미국에 보내신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나의 가족을 향한 큰 그림이 무엇일까 기대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하나님은 때에 따라 맞춤형 말씀을 통해 나에게 약속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약속이란 성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신 첫번째, 두번째 약속도 아직 진행형이기에 눈 앞에 무엇이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말씀을 통해 조금씩 하나님의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렇게 부러워하던 아브라함의 복인 ‘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얻을 복 ’ 이 우리 가정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온전히 성취되는 그 날을 위해서 지금은 나의 순종과 희생이 따라야 할 때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