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좋은' 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말로 쓰는 좋은 글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정말 책 몇권을 쓸만큼 방대한 내용을 다루어야겠지만
제가 그 정도의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너무 복잡한 이야기는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렇죠? ㅎㅎ
우리가 작가나 기자도 아닌데,
말과 글을 뭘 그렇게 정확하게 써야 하나...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러나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우리말
우리글
'바름'은 어디로 실종되고 그저 많이, 편하게, 흔히 쓴다는 이유로
'바르지 않은' 표현, 단어들이 '바른' 양 활개를 칠 수 있겠죠.
더구나 우리는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모국어의 땅과 멀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보면
그런 우려는 더 커진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쓰기 공중부양]이란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이외수 작가의 글쓰기 책입니다.
거기 언급된 내용입니다.
살얼음처럼 싸늘한 방바닥.
녀석을 바람같이 다급하게 내달았다.
그녀는 칼날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내 부탁을 거절해 버렸다.
여기서 밑줄친 단어를 이외수 작가는 '겉멋'이라고, 혹은 억지 비유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같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직유법'으로 쓰인 단어를 보면,
살얼음처럼
바람같이
칼날처럼
이렇게 됩니다.
이 단어들이 적절히 사용되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거지요 (said by 이외수)
왜냐하면 각 단어들의 '대표속성'과 비유가 잘못 연결되었다는 겁니다.
살얼음처럼 싸늘한
'살얼음'의 대표속성은 '싸늘하다'가 아니라는 거죠.
살얼음- -- -- -- -- -- -- -- --(대표속성)- -- -- -- -- -- -- --위태롭다
살얼음판 위를 걷듯 위태로워 보였다.
이런 식이 되면 좋은 문장이고요.
'싸늘하다'는 '얼음장'같은 단어와 어울린다는 설명입니다.
바람같이 다급하게
마찬가지로, '바람'의 대표속성도 '다급하다'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바람- -- -- -- --(대표속성)- -- -- -- -- -- -날쌔다
그는 바람처럼 날쌔게 내달렸다.
이런 식으로요.
칼날같이 단호하게
칼날- -- -- -- -(대표속성)- -- -- -- --예리하다
'단호하다'를 적절하게 비유할 단어나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예리하다'라는 대표속성을 가진 '칼날'을 가져와 들이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저는 이런 식으로 이해했습니다.
처음 볼 때는 원래 문장들이 왜 좋은 문장이 아닌지, 어디가 불편한 표현인지
바로 파악하기 쉽지 않더군요.
그만큼 저도 '바르지 않은' 표현에 익숙해져 있지 않나, 반성해 보았습니다.
좋은 글, 바른 글, 효과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외수 작가의 가르침대로 '단어'의 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단어가 어떤 대표속성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의 기본을 갖추는데 중요하고,
이건 훈련된 기성 작가들도 홀대하지 않는 훈련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연습삼아, 다음의 단어들이 갖는 대표속성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여기에 더해, 저도 나름대로 글쓰기 모임을 간혹 갖고 있지만
'개성속성'이라고 해서 (이건 제가 만든 용어입니다)...........
자기만의 속성을, 이미지를 한 번 붙여보는 거지요.
('개성속성'은 꼭 똑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미지면 됩니다. 비록, 대표속성은 아니나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부분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됩니다.)
제가 예로 이런 단어들을 드려 볼게요.
연필 (대표속성) 지울 수 있다 (개성속성) 침을 묻힌다(특히 어르신들은)
귤 (대표속성) 시다 (개성속성) 우리말같지 않다. 한글자도 모르지만 그리스어?
종이 (대표속성) 찢어진다 , 얇다 (개성속성) 물을 먹는다
지우개 (대표속성) 삭제한다 (개성속성) 거의 흔적을 남긴다
컴퓨터 (대표속성) 정확하다 (개성속성) 고집스러운 직사각형
아기 (대표속성) 귀엽다, 작다 (개성속성) 한 사람의,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의, 혹은 한 집안의,
혹은 그 이상의 집안들의 삶과 운명을 바꿔놓는다
사랑 (대표속성) 뜨겁다 (개성속성) 우연치고는 '사람'과 너무 비슷해서 오타가 잘 난다.
이런 식으로 '개성속성'을 생각하고 메모해가다 보면, 그게 곧 시가 되고, 산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글쓰기 관련한 이야기도 종종 들고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