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째날 원래는 Revelstoke 으로 가서 일박하고 밴프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호텔 직원이 너무 멀고 제스퍼 가는 길보다 더 어려운 길이라고 해서 포기하고 캔모어에 있는 The Summit Cafe 에서 브런치를 했습니다. 이 카페는 산행하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 한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커피도 맛있고 아침도 맛있고... 9시 이전에 가야 한가합니다.
식사후 캔모어에서 아담한 시내 구경도 하고 한적한 spring creek 에서도 걷고 시내와 외곽 여기저기를 드라이브한 후 점심을 save on foods 라는 그로서리에서 파는 참치 포키랑 반건조 연어져키 그리고 캘리포니아롤을 사서 그로서리 한쪽으로 마련된 다이닝에서 먹었는데 왠만한 일식집 보다도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느끼한 양식만 계속 먹다가 상큼한 점심을 아주 싼 값에 먹고 바나나랑 사과를 사서 밴프로 이동, 가는 길에 Minnewanca Lake 과 Two Jacks Lake 에도 들러보고 갑자기 도로변에 나타난 산양때들도 신나게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오후에 Banff Park Lodge 에 첵인하고 저녁이 될때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쉬었습니다. 둘째 세째날을 강행군을 한터라 네째날은 여유있게 호텔에 누워서 좀 쉬고 오후 늦게 본격적으로 밴프 시내구경을 나왔습니다. 호텔 뒤쪽이 바로 보우 리버여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다운타운도 걸어다니기에도 좋은 위치였습니다. 속이 더부룩해서 저녁은 생략하고 Banff Ave. Brewing Co. 2층 테라스에서 맥주 샘플러? 같은 작은 여섯잔의 맥주와 한국식 윙을 맛보면서 시내를 거니는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관광객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다들 표정이 행복해 보였고 과감한 옷차림과 포즈로 마음껏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여기 캐나다는 열시가 되도록 환해서 하루종일 정말 많은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다섯째날 6월 1일 드디어 Moraine Lake 이 퍼블릭에 오픈하는 날입니다. 루이스 호수만큼 아니면 더 아름답다는 모레인 호수를 캐나다 국립공원 셔틀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셔틀 출발지는 루이스 호수 스키 리조트 주차장이고, 예약한 버스는 12시 에서 1시 사이에 탈 수 있는데 일찍 도착하면 좀 더 일찍 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15분 간격, 온라인 예약으로 일인당 8불, 예약비 3불을 지불하고 셔틀을 타고 모레인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크기는 좀 작지만 루이스 호수 못지않게 아름답기 그지 없는 호수였습니다. 루이스 보다 더 날 것의 느낌이랄까... 저는 개인적으로 약간의 인공적인 멋이 추가된 것을 좋아하는지라 호텔과 어우러진 루이스가 더 인상 깊고 마음에 오래 남아 있구요, 제 남편도 루이스가 더 인상 깊었다고 하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입니다. 일출을 보기위한 새벽버스는 이미 예약이 다 차버려서 어중된 오후 버스로 다녀왔지만 일출이 아니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넣고 머리에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듯 하더니 맑게 개기도하고 흐리기도 하고 날씨는 시시각각이 달랐습니다.
계속된 양식 식사로 인해 입맛 촌스러운 저는 체한것 같은 괴로움이 심해졌고 소화제를 먹고 달랜후 드디어 서울옥이라는 한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소주 한병 추가로 남편과 잔을 부딪히고 순두부 찌개와 돌솥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속이 편안해 졌습니다. ㅋㅋ. 식사후에는 다운타운을 걸어다니다가 Casecade Garden 구경하고 보우 리버 강변을 따라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여섯째날 밴프를 떠나기 전에 유명하다는 Banff Springs Hotel 을 차로 한바퀴 돌고 Bow Falls View Point 에 들러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듣고 제스퍼로 향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Icefield Parkway 를 달려 Columbia Icefield 에 도착, 눈덮인 경치를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담고 커피와 함께 간단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작은 관광지는 손씻는 곳이 없는 간이식 화장실이라 저는 큰 관광지에서 꼭 화장실을 다녀 왔습니다. 저처럼 화장실에 까다로운 분들은 큰 관광지에서 꼭 손 씼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캐나다는 rest room 이 아니라 wash room 이라고 쓰여 있더라구요. 설상차는 큰 흥미가 없었고 스카이웍은 무서워서 둘다 생략하고 제스퍼로 다시 향했습니다.
제스퍼 가기전에 Sunwapta Fall, Athabasca Fall 에도 꼭 들르시길... 주차장에서 멀지 않고 둘러보기에 참 괜찮습니다. 밤에 잘 못자는 제게는 물소리가 제 귀와 영혼을 힐링하는 듯 했습니다.
제스퍼 다운타운 도착, Chateau Jasper 에 첵인하고 짐 풀고 바로 차를 끌고 다음날 아침에 갈 Maligne Lake 으로 향했습니다. 가기 전에 Kimchi House 라는 한식당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저녁으로 먹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고 반찬은 따로 돈내고 주문해야 됩니다. 가는 길에 있는 Medicine Lake Look Out 에 잠시 차를 세우고 물빛이 또 다른 이 호수를 감상했습니다. 주변이 나무들이 회색빛으로 변한 묘한 색감의 호수와 주변환경이 신비로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medicine lake slobs 라고 지도에 표기된 깎아지른 산을 보았는데 왜 slobs 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Maligne Lake. 다음날 아침에 크루즈를 타고 그 유명하다는 Spirit Island 를 둘러보고 싶었으나, 여태 보아온 호수들 보다 감흥이 덜한지 남편이 크루즈를 타지말자고 하는 바람에 호수 주변을 좀 걸으며 둘러보고 Maligne Lake 은 이정도에서 접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도로변에 나타난 임신한 엘크가 풀뜯는 광경과 산양 두마리가 천천히 구르는 저희차 앞으로 다가오는 사파리 아닌 사파리 같은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추천한 Pyramid Lake 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그 유명한 눈달린 자작나무도 사진으로 찍고, 어스름 저녁에 민가 뒷편 언덕에서 풀뜯어먹는 그리즐리 베어도 두마리나 보고 동영상으로 찍어 왔습니다. 우리 말고도 열대 정도의 차들이 서거나 서행하면서 다들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고, 약간 무서웠지만 이런 경험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사진: 동영상 캡쳐한 곰 두마리)
일곱째날 몸은 피곤했지만, 아침에 일찍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서둘러 첵아웃하고 Maligne Lake Cruise 대신 Maligne Canyon Trail 걷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여섯개의 다리가 있다는데 다 거쳐서 걷기에는 너무 무리라 걸을수 있는 만큼 걷고 되돌아오기로 하고 세번째 다리까지만 걷고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캘거리 호텔까지 가려면 네 다섯 시간 거리라 서둘렀습니다. 그래도 유명하다는 Fairmont Lodge 를 한바퀴 돌아보고 제스퍼 시내를 빠져나오기 전에 Bear Paw's Bakery 가 유명하다고해서 페스트리와 쿠키를 사서 점심으로 챙기고 아름다운 Icefield Parkway로 내달렸습니다. 올때 너무나 좋았던 Columbia Icefield 반대편에 빙하쪽에 가까운 곳에 차를 대고 빙하를 보며 페스트리와 쿠키를 점심으로 먹고 빙하와 빙하로 덮인 산들을 감상했습니다. 제스퍼로 향할때와 밴프로 향할때 같은 길이지만 풍경은 너무나 달랐고, 달랐지만 한결같이 가슴이 뛸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로를 언제 다시 또 와서 달려볼까 생각하면서 캘거리 첫날 묵었던 호텔로 돌아와 저희 일정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캘거리에서 마지막으로 Korean Village Restaurant 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반찬이 깔끔하고 설렁탕 순두부 찌개 다 맛있었지만 순두부 찌개는 해물이 약간 비렸던것 같습니다.
젊은날 독일 출장길에 들렀던 스위스가 너무 좋아서 남편이랑 꼭 가보고 싶었는데 유럽은 가기 싫다는 남편을 굳이 스위스까지 데려갈 필요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스위스보다 더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여행 후에 들리는 캐나다 산불 소식에 마음이 아픈데, 하루속히 캐나다 불길이 잡혀서 피해가 최소화 되길 기도하면서, 제가 다른 분들의 여행후기로 도움을 많이 받은 것처럼 제 글도 다른 분들이 여행계획을 세울때 도움이 되길 바래봅니다.
추신: 썬글라스 꼭 가져가시고, 얼굴 목 손등 팔 발목 양말 윗부분에 꼭 썬크림 듬뿍 바르세요. 눈이나 빙하가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썬크림 바르길 등한시 했던 손등과 발목 윗부분이 불에 데어 딱지 앉은 것 같이 새까맣게 탔어요. 양말도 쿠션있는 것으로 준비하시고 신발도 하이킹이나 트레킹 슈즈 꼭 신으셔야 발도 안아프고 미끄러지지도 않아요. 생각보다 많이 걸어다니게 되거든요. 하루에 이만보 정도나 그 이상. 흐린날 모레인 호수나 빙하가 있는 곳은 추웠어요. 가벼운 패딩도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월말에서 유월초에 여행 하신다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