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무언가를 계기로

나름 작심한 게 있어서

 

인공 합성 화장품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 세월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7년? 8년?

 

손가락으로 꼽기도 버거울 세월이 되었다.

 

문득,

화장품과의 인연을 돌아보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화장품을 접했던 때는?

 

기억도 까마득한,

 

내 나이 대여섯살 무렵 어느날?

(물론, 기억 안난다. 엄마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엄마의 앉은뱅이 화장대 위 빨간 루즈.

입술에 진하게 문대고 마당에 나가 뛰어노는데

밖에 나갔던 엄마가 문을 들어서다가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딸래미 입술이 어디 부닥쳐 찢어진줄 알고.

 

그 때 엄마가 이랬다고.

 

"가스나, 커서 뭐가 될라꼬!"

 

그로부터 강산이 서너번 바뀌고

그 '가스나'는 미국 어느 구석에서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고 있다....

 

그러고보면,

아이들 키울 때 어느 한순간도 의미없는 때가 없는듯하다.

 

뭔 얘기를 하다가??? ^^

 

아, 화장품을 처음 접했던 때~~.

 

모르긴 몰라도

스무살 무렵이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돌이켜보면

뭘 어떻게 어디를 왜

 

발라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찍어' 바르기 시작한 거 같다.

 

성분?

 

그런 건 따져본 기억이 전혀 없다.

그거야 화장품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고.

 

아, 아마도 그 시절 소피마르소나

이영애가 찍어바르고 나오던 화장품을 집중적으로 썼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그 즈음의 나도 '모델료'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걸 몰랐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정말로!!

 

소피마스로나 이영애가 '그' 화장품을 쓴다고 믿었던 게 분명하다.

 

그녀들처럼 예뻐지고 싶어서

나도 '그' 화장품들을 발랐다...

 

그러다 나이들면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기타 등등의 이유로

 

'성분'을 따지기 시작했다.

 

내 얼굴에, 내 몸에 바르는 건

'먹는 것'만큼 건강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대체 그동안 나는 내 몸에 뭘 '먹인' 거야???

 

성분을 따지고부터는

오메...무서웠다...

 

도대체 그 안좋은 것들을 왜 그렇게 넣어대고,

도대체 그 안좋은 것들을 왜 그렇게 발라댔는지...

 

알면 알수록 무서워서!

 

그냥 모르고 싶기도 했다, 정말로.

 

성분을 다 따지기도 힘들고

영어도 많아서

일단은

 

mineral oil

paraben

SLS

parfume

talc

인공색소

 

이런 것들만이라도 집중적으로 피했다.

(완벽하게는 못피해도 신경은 무지 썼다)

 

이런 것들은 정말 '인공 합성계' 화장품 성분의 대표주자들이라

얘네들이 안 들어가면

일단 그 화장품은

'착한' 성분이 그래도 쫌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소피마르소, 이영애, 김희선 등 당대 최고의 미녀들을 내세웠던

화장품들을 멀리하고부터,

 

내 피부의 변화가 생겼다.

 

7년이면 이제 확실히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뭐든 한 두 달, 1년새 변화를 이야기하기는

섣부른 감이 있다.

 

'변화'란 정말 몇 년은 두고봐야 할 거 같다.

 

지난해, 올해 피부만해도 다르니까 말이다.

 

결론은 이거다.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만 걸쳐도 빛나던 스무살 시절,

그때보다 곱절을 살아온 지금.

 

내 피부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진짜다.

 

내 스무살 시절에는 여드름이 너무 많이 나서

30대 초반까지 여드름과 씨름하느라

'피부' 이야기만 나와도 쥐구멍.

 

30대에는 그때 여드름때문에 커진 모공 때문에 또 씨름.

 

그런데 절대로, 결단코 작아질 수 없다는 모공도

확실히 줄었다.

 

왜?

 

인공 화장품을 쓸때는 정말 화이트/블랙헤드를 지겹게 짜댔다.

안 짜면 안되었다.

뻔히 보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모공은 크다.

 

근데 남들 정도 된다.

 

그리고!!

 

한달 전부터 스무살 이후 처음으로 맨얼굴로 다닌다.

 

눈썹그리고,

블러셔 좀 하고,

입술만 바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화장한 줄 안다.

피부화장도 한줄 안다.

안했다고 하면 얼굴을 막 만져본다.

 

뭐, 그렇게 내 얼굴이 곱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칙칙하거나

각질이 일어나있거나

건조작렬하지 않는다.

 

그런게 잘 안되니,

화장으로 가려보려고 애를 쓰는 건데,

 

적당히 촉촉해보이고,

적당히 피부톤 좋고,

모공도 흉하지 않은 수준이니

 

피부를 답답하게 덮어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건 인공 화학 합성 화장품을 멀리하고

'내추럴'한 성분을 꼼꼼하게 따져본 노력의 댓가같다.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아마 인공 합성 화장품을 지금껏 계속 썼다면,

지금 내 피부보다 분명 나빴을 것이라고.

 

결론은 간단하다.

 

피부가 좋아하는 걸 주면 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몸이 좋아하는 걸 주면 된다.

 

혀끝이 좋아하는 걸 주기보다,

피부 거죽만 잠시 예뻐보이는 걸 주기보다,

 

내 몸이 좋아하고,

내 속이 좋아하는 걸 주면,

 

피부는 자연히 예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