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 구리무의 부활
졸리의 화장대가 이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덜어내고 홀가분해진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솔직히 화장품에 대해서는 순수한 소비자 입장밖에
안 되는 졸리가 화장품에 관한 칼럼까지 쓰고 있는 건…
순전히 ‘많이’ 사 발랐기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는 친구들이 립스틱 수집가라고 부를 만큼,
지나가다 예쁜 색감이 눈에 띄면 백화점, 화장품 가게, 길거리 리어카
가리지 않고 립스틱을 줏어 모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몇 번 바르고 내다 버린 립스틱만 되모아도
한 트럭은 솔찮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돈 아까웠다는 후회보다는
그 질 안 좋은 화학 합성물 덩어리를 죄 바르고 빨고 먹고 다녔다는 게….
자다가 생각해도 임신 4주에 들어선 여인마냥 헛구역질이
올라오려고 한다.
뭐…립스틱 뿐이랴.
단색으로 좀 팔아주면 목에 가시가 돋는지 그 때만 해도 아이새도우는
반드시 서너개씩 무리지어 출시되었다. 그래서 맘에 드는 색 하나 끼어 있다는,
이번에도 근검 절약과는 만리장성 쌓은 몹쓸 이유를 들이밀고
마구 마구 긁어 모았더랬다.
역시, 길거리표도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쥐~.
아버지한테서 용돈 받아쓰던 눈치보이던 시절과 작별을 고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내 돈 주머니가 생긴 이후로 맘 편해지고부터
졸리의 화장품 긁어 모으기에는 더 스피드가 붙었다.
20대에는 색조에 광분했다면…
하긴, 그 때는 암 것도 안 발라도
피부에서 광채가 나던 시절이었으니까…아, 옛날이여!
30대에는 눈가에 희미하게 잔주름을 발견하고 허걱!한 이후로
부지런히 기초 화장품을 줏어 모았다.
그런데 당췌 이 기초 화장품이라는 게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어떻게 된 게 양이 적은 제품일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이따만큼 큰 병에 든 스킨은 그나마 참아주겠으나
새 모이통보다 더 조그만 아이크림 한 통에 10만원이 넘어가기 예사였으니…
화장품을 고르는 안목이 쌩초보였을 수밖에 없는
새내기 기초 화장품 buyer로서
졸리가 선택했던 기준은 역시나 절약 근검정신과는 만리장성 쌓아올린
몹쓸 기준, 바로 ‘가격’ 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무조건 비싼 게 더 낫것지, 하모!
도대체가 성분에 대해서 뭘 하나 알지도 못하면서
소피 마르소가 들고 웃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냉큼 백화점으로 달려가
그 화장품을 샀고,
발라보니 무지 촉촉하더라는 옆 집 언니의 말에 솔깃해서
또 소피마르소가 들고 웃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샀던 영양크림은 내던져 버리고…
솔직히 말해서, 졸리는 불과 1여년 전만 해도….
기초 화장품을 바닥이 드러나게 다 쓰고 쓰레기통에 내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비단 졸리뿐만이 아닐 것이다.
중간쯤 쓰고 나면 왠지 잔주름은 더 생기는 것 같고,
이거보다 나은 게 꼭 있을 것만 같고….
그 시대…
즉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화장품 다이어트란 불가능한 콘셉트인지 모르겠다.
그 때도 지금에 비해 양은 상대적으로 적을지언정,
분명 ‘정보’는 존재했다.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등등을 통해
우리는 정보를 접했다. 그런데 그 정보란 게 누구로부터 주어진 것이었던가?
그렇다! 바로 화장품 회사다.
그게 유일했다.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소비자 리뷰’라는 획기적인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바로, 객관적인 화장품 선택 기준이 생긴 것이다.
화장품 회사들이 쥐고 흔드는 대로 코뚜레 꿴 소처럼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의지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생겨 난 것이다.
인터넷 만세!
인터넷 이전 시대에 화장품 다이어트가 불가능한 콘셉트였던 이유는
유일한 정보원인 화장품 회사가 화장품 다이어트와는 정반대인
화장품 살찌우기에만 급급했던 때문이다.
태초에는 비누만 있었노라.
그러나 크림 클린저가 나왔노라.
그러다 폼 클린저가 나왔노라.
그러다 젤 클린저가 나왔노라.
그러다 워터 클린저가 나왔노라.
그러다 오일 클린징이 나왔노라.
다음에는…뭐가 나올꼬~.
하지만 그대는 알고 있는가?
이 모든 클린저는 화장품의 유분기와
피부에 꼭 필요한 좋은 피지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모든 화장품 회사들은 이 모든 클린저를 출시하면서
“모공 속까지 확실히 청소해 드립니다.”
아우성쳤다.
그 누구도
“아울러 피부의 수분 유출을 막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피지까지 박박 벗겨냅니다.”
라고 덧붙인 회사는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하나도 모자라 클린저만 해도 몇 가지.
교활한 화장품 회사들은 불리다 불리다…
이젠 스킨까지 나누어 팔기를 한다…
아스트린젠트라는 기기묘묘한 이름을 갖다 붙여서…헙!
크림에다 물 좀 더 타서 로션 이름 달아주고,
로션에다 엣센셜 오일 좀 더 타고 에센스 이름 붙여주고,
그 뿐인가?
크림의 나누어 팔기는 어떤가?
데이크림, 나이트크림, 수분크림, 아이크림, 목크림, 영양크림,….
도대체 데이크림과 나이트크림의 차이는 무엇인가?
유분이다. 즉, 기름이다.
그 외에는 차이나는 성분이 단 한가지도 없다.
혹가다 데이크림에 자외선 차단제를 섞기는 하겠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충직하게도 데이크림 떨어졌을 때
나이트 크림 바르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맨발로
데이크림 사러 뛰어나가곤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야기가 우짜다가 이렇게 길어졌는지…
결론을 말하자. 기다리던 분들 목 빠진다.
졸리는 현재…
저녁에 화장 지우고 스킨 바르고 아이크림 바르고
‘동동구리무’ 하나만 바른다.
혹시, 동동구리무가 생소해서 ‘그게 어느 브랜드예요?’하고 물어오실 분이 계실 경우를 대비하야~
동동구리무=영양크림
졸리가 밤에 화장 지우는 순서부터 마무리까지
그 모든 과정과 각각의 브랜드는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할 에정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