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잉? 덜 바르니 더 촉촉해

 

한 반년 전부터 화장품의 수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현찰 구경하기가 떠난 님 얼굴 보기보다 더 어려운

이노무 불경기가 한 몫,

피곤한 밤에 씻는 것도 고역인데

씻고 발라야 할 기초 화장품이 대여섯가지니

그거 줄지어 문지르다 꿉뻑꿉뻑 졸기도 수차례…

에고 에고…

 

거기다 결정타는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졸리 컬럼 쓰면서

이전보다 더 손가락 땀나게 자료 서치하다가 뒷골 땡기게 놀란

화장품 제조의 실태가 제일 큰 몫했다. 

도대체가 돈 들어, 시간 들어 이 많은 거 다 발라야 하나…

한숨 푹푹 쉬고 있던 차에 더할 수 없이 맘에 드는

완벽한 ‘핑계’가 생긴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기초 화장품은

결코 화장품 회사가 시키는 대로 다 바를 필요없다.

김치는 백김치, 동치미, 풋배추 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포기김치, 막김치, 갓김치…다 같은 김치 종류지만 그 각각 자기만의 빼도박도 못할 특별하고도 비상한 특징을 갖고 있지만 김치 종류만큼이나 많으려고 똥폼잡는 기초 화장품은

결코 그런 주제가 못 된다.

하모, 결코 못 된다.

 

왜?

그 많은 기초 화장품의 차이란 좀 심하게 말해 ‘점성’의 차이 뿐이니까.

물론, 화장품 회사에서는 억울해할 소리다. 그 많은 돈 들여 연구소까지 세우고 연구원에게 억대 연봉 줘가면서 만들어낸‘작품’을 이렇게 폄하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일개 소비자지만 졸리는 이리 말하고 싶다.

연구원은 억대연봉, 모델은 수십, 수백 억대 연봉 아니냐고 말이다.

정말‘작품'이라면...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그렇게‘포장’에 열 올릴 필요가 있을까?

 

 그 화장품 주야장창 발라서 정말 피부가 좋아지고

주름이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면

굳이 수십, 수 백억대 연봉의 모델-사실은 그 화장품을 바르지도 않는-

없이도 우리는 얼마든지 사주고 발라줄 용의가 있다고 말이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화장품은 바르면 바를수록 피부가 늙어지고

건조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자꾸만 더더더더 많이 바르게 된다.

누구 좋으라고...?

 나이 40줄에 들어서보니 딱 알겠다.

과연 내가 로션만 바르고 다니던 20대 초반처럼

지금까지 줄창 로션 하나만 발랐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내 피부는 10년 넘게 주~욱 스킨, 수분 세럼,

수분 크림, 데이크림/나이트 크림, 아이크림을

  하나도 안 빼놓고 목숨처럼 순서 지켜 발라온 지금하고 아주 다를까?

 

학교 다닐 때도 남들 다 하품하는‘도덕’시간을 무지하게 좋아하던

이상한 학과목 애착증을 갖고 있던 만큼,

나는‘질서’를 아주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울 엄마 말만 빼고

어른이 시키는 말은 아주 잘 듣는 어린이요, 청소년이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서도 나는 화장품 회사들이 나눠주는

‘향장’같은 책자에서 시키는 대로

말을 참 잘 들었다.

 

그런데 지금 졸리의 피부는 어떤가?

그냥 내 나이 그대로, 40대 초반으로 본다.

방송용 멘트에 후한 사람들은 그나마 30대 중반 정도로 봐준다.

짙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제 제리 제대로 잡고 텃세부리기 시작하는

눈가주름, 다크서클, 늘어진 모공,…

 

화장품 회사가 시키는 대로 말을 참 잘 들었는데 이 모양이면…

말을 안 들었다면 내 피부는

지금쯤 큰 손주 본 젊은 할머니 피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한동안 대답을 찾을 수 없어 고심했지만 이 컬럼을 죽 쓰면서

자료를 열심히 뒤지면서 공부하면서 나는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

 

“아니다!”

라고 말이다.

 

그동안 세정제를 포함한 기초 화장품들은 내 피부를 개선시키고

보호해 준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내 피부를 개선시키고 보호해 주는

내 피부 기능을 둔화시키고 원활한 활동을 막았다.

그러고서 화려한 포장과 모델을 내세워 시끄러운 공약을 내세우며

자기가 원래 내 피부의‘놀라운’기능대신

더 대단한 기능을 하는 양...

 

그 어떤 화장품도 우리의 진피층 기저까지 들어가

근본적인 피부의 세포 활성화를 돕지 못한다.

그건 우리 몸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몸이 노화되면서 그 기능도 둔화되지만)

 

그저 겉에서 물과 합성 폴리머로 피부를 부풀려 모공이 좁아든 것 처럼,

주름이 옅어진 것처럼 착각하게 할 뿐이다.

진짜 모공이 좁아들고 주름이 옅어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물과 기름을 쉽게 섞는 합성 계면활성제는

피부 표면의 피지막, 각질층을 허문다. 가차없이 허문다.

이렇게 합성 화장품은 우리 원래 좋은 피부를 망가뜨려 놓고

자극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우리 피부에다

또다시 피부의 기능을 방해하는 

합성 홀리머, 방부제, 인공 색소, 향료 등을 겹겹이 두르게 했다.

쉽게 말해서 피막을 벗겨낸 피부에 임시로 무언가를 덧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느낌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 피부가 근본적으로 복원 기능을 상실해 버리면

 아무리‘땜빵질’을 해도 문제를 가릴수 없는 순간이 온다….

 

이건 뭐…병 주고 약주고도 아니고...병 주고 병 주고인가?

 

아주 오래 전,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동경한 고대 그리스 여인들도

물과 기름을 섞어 나름의 영양크림이란 걸 썼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붕사인가 하는 천연 계면활성제를 썼다고…

 

졸리는 거기서 기초 화장품 다이어트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미 오랜 합성 화장품 사용으로

피부의 원활한 세포 활성화 기능을 상실한 내 피부에

아무 것도 안 발라주기에는

이 또한 병주고 병주고 또 병 주는 못된 짓하는 거 같고…

뭘 바르긴 발라야 할텐데…

적어도 합성 폴리머 등으로 순간적인 눈속임을 하는

 화학 화장품은 아니어야 하겠다는 결론이었다.

 

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는 사람 위해서

메이크업은 안 할 수가 없기에…

그 독한 메이크업을 지워주는 세정도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가슴아픈

 현실이므로…

 

메이크업을 한 날, 졸리는 저녁에 이렇게 바른다.

 

1.     스킨으로 PH 복원

2.     아이크림

3.     동동구리무

    *일주일에 두 번은 각질 제거와 마사지.

   스킨 헤어 비타민 복용

   야채, 과일, 물 충분히 섭취

 

이렇게 바꾼지 약 두 달…

 

화장품 회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발랐을 때보다

내가 느끼기에도 피부가 한결 덜 건조하다.

덜 건조하니 바르는 양도 자꾸만 줄어든다.

당연히 쓰는 돈도 준다...

솔직히, 한 달에 화장품 구입에 들이던 돈이

엄청났다. 그런데 지난 달에는 단 하나도 하지 않는 졸리 평생

신기록을 세웠다.

화장품 다이어트 만세!

 

잔소리가 너무 길어서 본론이 짧아져버렸다.

본론 부분은 할 이야기가 많으니 다음 회에 아주 자세하게 하나하나 풀어서 공개하려 한다. 이왕이면 제품 사진까지도…

곧 돌아올 터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아주시길…

 

지난 주 어떤 갑작스런 죽음으로 설거지 하다 말고 먼산 쳐다보고

길가다 좀 큼지막하다 싶은 돌멩이만 봐도 그 분 섰을 바위가 생각나고…

글을 쓰는데도 마음이 잘 잡히지가 않아 내용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그리고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이젠 천국을 거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