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백대전...멜라닌이여, 내 칼을 받아라

 

눈부신 햇빛 부서지던 여름이 지난다.

이제는 부쩍 소매 길어진 셔츠 입고 노란 색 물들이는 낙엽을 즐길 차례다.

 

가슴팍에 책 한 권 끼고 근처 호수라도 찾아볼까....하다가 현관 나서기 전 마지막 점검으로

거울을 본다. 그러다 엥이...일껏 품은 여유로운 마음을 접고 만다.

눈부시게 황홀했던 지난 여름이 남긴 몹쓸 흔적...

기미, 주근깨, 검버섯, 여드름 자국...기타 등등 잡티들.

기분 완전 꽝된다.

 

가을 날, 어디 한적한 호숫가라도 나가서 읽으리라했던 그 소설책을 열어보라.

아마도 첫 구절이 이리 시작될 지도 모른다.

 

새하얀 눈송이마냥 희디흰 피부, 앵두같은 입술...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여주인공은 모두들 백설공주와 피를 나눈 게 분명한 ‘백설’ 피부의 여인이지,

어딜 봐도 건강한 ‘구릿빛’ 피부나 기미, 주근깨, 검버섯이 드문드문한

잡티 피부의 여인은 없다.

 

여자는 백옥같이 희고 깨끗한 피부를 원한다.

남자도 원한다.

아이들도 원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 엄마는 피부가 얼룩 덜룩해요!”

하면서 자랑스러워할 아이가 어디 있으랴?

 

도대체 여름 뒤끝만 되면 얼굴을 얼룩 덜룩하게 만들어 놓는 이 몹쓸 것들의 정체는 뭐란 말인지?

 

피부 잡티의 주범은...

 아기 분유에도 들어있다는 그 무시무시한 ‘멜라민’과 이름도 비슷해서 헛갈리는 ‘멜라닌’이란 녀석이다.

 

영어로는 ‘melanocyte’.

우리 피부 표피층 가장 아래 부분에 존재하는 멜라닌 세포는 우리 피부에 필요한 색소를 나뭇가지 모양의 돌기를 통해 피부 곳곳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멜라닌 세포는 무조건 몹쓸 녀석이라 욕만 먹어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자외선으로부터 우리의 연약한 피부를 보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햇볕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그 숫자가 급속히 증가해 크기도 커지고 반갑지 않은 멜라닌 색소까지 과다하게 만들어 낸다는 게 문제다.

 

그로 인해 피부에 멜라닌 색소의 분포가 일정하지 않게 되면 얼룩덜룩한 갈색의 반점들로 드러난다.

이 때, 운 나쁘게 피부에 염증이라도 있다면 자외선 노출로 더욱 많은 양의 색소가 진피에까지 쌓여 색소 침착 현상을 가져와 피부에 잡티를 남기게 된다.

 

그렇다면 여름 뒤 끝에는 늘 멜라닌과의 전쟁 한 판을 벌여야 할 참이다.

과연 이놈의 전쟁에서 이겨 얼룩덜룩한 피부를 하얗게 만들, 즉 ‘미백’의 방법은?

 

전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제1전술: 멜라닌 생성 억제

 

피부 잡티의 주원인인 멜라닌을 아예 싹부터 밟아버리는 전술이다.

팍팍팍! 어째, 어린 싹을 밟자니 좀 치사한 듯 하기는 하지만...

상대는 몹쓸 멜라닌이다. 상대 봐가면서 싹 밟는 거 치사함을 따져야 한다.

멜라닌의 싹을 초장부터 짓밟는 데는

비타민 C, 감초 추출물, 알부틴, 뽕나무(닥나무) 추출물이 한몫한다.

비타민 C는 먹어서 보강하는 것도 좋다. 물론, 바르기까지 한다면 양방공격이 된다.

양방 공격에 지깐게 힘쓸라고?

 

제2전술: 멜라닌 이동차단

 

어찌어찌하다 멜라닌의 싹을 초장부터 밟는 데 실패했다면?

아뿔싸! 이미 멜라닌은 생성되고 말았다. 이런, 이런....하지만 백기는 시기 상조다.

아직 때는 늦지 않았다.

생성된 멜라닌이 곰질곰질 피부표면으로 올라와 기미, 검버섯 등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으면 된다.

쫓아라! 녀석은 멀리 가지 못했다!

멜라닌의 이동 경로를 차단시키는 성분으로는 비타민 B3, 대두 추출물 등이 있다.

 

제3전술: 멜라닌 배출촉진

 

뭐하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꼬? 멜라닌이 생성되어 피부 표면으로 곰질곰질 기어 올라오고 말았다.

흐어흐어...

그래도 아직 도망갈 때는 이르다. 아직 써 먹어 볼만한 전술이 남아있다.

우리 피부가 갖고 있는 막강 재생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테면...

지원병 요청?

피부 재생 기능을 촉진시켜 이미 피부 표면으로 올라온 멜라닌들을 피부 각질과 함께 벗겨내는 전술이다.

벗겨내자, 벗겨내자. 싹싹싹! 지깐 게 안 떨어지고 배겨?

멜라닌을 벗겨내는 성분으로는 AHA(알파 하이드록시산), 리놀레익산 등이 있으나

피부 자극이 있을 수 있으니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삼가고

 이런 성분을 사용할 때는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눈치 챘겠지만...마지막 힘에 부치는 싸움이긴 하기 때문이다.

안간힘을 써야 할 때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 녀석의 힘이 너무 막강해졌다...

 

제4전술: 멜라닌 전환

 

몹쓸 녀석이자 적군인 멜라닌에는 검은색 멜라닌인 ‘유멜라닌’과 흰색 멜라닌인 ‘페오펠라닌’이 있다.

이 중 우리의 백옥같은 피부에 잡티로 드러나 피부를 얼룩 덜룩하게 만드는 것이 유멜라닌이다.

제 4전술은 이 검은 유멜라닌을 흰색인 페오멜라닌으로 전환시키는 전술이다.

일테면...적군 변신술?

별 희한한 전술도 다 있다. 내가 변신하는 전술은 들어봤으나 적을 변신시키는 전술은 처음....

아무튼 적을 희게 변신시키면 내 피부의 얼룩덜룩함은 막을 수 있다.

그런 변신을 가능케 하는 성분으로 리포익산이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미백 제품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몇 백개? 몇 천개?

그 대부분의 제품들은 그러나 위에서 말한 성분들을 위주로 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미백 제품들에는 ‘하이드로퀴논’이라는 유독한 성분이 들어가 있다.

미백의 천연 성분으로는 ‘뽕나무 추출물’이 단연 최고지만 그 효능은 ‘하이드로퀴논’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하이드로퀴논의 기능은 탁월하다. 그러나 이걸 아시는지?

 

더 빠른 시간에, 더 하얗게 만들어주는 것일수록 유독하다는 사실을?

하이드로퀴논은 반드시 농도 2% 이하만 사용해야 하며 5%이상을 사용하면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하이드로퀴논은 그 유해성으로 말미암아 이미 유럽 국가들에서는 화장품에 사용 못하도록 조치되기도 했다. 미백 화장품 라벨에 하이드로퀴논이 포함되어 있되, 그 함량이 나타나 있지 않다면 사용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다음 회에서 자연 미백 요령과 안전성이 검증된 미백 크림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