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광 메이크업은 처음 하는 거라 그런지,

처음 대하는 개념의 메이크업이라 그런지,

전문적으로는 아니어도 6개월간

메이크업 코스를 밟은 나로서도 쉽지 않았다.

 

메이크업은 처녀적 방송일을 아주 잠깐 할 때, 메이크업을 받기도 하고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하는 거 구경도 하고, 그녀들의 ‘비품’들을

컨닝도 하고...어디다가 직접 적으면 남사시러버서 머릿속에

그 어려운 화장품 이름들, 브랜드 외우느라고 혼났는데...

집에 오면 뭐 대부분 맨 앞글자하고, 맨 뒷글자 정도 밖에

생각 안 났지만...

 

그녀들은 들으면 다 아는 브랜드나 뭐 그런 걸 갖고 다니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아니, 브랜드도 아예 안 써져 있는 것들이 더 많았던 거 같다.

이유는...메이크업 전문으로 하는 누가 만들었다...외국에서 직접 샀다...

뭐 그런 거였는데...출처는 죽어도 안 갈켜주고...

그 때가 벌써 언제던가...10년도 더 넘은 이야긴데...

암튼 난 그 때 메이크업 해 주던 한 ‘그녀’가 불쌍하다고 적선해 준

메이크업 붓 두 개를 아직도 쓴다(하나는 화데용, 하나는 아이새도우용)

 

다 지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물광 메이크업을 한 번 해보겠다고 설쳐대변서 그녀들의 남다른 손놀림이

사무치게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눈감고 계세요. 가루 들어가요.”

이러고 딱 3분만 지나면...내가 한 시간도 넘게 걸려도 못 만들어 낼

‘분장 얼굴’을 만들어내니깐 암튼...

 

물광 메이크업이 쉽지 않은 이유는...

보기에는 ‘쌩얼’메이크업처럼 보여서 바르는게 별로 없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인터넷 뒤지고, 친구 중에 전직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어

물어보고 정리하고 내 얼굴에 직접 해 본 결과...

 

바르는 거 결코 적지 않다.

더 많으면 많았지...

 

더 많으면 많은 이유는...컬러 메이크업은 아니다.

기초가 더 추가되기 때문이다.

 

물광 메이크업의 기초는 보통 우리가 하는 스킨, 로숀, 데이크림, 자외선 차단제,

화운데이션에다가 앞 쪽으로, 또 뒤쪽으로 몇 개가 더 추가된다.

일단 앞 쪽으로는 ‘미스트’같은 수분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로숀, 데이크림 중 하나만 바르고, 대신 에센스를 듬뿍 바른다.

물론, 이 때도 수분 에센스, 수분 로숀을 써줄수록 효과가 난다.

 

자, 이 정도는 집에 있으리라....미스트가 없다고라?

화장품 중에 제일 싼 축에 들어가는 게 이 미스트다...

물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정 화장하기 전에 뿌려주면

건조한 겨울에 좋다.

 

나는 홀푸즈에서 산 유기농 화장품 중에서 젤로 싼 걸로

골라 쓴다. 그래서 그 때마다 브랜드가 바뀐다.

 

그럼, 뒤에는 뭐가 추가되느냐...

 

물광은 색조를 많이 죽여야 한다.

광나는 피부톤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이기 때문에 ‘때깔’ 세우면

물광 효과가 줄어든다. 잊지 말자.

 

물광 메이크업을 해본답시고 제품을 몇 개 사보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 리턴했다. 왜냐...한 두 개 제품 추가한다고 해서

물광이 제대로 표현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물광 화운데이션, 물광 비비크림...하면서

뭐 무지하게 많은데 절대 그거 하나만으로

물광의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제대로 하려면 또 돈 수억 들여야 한다.

우선 피부 관리부터...

가뜩이나 연말에 주머니 사정 얄팍하구만....

 

일단,

집에 있는 것만으로 일단 물광 메이크업 표현이 되는지 시험해보자!

 

자, 지성이건 건성이건 말 많고 소문 많은 물광을 한 번 흉내나 내보자.

 

기초단계/ 그 전날 할 일

 

1. 각질 제거하자. 집에 있는 거 아무 필링제품으로.

2. 수분 마사지나 팩해주자(제발 사지 말자. 집에 굴러다니는 거 하나씩은 다 있다.

없으면 우유라도 거즈에 듬뿍 묻혀 올려두자)

3. 다른 날보다 수분크림, 에센스 듬뿍 바르고 자자.

 

당일 할 일

 

1. 세수하고 나서 미스트를 듬뿍 뿌리고 손으로 흡수되게 톡톡 두들겨준다.

2. 에센스를 바른다.

3. 메이크업 베이스(물광 베이스라고 해서...쉬머링 베이스 제품이 따로 있지만

일단 집에 있는 거 그냥 바르자).

4. 뻑뻑한 화운데이션 말고, 묽은 거에 수분크림을 좀 섞어서 발라준다.(그래서

기초에서 영양 크림을 생략했다). 여기서, 눈치채겠지만 잡티, 주름, 모공...

이런 피부는 속살 많이 드러난다는 거 각오해야 한다. 너무 심하다 싶으면

컨실러를 발라준다.

5. 자, 이 단계에서 대부분 파우더를 발랐겠지만 물광은 파우더를 쓰지 않는다.

파우더로 한 뽀샤시 화장의 반대 개념이 촉촉 물광 메이크업이라는 걸 잊지 말자.

6. 하이라이터를 바른다(요거이, 메이크업 쫌 한다하는 사람들은 다 있을 것이다.

저 하얀색은 뭣에 쓰는 물건인고...했던 게 바로 하이라이터다...이마와 콧등, 양 볼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거다. 얼굴이 훨씬 입체적이 된다. 색조를 상대적으로 많이

쓰지 않는 물광 메이크업에서는 특히 하이라이터로 입체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

6. 쉼머, 글로우, 글리머, 루미너스...어쩌고 하는 제품 있으면 다 꺼내보자.

크림 타입이면 화데에 섞어 바르면 된다. 파우더면 지금 바르면 된다.

다만 물광이 죽지 않게...살짝만 터치한다...

바비브라운의 쉼머 브릭이 여기서 제몫한다. 베네틴트의 하이빔도 화장대 서랍에서 굴러다니고 있으면 숨 쉬게 해주자. 베네틴트의 닥터 필굿도 잘만 쓰면

물광에서 모공 가리는 데 효과 볼 수 있다. 다른 모공제품보다 닥터 필굿이

‘광’나는 느낌이 좀 더 나기 때문이다. 아, 맥의 애물단지, 스트롭 크림도 메이크업

베이스 단계에서 듬뿍 발라주면 효과 볼 수 있다.

7. 자, 거울 앞에서 서서 파우더와 트윈케익을 바르지 않고 ‘광’을 내 본

자신의 피부 상태를 확인해 보자. 주름이나 잡티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은가?

모공이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은가? 5년은 어려 보이는가? 광나는 게 물광같은가,

유광 같은가?

 

나는 모공이 큰 복합성 지성이라 물광은 별로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광을 좋아하긴 한다.

일단, 화장 수정이 별로 필요 없다.(기초로 메이크업을 해 준 상태기 때문에)

파우더나 트윈 케잌을 안 쓰니까 차라리 주름이 덜 생겨 보인다.

피부가 곱다...는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확실히...생기는 있어 보인다.

 

물광이라도 색조를 하기는 한다.

아이새도우는 베이지나 옅은 갈색으로 살색보다 조금 짙은 느낌,

입술은 글로시한 느낌의 안나수이가 딱이다.

안나수이 팟 루즈 투명(바르면 붉은 색 나는 거. 틴트 개념이라 지속력이 좋다)을

바르고 색이 올라오면 이전에 추천했던 걸액틱 립글로스 비핑크를 발라준다.

 

오늘 화장 이쁘다...는 소리 한 두 명이 하긴 했다.

 

요즘같은 귀차니즘 시대에 그냥 한 두 개로 물광 효과 흉내라도 낼 수 없나요?

있긴 있다...하지만 충동구매를 부추기게 될까봐 염려된다.

 

그래서 일주일 쯤 뒤에 ‘짝퉁 물광’이라도 가능한 걸로

추천이 아니라, 소개해 줄 수는 있다.

내가 안 써본 것도 있으므로...분명 소개다...이런 것도 있다는...

 

일단, 물광을 먼저 직접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