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면 끝! 스피드 메이크업

내가 ‘스피드 메이크업’을 즐기는 시간은...

외출 않을 때이다.

외출하는 날은 아무래도 ‘정식’ 화장을 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나이다보니 쌩얼도 준쌩얼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적법행위’가 아닌 듯 하여...화장을 안하고 나가면 뭐 죄짓는 기분이 들기까지 하는 건...왜일까?

 

하긴,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만난 아는 학부형.

매일 곱게 가부끼 화장하고 귀걸이, 다이아 반지, 안 빼먹는 사교 매너를 과시하시더니

자다깨서 부스스 머리를 하고 정말 눈곱만 뗀 얼굴을 내게 들키더니

귀밑까지 새빨개져서는 얼굴을 들지 못하더라는...

죄인도 그런 중죄인이 없어보였다. 뭐, 그럴 것까지야...슬프도다.

외출을 하지 않을 때도 나는 화장을 한다.

스피드 메이크업을 한다.

왜? 오다가다 화장실서, 거실서 흘끔 거울을 쳐다보면 그 속의 내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편은 무슨 죄인가? 쳐다봐도 욕 안 먹는 유일한 ‘여자’인

내가 눈곱만 뗀 얼굴로 파자마 차림 그대로 ‘잘 다녀와’, 피곤에 찌든 얼굴에 츄리닝 차림으로 ‘왔어?’....으...정말 나라도 안 쳐다보고 싶을 것 같다.

그래서 외출 예정 없는 날, 나는 스피드 화장을 한다.

한 듯 안한 듯...하지만 분명히 한 거 맞는...

그리고 ‘스피드 메이크업’의 가치가 살아날 때는 바로, ‘급할 때’이다.

살다 보면 급히 뭐라도 찍어발라줘야 할 때가 반드시 있다.

그 종류를 다 읊다보면 하루해가 다 갈 테니...구체적인 걸로 하나만 들어보자.

하루 종일 집구석에서 뒹굴었는데 남편 친구 부부가 지나가던 차에

혹시 잠깐 들러도 되겠냐고 전화가 왔다...남편이 당장 오라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대부분 그럴 때 입술에 빨강 도장 찍어주는 걸로 스피드 메이크업을 완성하는데

거기다 조금만 더 투자하면 화장 잘 못하는 사람의 정식 화장 못지않다.

급히 찍어 바르는 건 그래도 이뻐 보이자는 게 목적이니만큼,

그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해 보자. 1,2분 더 투자해서.

하루 중 1,2분이면 뭐, 그리 아까워 손 부들부들 떨 시간은 아니므로...

스피드 메이크업은 약 5분 걸린다.

여기서 ‘5분’의 의미는 세수다 하고 기초다 바르고 순수하게 메이크업에만

들어가는 시간이다. 오해 없길 바란다(집에서 뒹굴었어도 설마...이닦고

세수하고 기초는 발랐을 것이므로...).

자, 먼저, 1부는 스피드 메이크업의 준비 과정이다.

스피드 메이크업을 위해서는 우선 장비가 필요하다.

아니, 그보다 먼저 ‘세팅’ 작업이 필요하다.

화장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찍어 바르는 시간이 길어서라기보다

뭐 ‘찾다가’ 시간 다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잘 보면, 화장대만큼 지저분한 공간도 없다.

화장품이며 화장 도구들이 크기, 규격이 다 제각각이니 아무리 정돈 잘해도

들쭉 날쭉 뭐가 지저분해보인다.

거기다 종류는 또 울매나 많은가 말이다...

스피드 메이크업의 생명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단축하려면 내 손이 닿는 거리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스피드 메이크업이 언제라도 가능할 수 있도록

스피드 메이크업 도구들만 따로 세팅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그만 플라스틱 박스같은 거에다 한꺼번에 쟁여두면 편하다.

마음이 급하면...평소 잘 보이던 아이래쉬 컬러,

아이라이너, 립 라이너 모두 어디 갔는지

앞에 두고도 안 보인다.

스피드 메이크업을 위해서는 최대한 화장품 종류를 줄여야 한다.

뚜껑을 열고 닫는 횟수를 줄어야 한다.

그래서 낱개로 하나씩 나오는 아이새도우?

이런 건 스피드 메이크업의 천적이다.

메이크업 베이스?

평소에도 뭐 별다르게 하는 일 없는 녀석이구만

이걸 따로 바를 시간이 어디있나?

뻑뻑하지 않은 선로션이면 충분하다(실내에서도 선로션은

발라주는 게 좋다. 생활 자외선의 위력도 무시 못한다).

아이브로우 펜슬, 아이라이너 펜슬 따로 따로?

됐거던요?? 

하이라이트, 쉐이드, 블러셔 따로 따로?

됐거던요??(요건 이전에 추천한 ‘입큰’ 제품하나로 해결한다)

그래도 꼭 따로 따로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입술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요한다...그래서....

립밤과 립라이너와 립스틱을 챙겨 발라준다.

정말이지 이거 중에 하나 생략하고 점프했을 때와

다 챙겼을 때의 효과가 넘 다르므로...

스피드 메이크업의 실전은 다음 회에 공개한다.

 

*맨 위에 올린 제품 사진은...

어떤 컬러에도 별로 튀지 않고 무난한 마당발 아이쉐도우입니다.

Clinique고요. 색은 Lilac/Truffle입니다.

욘석하고 mauve/pink계가 최고로 잘 맞고요.

그 외 레드, 오렌지 쪽도 무난합니다.

Truffle이 약간 카키+브라운 삘이 나면서 '박쥐'처럼

이렇게 보면 이렇고, 저렇게 보면 저렇거든요...^^

질감도 아주 부드럽고 브러쉬를 따로 챙겨들 짬이 없는

스피드 메이크업을 위해 손가락으로 펴바르기 아주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