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뷰티 리포트 1]
붕 어 빵 현 상
고국 땅을 떠난 지 어언 7년입니다.
그리운 부모님, 형제 자매....
그립다...고 하면 쌩거짓말이지만 그래도 '향수'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0.5초는 겹쳤다 사라지던 시어머니...^^
하긴 그 시어머니의 얼굴도 아이들 낳고부터는 부쩍 '그리운' 대상으로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 아이들의 볼에 당신의 볼을 부빌 때, 제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으셨던
함박 웃음이 머금어지던 걸 떠올리면 말이죠.
이세상에 이렇게 화려한 공항이 또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멋진 인천 국제공항에 내려
이상한 '물건'을 연상시킨다며 구설수에 올랐던 정말 이상해 보이는 조형물을 슬쩍
관람해주고-어째 정면으로 오래 쳐다보고 있기는 쫌 무안하더이다-시댁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제 시댁은 서울 청담동입니다.
여전히 위용을 자랑하며 버티고 서 있는 무역센터를 보며 9/11이 스치고 가더군요.
뭘 봐도 미국과 연관해서 비교되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는 제 자신이 우스워지더이다.
미국에 뭐 울매나 살았다고...
다음날, 시차 때문에 졸린 눈을 부벼가며 그래도 가야하기에
옆 동네에 있는 형님-남편의 형도 형님이고 그 부인도 제겐 형님이니 뭐 한 단어로
남녀를 공히 아우를 수가 있네요-댁을 방문했습니다.
형님 딸이 고등학생인데 아직 방학 전이더군요.
그래서 제 딸을 데리고 산책 겸해서 학교로 갔습니다.
1에서 10까지 숫자만 알고 버튼을 누를 수 있기만 하면
핸드폰을 소유한다는 나라다보니 무작정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다가
"어, 숙모 아니셔요?!" 하고 엄청나게 놀라며 가방 내던지고 마구 달려온다거나 하는
그런 감격적인 상봉 장면은 애저녁에 포기했지요.
수업 시간인 것 같던데도...전화가 가능하더군요.
문자로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문자 서비스 추가하면 사용료가 너무 올라가서
전 이용해보지도 못했습니다만...
한국도 마찬가지겠으나...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아하는 눈치였습니다.
학교가 끝나면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제 옆에 서 있던 딸 역시 자기 눈을 무지 의심하는 눈치였죠.
혹시 시차 때문에 착시 현상? 그게 다 그거 같아 보이는...
하얀색 셔츠에 회색 스커트를 입고 배낭 가방을 메고 있는
여학생들의 얼굴 및 모습이 하나같이 똑같았습니다.
그냥 비슷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한 번쯤은 붕어빵 틀에 들어갔다 나온 듯
한결같았습니다.
일단, 헤어스타일 말입니다.
영화 '링' 보셨습니까?
텔레비전 화면을 아작내며 물바다 만들며 기어나오던 사다코...
죄송합니다. 그런 기괴한 모습에 한국의 미래를 짊어진 여고생들을 비유해서...
영화 볼 때 눈을 반쯤 가리고 보느라 사다코의 헤어스타일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사다코가 똑바로 선 자세가 아니라 머리가 늘어져 있던 것도
원인은 되겠지만요...
아무튼 나름 상상력이 풍부한 편인 저이지만 왜 하필 그 순간에
사다코가 퍼뜩 떠올랐는지 지금도 한국의 미래, 청소년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싶을 정도로 미안합니다.
어쨌든 사다코의 머리에다 앞머리를 쌩뚱 잘라놓으면 지금 한국 여고생들이
너나 할 것없이 추구하고 있는 이 헤어스타일이 완성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머리에 사정없이 레이어를 줍니다.
펌을 할 수 없는 학생이니 레이어로 볼륨을 주느라 정말 사정없이 많이 줍니다.
특히 윗부분과 옆 부분으로 말이죠.
그 아래 body 부분은 또 쭉 아래로 뻗습니다.
그리고 인상의 80%를 좌우한다는 앞머리는 눈썹과 맞추어 일자로 자릅니다.
뭐, 초등학교 때 보고 처음 보는 조카 녀석도 여지 없이 붕어빵틀에 들어갔다
나왔더군요. 어색하게, 무안하게, 쑥스럽게 웃는 그 녀석의 얼굴 위로
사다코의 음산함이 걷히면서 퍼뜩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얼굴이 있었습니다.
아하!!
그 드라마!
왜, '강자'라는 4차원 여인이 머리에 꽃꽂고 나왔던 드라마 있었죠?
거기서 한예슬이 했던 머리였습니다.
그 뒤로는 솔비나 또 다른 신세대 연예인들이 많이 했다죠.
한국은 원래가 'fad'가 강하죠.
미국이 장기적인 'trend'를 중시한다면 한국은 단기적인 'fad'에 민감한 게 사실인 듯 합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30년 이상을 산 저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찍어내듯 한결같은 현상을
목격하기는 처음입니다.
저녁에는 압구정동의 모 까페로 친구가 저를 만나러 와 주었습니다.
일부러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나가 오가는 사람들 구경을 했습니다.
(순전히 이 컬럼을 쓰기 위해서였다면 믿어주실런지...흠흠)
몇번은 '앗, 누구다'하면서 주변이 술렁이다가 흘끔흘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안타깝게도 전 전혀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20대에게서도 '붕어빵' 현상이 적용 가능하더군요.
일단, 헤어스타일은 한 여름인데도 숏커트가 없습니다.
미디엄은 역시 여고생과 마찬가지로 눈썹에 맞춰 짧게 자른 앞머리에
밑머리는 굵은 웨이브로 귀엽게 말았고요.
긴 머리는 전지현 스타일의 다 풀어진 웨이브 파마나
볼륨 매직같은 걸로 찰랑거리면서도 볼륨있는 스타일이 대세였습니다.
옷은 한여름에도 겹겹이 연출한 레이어드 상의에...
왜 그 런닝 비슷한 거 위에 또 런닝 비슷한 다른 색의 런닝을 껴입는...
아니면 퍼진 에이라인 블라우스, 셔츠에 청바지 레깅스.
바지는 효리식 항아리 숏팬츠, 아니면 스타킹같은 스키니 진.
아니면 따라다니면서 풀린 올 좀 뜯어주고 싶게
저마다 올풀린 흰색 미니스커트...
미씨 이상 되시는 분들은 또 한결같이 반짝이 간간이 박힌
알록 달록 '냉장고 가라-탄력성 좋고 시원한- 셔츠요. 목깃이 단정한...
보시면 아실 거여요. 화려한 꽃 프린트에 앞 주머니나
허리선, 목 주변에 꼭 반짝이는 큐빅 달려주시는....
20대에게서 발견되는 '한결같음' 중에 아주 놀라운 게 있더군요.
얼굴 크기였습니다. 어째서 얼굴들이 그리 작은지요?
이것 역시 착시 현상일까요?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유전적으로 얼굴 작은 미국인에 비교되서
얼굴이 커보였을 뿐, 한국 사람들이 원래 얼굴이 작은 걸까요?
아가씨, 아줌마 할 것없이 20,30대 여성들은 정말 얼굴이 작았습니다.
딱 평범한 크기라고 생각하고 있던 제 얼굴이 갑자기 가마솥뚜껑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그렇다고 제가 멋쟁이들이 많은 압구정동만 갔던 것도 아닙니다.
동대문, 남대문 시장, 명동, 상계동, 강남, 일산, 분당....
뭐 여러 군데 갔습니다.
어딜 가도 얼굴크기가 현저히 작아진 게 느껴지더군요.
혹자는 얼굴 경락 안 받은 사람이 없다고들 귀띔해 주지만...
정말 그 때문일까요? 아무튼 참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또 독특한 현상을 하나 발견 내지는 들었습니다.
이제 한국에는 병원의 성역이 없어졌다고 하네요.
소아과에서 보톡스맞고, 산부인과에서 눈썹 문신을 한답니다.
실제로 말이죠. 그냥 조크로 갖다 붙인 말이 아니고요.
한국오면 머리, 피부, 성형은 기본이라는데요.
졸리는 뭘하고 갈까요?
고민 중입니다.
머리는 당근 했고요.
그런데 값만 쌌지, 스타일은 미국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요.
값은 뭐 무지 쌉니다. 동네에서 펌하니까 5만원이네요.
기분 좋아서 헤어드레서에게 팁 만원 주니 좋아하더군요.
그 모습 보고 더 기분 좋고요. 머리감겨준 아가씨한테도 만원 줬어요.
그래도 미국에서 하던 거의 1/3가격이니까요.
뭐...압구정동은 미국과 비슷해서 20만원도 하고요.
40만원짜리도 있고요.
그런데 하는 일없이 정말 돈 많이 씁니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 지갑에서 돈이 술술....
하루에 몇 십만원은 기본으로 쓰나 봅니다.
미국에서는 아웃렛에서 바지 하나에 20불만 넘어가도 망설였건만....
한국에서는 앗차 잘못하면 알거지됩니다.
지갑을 열 일이 너무 많네요...
자제하자, 자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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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에서는 '한국 뷰티 리포트2'를 올립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으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본 화장품의 우수성,
미샤, 스킨푸드, 더 페이스샵 같은 저가 화장품들의 인기몰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 중 졸리의 눈이 번쩍 뜨인 메이크업 베이스와 화운데이션, 립스틱,
메이크업 도구 등을 소개합니다.
기대해주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