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뷰티 리포트2>
미샤에서 건져올린 자유,
그리고 클렌징 패드
한국에 와서 화장품 구경하느라 더 많이 들른 곳은 백화점이 아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곳...
바로 '길거리'다.
이른 바 Street Cosmetic Store...
미샤, 더 페이스 샵, 스킨 푸드,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사실 '중'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로 '저가'다)
화장품이 찬란한 물결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젠 그 흔하던 '미소네', '미인의 집' 같은...
동네 미장원 옆에 한 번 짝꿍은 영원한 짝꿍처럼 붙어있던 군소 화장품 가게들 앞에는
'점포정리 폭탄세일'이 즐비하고...
스트리트 코스메틱 스토어들은 일단...Display에서 백화점 우습다...가볍게 콧방귀 뀌어준다.
눈부시게 환한 조명, 유니폼 깔끔하니 맞춰주시고 친절한 미소 날려주시기에
아까움을 느끼지 않는 판매녀들(혹은 판매남들), 항목별로 질서정연하게
잘 정리된 확실한 오거나이즘(오르가즘...으로 잘못읽는 난독증은 발휘하지 않아주길)...
솔직히 스트리트 코스메틱 스토어에 들어서면서 내 마음은 가차없는 무시 내지르기를
날리고 있었다.
"뭐, 그래봤자지...달래 싸겠어?"
흠...
사고자 하는 물건을 카운터에 두어개 올려놔봤자, 100불, 200불을
캥거루 허들 넘듯 가볍게 뛰어넘어 버리는 백화점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게지...
가게에서 주는 바구니는 세포라에서 주는 거보다 확실히 컸다.
"싸니까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심뽀?"
여전히 무시 내지르기가 판매녀 얼굴에 정통으로 넓적다리 휘날기는 이단옆차기보다
매섭게 발동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눈길 가는대로 일단 줏어담았다.
바구니까 꽉찼다.
바구니는 무거워져가도 내 마음은 전혀 무겁지가 않았다.
붙어있는 가격표가 '10,000원'을 넘기는 건 담지 않았으므로...
만원이 넘어가면 세럼이나 자외선 차단제를 비롯해서
맨살에 직접 대는 기초 제품인데...
그래서 주로 메이크업 도구나 역시 맨살에 닫긴 해도
트러블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립스틱,
아이새도우 등등을 집어넣었다.
아이새도우 세 개를 이쁘장한 케이스 하나에 담아보았더니
9,000원에 케이스 값 2,000원해서 1,1000원...
오...놀라워라...
미국의 일반 드럭 스토어에서 팔아주시는 저가 메이크업 제품들의
'전 좀 싸요' 티 팍팍 내는 그 노골적인 색도 아니고
무지하게 훌륭하다 할 수는 없지만
은근히 발색 잘 나고 이쁜 색들도 심심치 않게...
모든 제품을 트라이해볼 수 있게 구비를 해 놓았기에
정말 미련없이 가차없이 바르고 문대고 해 볼 수 있었는데...
백화점 매장은 이 짓도 못하거덩...
매장녀가 옆에 딱 붙어서 도도하게 째려보다가
결국에 '일루 내놔봐요. 앉으세요.'하고는
지 맘대로 내 얼굴에 찍찍 뭘 갈려놓고는
'프로의 손길'을 강요하며 이래도 안 사면
그건 안사는 게 아니라 못사는 거지?
무지 친절한 척 웃고는 있지만
끝이 살짝 말려올라가는 입매가 하는 소리는
바로 그거다...
도저히 문화인의 양심상 얼굴에 덕지 덕지 발라준거 중에
하나만 찝어올리면 '그거만 하시겠어요?'
꼭 토단다니깐, 암튼...
나는 스트리트 코스메틱 스토어에서 '길거리'가 주는
자유를 마구 마구 느끼고 있었다.
내가 젤 먼저 들른 곳은 연 매출 1,000억을 이번에는 육상 선수인 캥거루가
허들 넘듯 더더구나 가뿐하게 넘어주어 오죽하면
'미샤, 그 3,300원의 성공'이라는
책까지 나오게 만든 장본인...스트리트 코스메틱 스토어의 리딩 브랜드인
Missha.
하루 볼일 다 마치고 돌아가는 귀가길...
피곤에 지친 직장녀들의 바램은 하나....
빨리 들어가서 화장 싹 지우고(그리고 내일을 위해 기초관리해주고)
뜨거운 물에 씻고 어서 어서 침대에 가서 눕기.
그 바램이 그 어느 곳보다 달구어진 테팔 후라이팬처럼
열기를 내는 곳...
지하철 내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처럼
까마득해 보이는 계단을 숨이 턱에 차게 올라
출구 기계에 표 끼워주고 꼴딱 삼켜지는 거 감으로 느끼며
출구 바를 밀고 나갔을 때...
바로, 그 곳에 미샤가 있었다...(장사는 목-사람 목 말고-이 좋아야한다는데,
길거리 화장품 스토어로 이보다 더 좋은 목이 또 있을까 싶다)
미샤에서 건져 올린 건 '자유'만이 아니었다.
촉촉한 립스틱, 매트한 립스틱, 글로시한 립스틱...
고급 브랜드 못지않게 그 종류도 다양한 립스틱 중
촉촉한 립스틱의 촉촉한 느낌은 결코 싸구려가 아니었으니...
안나수이 400호를 닮은 빨강색을 집어서 슥슥 발라주니
이거야 원...가격대비 만족 크다는 말은 바로 이거구나 싶더라는....
이게 뭣에 쓰는 물건인고...싶은 게 있어 집어드니,
바로 '클렌징 패드'였다.
생긴 건 꼭 옛날 울 엄마가 운동화 빨 때 박박 문질러 때빼던
바로 그 파란색 솔.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필로소피 Purity Made Simple로 메이크업을 지우면서
손구락 대신 욘석으로 살살 문질러 보았다.
헉...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때꼬장물...
운동화를 박박 문대면 줄줄 나오던 그 때꼬장물을 백배로 희석시킨 농도지만
그래도 분명 그 때꼬장물...
분명 이제껏 보지 못한 끄무레한 색감이 얼굴에서 누출되다...
원래 이 제품은 폼 클린징으로 거품을 내서 그 거품을 이용,
자극을 주어 세정력을 높이는 용도니 거품없는 PMS나 BWC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아주 약하게 문질러주면 맛사지 효과와 함께
모공 속에 있던 노폐물이 압박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느낌은 전혀 아프지 않지만 그래도 자극을 생각해
2,3일에 한 번 저녁에만 해 준다.
얼굴 씻고 물에 헹궈 거울에 부착시켜두면 세척, 건조 끝.
풍성한 거품 세안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욘석을 이용해서
거품 놀이를 해 보는 것도 재미 쏠쏠할 듯...
가격은 2,500원.
친구들 주려고 열 개 사왔다.
한국을 떠나면 그리운 가족들 얼굴 뒤로 배경이 되어 깔리는 그림은
아무래도 스트리트 코스메틱 스토어들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