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민다.

과장이 아니다.

아기 낳고 친정 엄마가 신겨 준 털양말 벗어제끼고

허리춤에 묶어준 '온열허리찜질팩' 벗어 내 팽개치고

하도 먹어 물린 미역국 몰래 씽크대에 갖다 버린 전력이 있는

엄마 속 징하니 몰라줬던 매정한 딸들이라면

너무나도 공감하리라..

 

외부 온도 45F에 찬바람이 뼛속까지 시리게 한다..

으..추워.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차를 타는데

공포의 사춘기에 접어든 무서운 우리 딸...

 

예의 그 '시선 맞추려 얼굴 돌리기도 귀찮아-눈동자만 돌릴래-토달면 학교 안 가' 눈째림을

날리며 매일 아침 잊지도 않고, 걸르지도 않고 내게 던지는 한 마디-.

 

"세수도 안 한 지저분한 얼굴에다 뭘 그리 갖다 발러?"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루종일 공들여 곰국 푹푹 고아 끓여놨더니

남편이 "이게 콜레스테롤에 그렇게 안 좋대. 난 물에 밥말아 먹을래" 할 때처럼

내 뒷목에서는 문어다리마냥 수백개 빨판이 전격 가동, 안 그래도 뼛속 얼리는

주변 냉기를 쫘악 빨아 들이고 내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처럼 이런 감탄사가 토해진다.

 

"허걱!"

 

세수도 안했지만...

지저분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내가 꿋꿋한 구박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허걱'을 아프게 삼키며

얼굴에 갖다 발라대는 건 바로 '자외선 차단 스틱'이다.

 

스틱형으로 나오는 자외선 차단제가 몇 개 브랜드 된다.

그걸 다 써본 건 아니지만 우연찮게 얻은 라로슈포제 스틱이 마음에 들어

몇 개째 쓰고 있다.

 

정식 명칭은..

 

LA ROCHE-POSAY ANTHELIOS XL Stick Protection SPF 50

 

이걸 마음에 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수도 안한 지저분한 얼굴 뿐 아니라

세수를 한 것도 모자라 메이크업까지 다한 지저분하지 않은 얼굴에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곱게 한 메이크업 바로 위에다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자외선 차단제니 끈적임이 있고 심하지는 않으나 백탁현상이 느껴진다.

그러니 메이크업을 한 지 서너시간 지나서 화장을 수정할 때,

(굳이 화장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화데나 파우더가 피지에 닦이고

없어졌을 무렵 다시 덧발라 주면 좋다) 덧발라주고 그 위에 트윈케익이나

파우더를 발라주면 된다.

 

그러면 오히려 이 스틱의 끈적임이 수정하려고 바르는 메이커업의 밀착을 좋게 해 주어

화장이 더 잘 먹는다. 단, 너무 많이는 바르지 말자. 화장이 뭉친다.

 

UBV/UVA가 모두 차단되고 SPF 지수도 50으로 아주 높다.

졸리가 사랑하는 'PMS' 로도 잘 지워지니 세정도 걱정없다.

 

성분은 뭐 그리 자연친화적이라 할 수는 없으니 코코아 버터, 소이빈 오일같은 게

들어가 피부에 촉촉함을 고려해준 배려가 맘에 든다.

 

졸리가 쓰는 걸 보고 덩달아 구매한 주변인들도 신기해하며 잘 쓰고 있는 녀석이다.

 

메이크업 하기 전에는 꼼꼼히 바르지만 일단 파우더까지 완벽하게 화장을 끝내고

나면 결코 그 위에다 덧바를 수 없었던 크림형, 혹은 로션형 자외선 차단제.

서너시간마다 꼭 다시 발라줘야 한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어도 어디서 자꾸만 들려주어

알고는 있으나 당췌 덧바를 방법이 없던 자외선 차단데..

 

하지만 이제는 메이크업을 다 하고 나서도 스틱형 자외선 차단제를 손에 들고

하늘의 태양님을 향해

'시선 맞추려 얼굴 들기도 귀찮아-눈동자만 돌릴래-토달면 햇빛 안 봐' 째림으로

이리 말할 수 있다.

 

"나, 메이크업한 여자야. 너, 자외선!! 이거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