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에 관계된 모든 것과 관련해서 울 엄마한테 꽤 불만이 많다.

일단, 안 그래도 몽골리안의 후예라고 다 알아봐 줄 텐데 혹시라도 눈썰미 없는

사람들이 못 알아봐 줄까봐 안 엎어 재운 게 야속하다.

그래도 앞으로 돋아나온 광대는 어두운 데서 보면 거기만 조명빨 받아

얼핏 도도해 보이기나 하지...

옆으로 두 팔 벌려 튀어나온 이 신정환 광대는...참 야속하기만 하다.

그 뿐이면 말도 않는다.

어렸을 때, 엄마 따라 미장원 가면 미장원 아줌마들이 내 피부 곱다고

손님 머리하다 말고 뛰어와 내 얼굴을 막막 만져본 적이 있었다.

그게 줄창 이어졌다면 엄마한테 불만 없다.

그런데 딱 고 무렵부터 엄마따라 미장원 가면 미장원 아줌마들이 쳐다도 안 봤다.

언제 무렵이냐 하면...

공중 목욕탕에서 엄마가 이태리 타올로 내 얼굴에 때많다며 빡빡 문질러 주고나서부터였다!!

아직도 “엄마, 아퍼!”하면서 어디 잡을 데 없나 엄마의 벗은 몸 여기저기를 더듬으며 고통을 하소연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못해 3-D 아이맥스다.

그런데 엄마가 나를 인질처럼 붙잡고 한 손으로는 목을 부여잡고 얼굴 때를 밀던

그 기억을 찾아가려했으니...혹시 이런 나도 스톡홀름 신드롬??

 

혼자 공중 목욕탕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특히 몸이 성장한 내가 동그란 욕탕 의자 위에 수건 깔고

앉아 타일 위에 붙여진 거울 앞에 바짝 얼굴 들이대고 한 짓이 그거다.

오매, 얼굴에 웬 때가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적어도 내가 스무살까지 ‘얼굴때’라고 알고 있던 게 바로 각질이라는 거다.

각질...

내가 얼굴 때로 20년이나 오해했던 억울한 각질..

각질은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나누는 우리 피부 중, 가장 바깥쪽 층이다.

각질은 때처럼 무조건 벗겨내야 하고 홀대받아야 하는 족속이 아니다.

각질은 우리 피부의 옷이다.

옷을 입어야 피부는 햇볕, 공해, 열기, 냉기 등의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받고 수분을 유지한다. 그러니까 피부에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피부의 ‘옷’이다보니 각질도 더러워진다. 안 그렇겠는가?

뜨겁고, 차갑고, 드러븐 외부 공격을 다 막아내며 피부를 지켜줬으니,

28일 만에 그 옷을 닳을대로 닳고 헤져서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그러면서 꼭 하는 말이 있쥐..

“I'll be back!!"

그렇다. 각질은 엥간해서는 죽지 않는 터미네이터다.

이태리 타올로 뻬빠질을 하고, 모래알같은 스크럽제로 빡빡 벗겨내도 죽지 않는 터미네이다. 이 녀석은 28일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피부 위로 올라온다.

오매...착한 거...든든한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든 우리에게 붙어있겠다고,

피부 좀 지켜주겠다고 기를 쓰는 이 녀석을 못 벗겨내 안달이다.

하긴...성격 드러븐 각질 녀석도 있긴 하다.

자기 할 일 다 마쳤으면 장렬한 최후를 맞아야는데 드러븐 미련 못버리고

피부에 들러붙어 안 떨어져나가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과도한 녀석을 가리켜 역시 그 이름도 과격한 ‘과각화’ 각질이라 한다.

여자 나이 스무 살이 되면 벌써 건강한 각질 주기에 혼란이 온다.

이게 다 노화, 홀몬 변화, 생활 습관, 음식, 공해, 환경 오염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는 ‘과각화’ 각질만 벗겨주면 된다.

아무 죄없이 자기 할 일 몸 바쳐 열심히 하고 있는 건강한 각질은 벗겨내서는 안 된다.

피부과에서 시술하는 각종 스케일링은 그야말로 피부에다 대고 기관총을 쏴대는 격이다.

그 모진 공격을 받은 피부는 옷이 다 찢겨 맨몸으로 이 자극적인 세상에 내몰린다.

그 순간은 무지하게 보들보들하다. 매끈거린다. 비단결같다..

하지만 피부는 발가벗겨진 채 소리친다.

“내 옷 돌리도!”

주변에서 보면 각질 제거 중독자도 꽤 많다. 폼클린징 제품을 아예 스크럽이 든 걸로 사서

매일 피부에 자극을 준다. 왜? 당장은 보들보들해지니까. 며칠만 스크럽이 안 든 다른 걸로 했다가는 이내 피부가 거칠거리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벗겨낸다. 그럼 또 보들거린다.

흠...이거야.

그러나 장기적으로 피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지성피부는 2회 정도,

건성피부는 1회면 족하다.

각질 제거를 하기 전에는 스팀 타올 등으로(너무 뜨겁지 않게) 각질을 녹여준 다음에

살살 벗겨주는 것이 좋다. 시원하다고 알갱이로 박박 문질러서는 안 된다.

스크럽은 일단 피부에 닿았을 때 따갑다고 느껴지면 자신에게 안 맞는 제품이다.

각질제거는 젤 타입, 크림타입, 머드 타입, 여러 가지가 있으니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춰서 선택하면 된다.

절대로 잊지 말자.

과각화 지질만 없앤다는 기분...

기본 각질층은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기분...

유기농 스토어 등에서 호두나 아몬드에서 추출한 스크럽(피부에 자극이 적다) 정도를

확인하고 구입하면 무리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