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는 음식 이야기..

봄철, 여름철 입맛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은 색다른 먹거리에 눈을 돌린다.

이러한 때 우리의 입맛을 돋구는 먹거리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싱싱한 채소에다 전통의 장(醬) 맛이 어우러진 쌈이다. 이러한 쌈의 재료는 봄철에 나는 취나물, 참나물을 비롯하여 여름철까지 먹을 수 있는 상치나 쑥갓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즐겨먹는 쌈의 재료는 상치라 하겠다.

상치의 어원은 날로 먹을 수 있다는 의미로 생채가 전환된 것이다. 사실 상치의 옛 이름은 ‘와거‘(萵苣)이다. 이는 송대(宋代)의 문헌「청이록(淸異錄)」에 보면 외국에서 건너온 풀이라 하여 ‘와‘(萵)란 이름을 붙였고, 또한 수(隋)나라 사람들이 상치의 종자를 얻기 위하여 상치를 비싸게 구입하였기 때문에 ‘천금채‘(千金菜)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상치는 삼국시대부터 먹어온 야채로서 고구려의 특산물로도 유명하였고, 고려시대에는 여러 문헌에 상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치쌈의 문화는 원나라에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한편 옛 선조들은 상치를 은근초라 하여 남에게 보이지 않게 심어 먹었는데, 이는 상치가 음욕(淫慾)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치는 고추 밭이랑 사이에 심은 상치일 수록 더욱 맛이 좋다고 하며 남자의 성욕에 좋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상치 손질하기

상치를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위생상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상치를 씻을 때에는 먼저 흐르는 물에 잎의 뒷면을 씻은 후 다시 앞면을 씻어야 여러 기생충의 위험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씻는 횟수는 3～5회 정도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가장 좋으며 마지막 헹구는 물에 참기름을 떨어뜨리면 기생충 알들을 제거하고 노화방지의 효과가 있는 비타민 E의 흡수를 높인다. 최근에는 채소를 씻을 수 있는 전용 세제가 판매되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도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좋을 듯 싶다.


상치 쌈싸먹기

상치의 잎은 매끄러운 앞면과 덜 매끄러운 뒷면이 있다.
우리는 보통 매끄러운 앞면을 손바닥 위에 놓고 육류나 나물 등과 더불어 장(醬)을 얹어 쌈을 싸먹는다. 전해 내려오는 선조들의 지혜를 보면 잎의 매끄러운 앞면을 손바닥과 마주보게 놓고 뿌리 쪽에 가까운 속대를 적당히 꺾어 한입 크기로 맞춘 후 고기나 채소와 더불어 장을 얹어 쌈을 싸먹으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한결 더 부드럽다..

이렇듯 상치쌈은 옛부터 조상들이 즐겨 먹던 훌륭한 음식이다. 예년과는 달리 요즘은 상치를 사시사철 구하기 쉬어 아무때나 즐겨 먹을 수 있기도 하다. 위생과 먹는 방법을 새로이 하여 쌈을 먹음으로 식탁의 분위기를 멋스럽고 맛스럽게 바꿔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