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게 참 희한하죠?

수십년을 잊고 살았는데 제가 어렸을때 막연히 밝혔던 장래희망이

이루어졌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네요

중학교때부터 누가 물으면

“전 영문과교수가 되어서 원고지로 밥벌어 먹고 살고 싶어요”

라고 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오늘 새학기 강의준비하다가…….

그때는 미국유학을 간다는건 상상도 할수없던 일이었는데

학교에서 영어성적도 형편없었는데

아마 특히 영어공부를 못해서 품은 환상이었던 것일까요?

말이라는게 씨가 된다지요

제 잠재의식속에 제가뿌려놓았던 씨가

열매를 맺고있었다는것을 오늘 깨달았네요.

말이라는게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저는 International college students을 위한

ESL을 텍사스 주립대에서 20년 가까이 강의하고 있었죠

그런데 외국 학생들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ESL과는 거의 문을 닫고

저는 뜻하지않게 영문과로 옮겨서

신입생들 교양영어를 담당하고 있어요

미국대학에서는 English 1301이라고 해서 전공을 막론하고 논문쓰는법을 가르치는 과목인데요

제 전공은 TESOL이라 영문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영문과의 교수로 writing을 가르치다보니

말의 힘, argument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저도 새삼 다시 깨닫게 되네요.

 

영어로 argue라 하면 말로 싸운다는 뜻으로 이해하기 쉬운데요

본래 argue의 뜻은  ‘give reasons’

즉 이유를 대는것이죠

합당한 이유로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이 argue인데

이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필수적인 기술인가요!

 

여러분이 제2의 언어로 영어를 배우고자 하시는 것도

한국어를 쓰지않는 사람들에게도 나의 뜻을 알리고 합당한 나의이유를 대서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고자 하는 목적 아니겠어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싸우지 않아도

내말의 요지가 합당하면

우리말이든 영어든

상대방은 알아듣습니다.

같은 한국말을 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고 미치고 팔짝 뛸것같은때가 얼마나 많았던가요.

 

내가 하고싶은 말을 차분하게 영어로 글로 써보는 습관을 가져 보세요

첨부터 길게 잘 쓸려고 하지 마시고

짧고도 굵게

내가하고싶은 말을

나의 이유를

일기처럼 영어로 쓰다보면

말하는 내말로도 영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