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미국에서 잘 나가는 아줌마의 영어 이야기

이제 올해로 제가 미국 산지 18년이 되었습니다. 1991년에 영어 교육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6년을 영어 강사로 진짜 밥 잘 벌어먹고 살다, 말이 안되는 죽은 영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죄스러워, 마침내 1997년 1월에 미국 땅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한국 돈으로 2천만원을 들고 첫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기내 안에서 영어로 ‘쏠라쏼라’ 되는 방송을 한마디도 못 알아 들으면서 생각한게, ‘내가 2천만원 다 주고 저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 돈 하나 안 아깝겠다’ 였습니다. 진짜 영어라면 징그러웠죠.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데다, 회화 학원도 ‘열나리’ 다녔고, 문법도 다 쫙 꾀는데 영어가 왜 안되느냐 그거죠. 한국에서 저한테 영어 배운 그 숱한 제자들 수능 시험의 영어 점수는 끝내주게 올려 줄 수 있는데, 왜 내입으로 영어하면 ‘찐따’처럼 들리고, 팝송 가사는 한 구절도 안들리냐, 아뭏든 영어라면 이가 갈려서 저는 미국행을 결심했읍니다. 그때 제 나이 한국 식으로 서른이었죠.

영어가  잘 안될꺼라고는 생각 했지만 ‘그래도 들은 풍월이 있고 영어로 밥 벌어 먹고 산 기본이 있으니, 웬만큼은 되지 않겠어?’ 은근히 저는 그래도 믿는 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입니까?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맥도날드에 들어 갔어요. 주문을 하려는데 계산대에서 점원이 뭐라고 국수 가닥 넘어 가듯이 ‘후루룩’ 해버리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 알아 듣겠는거에요.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전공 했고, 입시학원에서 잘나가는 강사였고 책 번역도 많이 했는데,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도 하나 제대로 못 시키기겠더군요. 중학교 1 학년 때부터 10년 영어를 배웠고 대학교 졸업 후에는 죽 영어로 밥벌어 먹고 살았는데 제가 한국에서 배우고 써먹었던 영어가 하나도 안 통하드라 그겁니다.

미국에 오자마자  한 대학에서 6천불 들여 한 학기 어학 연수도 했는데, 돈만 아깝지 여전히 ‘찐따’처럼 말이 되질 않더군요. 한국에서든 미국의 어학 연수든 다 책에 있는 짜여져 있는 내가 별로 쓸말이 없는 영어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나이 서른의 노처녀가 주로 하는 말이 뭘까요. 우리말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남자 얘기 화장품 얘기 놀러 가는 얘기 돈버는 얘기겠죠.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영어 문장들 중에 ‘저 남자를 한번 꼬셔보고 싶다’라든가 ‘어디 가면 잘나가는 총각들이 많냐’ 하는 말은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영어인데 말이죠. 40대의 아줌마가 필요한 영어는 또 다릅니다. 선생님한테 물어 볼 말들, 백화점 가서 물건 바꿀 말들, 이웃집 아줌마한테 물어볼 말들,  그런 것들인데 한국의 영어 학원이나 미국의 어학 연수 코스에서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돈  쳐들이고 시간 갖다 바쳐 내가 필요 없는 말들만 배웠기 때문에 영어는 안 되고 영어에 대한 절망감만 얻은 것입니다.

그후 어찌어찌 10몇년이 지난 오늘 저는 영어가 잘됩니다. 너무 잘 되서 미국의 내노라 하는 주립대에서 전 세계에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미국에 온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미국 사람처럼 발음? 절대 안됩니다. 서른살 넘어 말문이 틔었으니, 발음이 native처럼 되는건 포기해야지요. 제가  첫 수업 시간에 늘 제 학생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발음이 목표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목표로 삼으리고요. 미국사람이 아닌데 미국사람처럼 발음이 안되죠. 어렸을때부터 영어를 배우지 않은이상 말이죠. 우리의 ‘엑센트’ 있는 영어가 얼마나 ‘섹시’하게 들리는지, 두가지 언어로 말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cool한건지, 학생들이 느끼는 영어에 대한 열등감 대신 자부심을 부추겨 주려고 노력 합니다. 처음에는 미국까지 왔는데 노랑머리 미국 선생이 아닌 아시아인 저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학생들도, 금방 알게되죠. 영어를 배우는 어려움을 겪었던 선생이 영어를 더 잘 가르쳐 줄수 있다는 것을요.

여러분 완벽한 영어라는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십니까? 국어 문법에 완벽하게 따르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놀리시나요? 요는 의사소통이고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지 현지인 같은 완벽한 발음과 문법이 아닙니다(현지인들도 발음 이상하게 하고 문법 틀린게 부지기수인데요 뭐). 여러분 영어로 재미 보세요. 그러다 보면 영어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이 책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영어 책으로 보지 마시고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영어를 어떻게 틔었나 하는 얘기 책으로 보세요. 너무 재밌어서 영어는 곁다리로 그냥 됩니다.

-“굿바이 영어 울렁증” 중에서-

***양해의 말씀 올립니다. 한국말을 영어로 번역해 달라는  부탁은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 칼럼의 목적은 여러분의 영어 공부 방법을 안내해드리는 것입니다. 무조건 영어로 번역해 달라는 분들이 너무 많거니와, 이렇게 해드려보았자 궁극적으로 여러분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직접 해보고 틀려보셔야 깨달음이 있게 되고 영어가 늡니다. 제 의도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