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운 Trip to New York

제가 5월에 3주동안 방학이었거든요. 마침 우리 남편이 5월에 뉴욕에서 칸퍼런스가 있다길래 ‘요때다’ 싶어 꼽사리 껴서 두애들이랑 같이 따라붙었죠.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태어난 우리 아들이 지가 태어난곳을 보고싶다길래 그소원도 풀어줄 겸, 메모리얼 데이에 뉴욕 캠퍼스에서 만난 우리부부의 기념일도 챙길 겸, 겸사겸사 이름과 제목을 붙여 시작한 여행이었답니다. Stony Brook대학원 캠퍼스내에 맨하탄으로 가는 기차 정거장까지 있어서 여러번 뉴욕에 갔었지만 가난하기 그지 없었던 학생부부였던 저희는 뉴욕가서 좋은 꼴을 별로 못봤드랫죠. 이젠 좀 여유가 있으니까 하고 남들이 그렇게 좋다던 뉴욕에서 이번엔 제대로 놀아보자 작정하고 간 여행이었어요. 근데 이건 모 여전히 모든게 비싸고 식구가 늘어나니 여전히 빡빡한 여행이긴 마찬가지더라구요. 가기전에 꼭 가야할곳 먹어야 할 것들을 꼽아서 동선까지 숙고해 준비해간 여행이었지만 여행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요.

뉴욕주에서 3년을 살았으면서도 그유명한 브룩클린 브릿지를 못가봤기 때문에 남편이 칸퍼런스를 참석하는 동안 아이들과 저는 거기부터 갔드랬죠. 엄만 원래 도시여자야 나만 따라와 신나게 찾아나선 브룩클린 브릿지, 호텔에서부터 걷고 전철타고 잘 도착해서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그 자태를 배경으로 셀카를 열나게 찍고 아이들과 저는 다리위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원래는 다리의 중간쯤까지만 걸으려다 브룩클린 다리밑에 있다는 그유명한 Grimaldi 피자를 먹으러 가자고 애들을 꼬셔서 다리 끝까지 걸어갔죠. 스마트폰으로 구글 맵을 치니 걸어서 13분 거리라고 나와있는거에요 그것도 위치가 바로 다리 밑!

얘들아 3분만 더 걸으면 돼! 아~주 유명한 곳이야! 죽기전에 꼭 먹어봐여 하는 피자래! 애들을 부추겨서 걷고 또 걸어서 다리는 다 지나왔는데 다리를 나가는데도 한참 돌아서 가야 되드라구요. 13분은 무슨! 다리 바로 밑으로 금방 내려 갈수 있는게 아니라 삐~잉 돌고 돌아서 걷고 또 걸어서 stupid GPS가 가라는데로 그 유명하다는 피자집을 겨우 찾았네요. 결국 브룩클린 다리 시작부터 피자집까지 1시간 반은 걸었나봐요. 다리에서 불이 납디다. 잔뜩 불어터진 하늘에서는 슬슬 비를 토할것 같고, 얘들아 쪼끔만 참아 바로 저기 저 하얀 건물이야! 정말 비터지기 일보직전 아슬아슬하게 삐질 삐질 땀흘려가며 피자집 문을 연순간 우리셋 모두 희열을 느꼈죠.

Finally! We’re here!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는거에요.

Hello! Is this right place? Is this the famous Grimaldi Pizza place?

이쁘게 생긴 미국인이 우아하게 나오더니

Yes it is the place…but sorry ma’am we’re not open today.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고

What? What do you mean? You are open! You have to be open! We’ve just walked almost 2 hours to get here!!

우아한 미국여자 말도 참 이쁘게해

Sorry, but we are closed for wedding reception here tonight. Can I offer you a glass of water?

으아~ 저는 정말 그때 울음이 터질 것 같았어요. 밖에 이제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다리에선 불나고 배는 고프고 불쌍한 우리애들 꺼이꺼이….하지만 어쩌겟어요. 거기서 물한잔 벌컥 마시고 정신 차리고 그냥 나올수밖에….그래도 마지막으로 제가 한마디 햇죠.

 Can you at least sell pizza to go? Just a slice so that we can say we’ve had it?

안된다는 거에요. 피자가 없대요. 아 진짜 열받았죠. 밖에나오니 비는 오는데 도저히 이대로 호텔로 돌아갈 기력이 없어서 근처 스타박스를 찾아 앉았는데 너무 기가 막혀서 우리셋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니 웃음이 나더라구요. 무뚝뚝한 틴에이져 우리아들이 그러더군요.

Umma, I’ll never forget this trip. I will remember the Brooklyn Bridge and how far we had to walk to get the Grimaldi pizza because we never got to have the pizza. It’s a good story!

거기에 우리아들의 백만불짜리 미소가 있었어요. 우리 11살짜리 딸은 그저 스타박스 초콜렛으로 해피엿고 저야 모 그리말디 피자라면 이가 갈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