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닥터 우즈’와 예약 시간 바꾸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그 정도는 큰 문제없이 하는데, 제가 너무 많이 괴롭혀 드렸지요?

       여러분이 올려주신 숙제는 그 정도면 상대방이 알아듣기에 큰 지장 없습니다.

                              아마, 무사히 예약 시간을 바꾸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정확한’ 영어를 좇다보면 아무 말 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100%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다고 할 수 있을만큼

‘정확한’ 영어는 아니었으나 여러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 없다는 데에는 상대방의 ‘이해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예약을 한 상태는 분명 현재인데 과거 시제로 해서 ‘예약을 했다(우리말의 '했다'와 영어의 '했다'는 다릅니다. 그래서 영어에는 '현재완료'라는 게 있습니다. 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그런데 시간을 바꾸고 싶다’라고 해서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면 상대방이 당황했을 수도 있고,

‘시간을 바꾸고 싶다’를 ‘want'를 동사를 써서 약간의 강압적인 뉘앙스를 풍겨

어색함을 유발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결과는?

예약 시간을 바꾸었습니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겁니다.

토종댁은 이 부분에서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상대방이 다소 불편해 하더라도,

상대방이 다소 민망해 하더라도,

상대방이 다소 어색해 하더라도,

상대방이 다소 당황해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외국인이니 최소한의 ‘이해노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생각하는 영어와 한국에서 생각하는 한국어는

가치관의 차이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하면 정말 못해도, “야, 외국인이 우리말 잘한다!”하고

이해노력을 적극적으로 해 주려 애씁니다. 그렇죠?

하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온갖 인종이 뒤섞여 사는 ‘인종의 샐러드’이다 보니,

영어를 정말 못해도 “야, 외국인이 우리말 잘한다!”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이라는 건 있습니다.

인도인은 인도인대로, 중국인은 중국인대로, 일본인은 일본인대로,

그 심각한 액센트를 구사해도 영어 잘한다는 평을 듣습니다.

‘최소한’ 외국인이라는 입장이 고려되는 거지요.

그러니 마음 놓으십시오.

‘다행히’ 외모가 판이하게 다르니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우리를 대할 때,

‘최소한’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갑니다.

정확한 문법을 맞춰야 한다거나 정확한 미국식 액센트를 써야 한다거나

정확한 표현을 해야 한다거나...

이 스트레스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여러분의 영어는 10년, 20년 해도

그 자리입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과정과 지겹게 비교하지요?

저도 그 지겨운 비유를 또 해야 할까 봅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울 때 듣기만 하지 않습니다.

줄기차게 따라하고 자기도 말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정확하게 하던가요?

발음도 엉망, 문법도 엉망, 표현도 엉망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엉망에서 자리를 잡아갑니다.

그 비결이 뭘까요?

엉망이어도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자기 말이 엉망이라고 끝끝내 입닫고 있다면,

끝끝내 남편더러 시키고,

끝끝내 주변에 영어 잘하는 친구한테 부탁만 하면....

결코 영어는, 아니 그 어떤 외국어든 늘지 않습니다.

늘 수가 없습니다.

 

골프를 생각해 볼까요?

 

골프 연습 비디오를 엄청나게 많이 보고

이 정도면 나도 자세가 나오겠다...

하면 나옵니까?

 

실제로 골프채를 쥐고 공을 쳐보면

눈으로만 보고 귀로만 들었던 설명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허리, 엉덩이, 다리, 팔 다 따로 따로 노는 현실만 남습니다.

제 주변에도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정말로 많습니다.

공부하는 방법,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는데 왜 영어는 그 자리인지 그 이유를 볼까요?

(괄호 안이 영어가 안 느는 이유입니다)

1. 학원에 다닌다.

(학원을 일주일에 한두 번 다니는데 학원 가 앉아 있을 때만 영어를 한다)

2. 유명한 문법서로 연습문제도 풀면서 독학한다.

(말할 기회가 전혀 없다. 문법도 도사, 시험 보면 100점인데 회화에는 적용을 못한다)

3. 영화 자막 보면서 회화연습한다.

(자막에 의존되어 자막없으면 안 들린다)

4. 받아쓰기를 한다.

(안 들리는 말이 태반이고 녹음기 뒤로 돌리다 진빠져서 3일 하다 때려치운다)

5. 1:1로 개인레슨을 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한 두 시간 선생과 영어하는 게 전부다. 그나마 선생이 주로 말하고 나는 듣는 쪽이다. 회화 패턴으로 연습하는데 대화주제가 지루해서 하품 나온다)

아마 이런 경험이 다 있거나, 지금 하고 계실 겁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도 한결같은 말을 합니다.

“내 딴에는 영어 공부 열심히 하는데 왜 말이 안 될까?”

그래서 그 ‘내딴에는 열심히 하는 공부’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런데...

그다지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는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한 두 시간 학원가면서 그걸 열심히 한다하고,

문법서 한 두 페이지 연습문제 풀면서 그걸 열심히 한다하고,

하루에 영화자막 30분 보고 그걸 열심히 한다하고...

그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여러분의 영어가 지금 제자리거나 안 늘고 있는 상태라면,

그 만큼 열심히 안 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인정하지 않고는 단 한 발도 앞으로 전진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열심히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누구처럼 단어 외운다고 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그걸 먹기까지(진짜로 먹었답니다) 한 건 아닙니다.

그 중 대표적인 ‘J'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아하! 영어 공부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하는 깨달음을

준 여인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별 진전없이 그거라도 하자는 마음에서 학원을 다녔고,

그 곳에서 만난 유학생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비자문제 때문에

그 학원을 ‘할 수 없이’ 다녔고요.

그 친구가 미국인 뺨치게 영어를 하길래 제가 커피 사면서

그 ‘비결’을 물었더랬죠.

그랬더니, 그 친구는 대학 졸업후 취직이 안돼서

관광 통역 가이드 학원에 다녔답니다.

영어는 인사말 정도 하는 게 고작이어서 How are you?부터 하는 기초반부터 말이죠.

그 때, 담당 강사가 500개의 문장을 주면서 자기가 55번 하면,

바로 55번에 해당하는 문장이 줄줄 나오도록 외우라고 했답니다.

그렇게 그 친구는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500개를 외웠답니다.

그 당시는 3년 정도가 지난 다음이었는데 그 때도 342번! 하면

그 문장이 자동으로 나온답니다.

 

저는 “아하! 그게 비결이군요. 무조건 외우는거.”

그러면서 혹시 그 500문장의 리스트를 저도 좀 구할 수 없겠냐고 물었죠.

저도 그 리스트만 있으면 그녀처럼 몇 년 안에 영어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더라니까요. 

그 때였습니다.

그녀가 무지하게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본 것은!

“예. 당장이라도 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건 그냥 회화책 아무거나 펼치면

다 나오는 평범한 문장이었어요. 누구든, 얼마든지 그 500문장을 만들 수 있죠.

그런데 비결은 그 500문장이 아니랍니다.“

“그게 아니라고요? 그럼, 뭔가요?”

그랬더니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군요.

“설마, 제가 그 500문장을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외우면서

정말 그것만 했을까요?“

자, 비결을 아셨습니까?

지금 당장, 한국 서점 싸이트를 들어가 보십시오.

영어관련 서적은 그야말로 대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많고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이 아무리 많으면 뭐합니까?

집에 영어 관련서가 쌓여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 책 중 단 한 권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본 적이 있는지요...

그걸, 인정합시다.

“나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단 하나의 ‘비결’을

찾으려 하지 않겠다(그거 찾다가 허송세월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만, 영어를 열심히 해 보겠다.“

그 열심히 하는 과정에 물론, ‘요령’은 있습니다.

이 토종댁은 여러분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는 과정에 친구가 되어 주고 싶을 뿐입니다.

먼저,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 보았노라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 길에서 터득한 나름대로의 ‘휴식같은 요령’을

알려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결코, 비결은 없습니다.

이 세상 어떤 영어 관련서도 비결이란 없습니다.

다만, ‘영어’가 있을 뿐입니다.

어떻습니까?

이제는 말없이 듣고 보기만 하던 절름발이 공부에서 벗어나

정말로 말도 하고,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공부를,

그것도 ‘열심히’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런 ‘소수의’ 분들이면 족합니다.

앞으로, 숙제도 계속 나갈 거고요.

아마 숙제 안하시면 연결이 잘 안되실 겁니다.

곧 또 뵙겠습니다.

*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려다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다음 회에는 ‘우리말의 족쇄를 푸는 열쇠-미녀들의 수다’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