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까지 쫓아오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숨 좀 돌리시고요.

하지만 뭐...토종댁 영어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듣기만 해도 머리에서 쥐나는 ‘문법’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토종댁이 거론했던 문법은 ‘조사’, ‘어미’밖에 없었습니다.

맞죠?

우리말에는 조사, 어미가 발달되어 있지만, 영어에는 그게 없다고요.

우리말에 발달된 조사, 어미 때문에 영어로의 인식 전환이 잘 안된다고 말씀드렸지요.

없는 것에다 뭘 이것저것 갖다 붙이면 모양이 더 나아질 수 있어도

기존에 있는 것을 잘라내려면 아무래도 아깝고 또 뚝 떨어져 나간 자리가

생니 빠진 것 마냥 허전한 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를 잘 빌려와 쓰기 위해 아까운 우리말을 과감히 잘라내야 합니다.

그래야 영어가 잘 됩니다.

설마...

잘 믿기지 않으신다고요?

그 증거를 한 번 볼까요?

지난 번에 내드린 숙제를 보겠습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중 일부입니다.

...선생님의 안경은 목에 걸려 있었다. 선생님은 안경을 집어쓰려 했지만 어둠속에서 누군가에게 안경을 씌워주려 애쓰기라도 하는 양, 안경은 관자놀이 부근에서 흘러내렸다.....

숙제를 올려주신 분들 모두 정확한 답을 올려 주셨더군요.

오, 놀라워라~입니다.

그런 생각 안 드셨는지요?

소설 속의 저 문장을 한 번 쳐다보고 과연 그 답을 술술 뱉어낼 수 있었을까요? 물론, 영어의 고수라면 식은 죽 먹기겠지만요.

그렇다면 이 칼럼을 읽고 계시지도 않겠지요...

그런데 제가 ‘영어식’으로 우리말을 다시 나열해 드렸더니

한 분도 빠짐없이 제대로 된 영어를 술술 뱉어내셨습니다.

그렇죠?

그렇다면 간단히 답은 나왔네요.

줄기차게 이야기하지만...

문장을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나열해서 뱉어내면 되는 거로군요!

영어식으로 생각하는 'how to'에 관해서는 지난 번에 말씀드렸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영어를 접하는 양을 무조건 늘리시고

간간이 토종댁 칼럼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요령을 건져 가시면 됩니다.

지난 번 숙제 답글 중에서 99% 원문과 똑같이 써 주신

kim eun young님의 답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할까요?

(영어식으로 나열했던 문장은 보기 좋게 제가 조금 고쳤습니다.

전치사를 뒤로 보냈을 뿐,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의 안경은/걸려있었다/그의 목 주변에

His glasses were hanging around his neck

그리고 and

(언제?)~때/그가 들어올렸다/그것들을/그의 눈들을 향해

When he lifted them to his eyes.

그것들(안경)이/미끄러졌다/그의 관자놀이 주변으로,

they slided around his temple(S).

마치/그가/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어떤 동작을 목표로?) 씌어 주기/그것(안경)들을 다른 누군가 위에/어둠 속에 있는

As if he is(was--->were) trying to put them on someone in the darkness.

나머지 채우시지 못한 1%는 'temple'을 단수 취급해서요(관자놀이는 양쪽에 두 개, 즉 복수죠. 우리말의 ‘관자놀이’는 하나지만 영어의 ‘관자놀이’는 두 개입니다. 우리말에서 단수같아도 얼른 복수로 사고전환하는 습관을 들이시라고 일부러 우리말에서 슬쩍 ‘(관자놀이)들’을 뺐습니다. 심술궂은 토종댁이 놓은 덫에 사정없이 걸리셨다는...^^ 앞으로도 토종댁의 심술뽀 덫은 구석구석 놓여집니다. 이 모두가 절대 잊어버리시지 말라는 데서 나온 배려임을 알아주소서~.

그리고 숙제를 올리신 모든 분이 ‘걸려 있었다’를 ‘were hanging'으로 써 주셨습니다. 물론,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문에는 단순 과거인 ’hung'이라고 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 둘은 어감의 ‘차이’를 갖고 있을 뿐,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대부분, 이 문제를 놓고 사람들은 또 골치아픈 ‘문법’을 들고 나올 겁니다.

‘were hanging'은 과거 진행형, ’hung'은 단순 과거...

즉 ‘시제’를 주장하고 나오지요.

하지만 토종댁은 이걸 굳이 ‘시제’로 들이밀어 문법을 연상해서 지루하게 만들고 싶지가 않네요.

일단, 문법 용어 나오니까 괜히 긴장되시죠?

자자, 적어도 토종댁의 신토불이 영어에서는 그러실 필요없습니다.

정작 원어민들도 문법 용어 잘 모릅니다. 물론, 시제 정도야 알겠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도 머리를 긁적입니다.

원어민들도 머리 긁적이는데 우리가 뭐하러 그걸 통달하려고 머리 쥐나게 골치를 앓습니까?

1. The glasses were hanging around his neck.

2. The glasses hung around his neck.

이 둘의 차이는 문법적 관점에서는 ‘시제’이지만...

솔직히 이 둘에서 여러분은 ‘시제’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둘 다 과거에 일어난 일입니다.

같은 과거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누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같은 과거 같고 '시제' 들먹이면 머리 아파집니다.

그런데 같은 과거를 왜 나누죠?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저 두 문장을 우리말로 한 번 바꿔볼까요?

1. 그의 안경은 목 주위에 걸려 있었다.

2. 그의 안경은 목 주위에 걸려 있었다.

엥?

제가 실수한 거 아니냐고요?

아닌데요.

제 직업이 영어 번역인데요....영어 번역한 지 10년도 넘었는데요...험험....

그런데 왜 ‘were hanging'과 ’hung'의 번역이 똑같냐고요?

전문 번역가인 제가 감히 말씀드리지만 이 두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면 똑같습니다.

안 믿겨지시면 여러분이 한 번 해보시기를~.

2번이 단순과거라고 해서 ‘그의 안경은 목에 걸렸다’라고 하면 될까요?

안되죠.

그러니까 뭡니까?

우리말의 ‘걸다’와 영어의 ‘hang'은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은 무지하게 다른 단어라 이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날이 새도 부족하니, 영영 사전이나 영한 사전에서 ‘hang'을 찾아보시고 우리말의 ‘걸다’와 그 용법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숙제입니다. 댓글로 다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사전으로 확인하는 숙제를 하신 분은 분명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숙제는 꼭 하시기 바랍니다.

1번과 2번의 차이는 ‘느낌’입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의 느낌입니다.

그게 어떤 차이인지 한 번 느껴보시겠습니까?

우리말로는 안 됩니다. 보셨다시피 둘의 표현이 우리말로는 똑같다니까요.

그러니 ‘신토불이’ 정신을 발휘해 영어의 땅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자, 'hang'의 과거 진행형을 느껴 보십시오.

I couldn't find my glasses this morning. I searched everywhere but I failed. Finally, I gave up and sat down on the couch, feeling something bump against my chest. Would you believe it? The glasses were hanging around my neck.

남 일 같지 않으시죠?^^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깜빡증입니다.

자, 이 때 만일 'were hanging' 대신 ‘hung'을 쓴다면 어떨까요?

굳이 써보지 않겠습니다. 직접 해 보십시요.

우리말로는 둘 다 같지만 영어에서는 분명 ‘어떤’ 차이가 느껴지실 겁니다.

그럼 된 겁니다.

그걸 또 ‘시제’를 찾아 문법책을 뒤져 보는 수고는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둘 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니까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일부 문장에서는 ‘were hanging'과 ’hung'중 어느 것이 어울릴까요? 여러분이 모리 선생님을 바라보는 ‘주체’라 생각하고 그 차이를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답을 얻으려 하지 마십시오.

둘 다 맞습니다. 느낌대로 쓰시면 됩니다.

이번 숙제 나갑니다.

<나는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해 친구가 별로 없는데도 사람들은 내가 활동적인 줄 알고 파티에 늘 초대한다.>

허걱!

하시는 분들...

걱정마세요. 토종댁이 당분간은 영어식으로 바꿔 드립니다.

단, 처음에 우리말을 보거나 떠올렸을 때와

영어식으로 바꾸고 난 뒤의 차이는 반드시 느껴보셔야 합니다.

그 전에는 ‘허걱!’이었고 영어식으로 정리했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

제가 알려주십시오.

숙제를 올리라고 하니, 너무들 숙제만 올리시고 코멘트가 전혀 없어서

당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는...^^

코멘트 적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야 저도 보다 유익하게 칼럼을 다듬어갈 수 있습니다.

영어식입니다.

나는 

안 사교적이다

그래서 나는 안 가졌다, 많은 친구를

(이 부분은 바로 전 칼럼을 읽어보시길).

그러나 사람들은 생각한다, 내가 활동적이다(라고).

그리고 초대한다, 나를, 파티에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