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몹쓸 절약정신과 애국심이 문제라니깐요!

 

이제 완연한 봄이죠?

아니, 벌써 여름인가요?

아직은 훈기와 냉기가 하루 사이로 교차하는 간절기 같네요.

 

어쨌든 옷차림도 가뿐해지고 몸이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이어지던 불경기도 드디어 싹이 움틀한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보자고요.

여러분의 영어도 드디어 싹이 움틀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요~.

 

자, 지난 번 숙제를 보면서 신토불이 영어를 나눠볼까요?

 

<나는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해 친구가 별로 없는데도

사람들은 내가 활동적인 줄 알고 파티에 늘 초대한다.>

 

이 문장을 주고 영어로 만들어보라 하면 저와 같이 공부하는 분들

대부분이 머리를 긁적이며

“쌤, 이게 영어로 되면 뭐할라고 영어를 배우러 다닙니껴?”

하고 저를 힐난합니다.

 

그러면 저는….그저 웃지요.

 

그리고서 여러분께 해드렸듯 영어식으로 문장을 나눠서 다시 영어로 해보라 하면 또 대부분 해냅니다.

 

나는    안   사교적이다

I  am  not   sociable.

 

그래서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많은 친구를

So     I    don’t have        many friends.

 

그러나  사람들은  생각한다  내가 활동적이다(라고)

But    people   think  (that)  I  am  active

 

그래서 그들은 초대한다 나를  파티에

So     they   invite    me   to the party.

 

금희 조님이 하신 그대로입니다.

(다른 분들이 틀린 게 아닙니다. 다만, 제가 생각했던 답은 이겁니다.

제가 생각했던 답이 중요한 거 아니고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도 맞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런데 이렇게 해 놓고서는 또 머리를 긁적이죠.

“이게 맞긴 맞는 건가요?”

 

왜 틀린 것 같냐고 물으면 이런 대답들을 합니다.

 

“너무 쉽잖아요….”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아주 중요한 사실을 품고 있으니까요. 우리 말과 영어를 같이 보면서 생각해 보죠.

 

나는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해 친구가 별로 없는데도

사람들은 내가 활동적인 줄 알고 파티에 늘 초대한다.

I am not sociable so I don't have many friends.
But people think that I am active so they invite me to the party.

 

위의 영어를 들여다보고, 또 우리말을 들여다보고 이걸 적어도 세 번은 반복해 보십시요. 시간을 드리지요. 시작!(안 하시는 분 계시네요. 꼭 해보세요)

 

……………………….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말의 느낌이 100%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데도

~인 줄 알고(사실은 아닌데)

 

하지만 토종댁의 신토불이 영어 제일 처음에서 말씀드렸지요?

영어에는 우리말의 ‘어미’와 ‘조사’가 없다고요.

 

~(ㄴ)데도

~(ㄴ, 는) 줄

 

이런 건 모두 영어에서 ‘체치기’로 다 털어내 버려야 쭉정이들입니다.

물론, 우리말에서는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알곡이지만요.

쓰레기도 함부로 못 버리는 몸에 밴 ‘절약 정신’,

올림픽에서 애국가만 연주돼도 목이 메어오고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엔딩처리를 함과 동시에 모두들 기립박수를 치는 걸 보면 내 딸이 금메달 딴듯 눈물이 콸콸 쏟아지는 이 애국심….

 

그러나 우리는 영어를 잘 빌려와 쓰기 위해서는 뭐하나도 못 내다 버리는

절약 정신과 우리말, 우리나라 사랑하는 애국심을 과감하게 내버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나쁜 짓 하는 거 아닙니다.

 

토종댁의 신토불이 영어…

그 핵심은 그 나라의 말을 빌려오려면 적어도

그 나라를 존중해주자는 거지요.

기억하시나요?

 

우리말을 끝까지 가져가면서 거기다 남의 나라말 맞추겠다는 마음이야말로 잘못된 국수주의의 발로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일부러 그러기야 하셨겠습니까마는…^^

 

자, 지금부터 이 지구상에서 아름답고 우수한 언어로 정평이 나 있는

우리말을 과감히 가지치기하고 체치기하고 내버림을 적용해서

영어를 존중함으로써 잘 빌려와 봅시다.

 

제가 영어식으로 바꾼 우리말은 쉽게 말해서…

 

영어로는 표현이 안 되는…표현을 할 수 없는…표현자체가 없는…

표현자체가 틀리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유로 어쨌든

 

표현할 필요가 없는 ‘부위’를 잘라 내버린 것에 불과합니다.

 

“쌤. 쌤이야 쌤이니까 영어식으로 잘 풀어내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것도 잘 안 되는데

우째야 됩니까?”

 

그에 대한 답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도 누누이 말씀드려 이젠 듣는 사람도 귀에 귀지가 앉을려고 하는 “영어 문장을 많이 읽고 듣고 접하는 수밖에는 없다”입니다.

자꾸 접하다 보면…결국에는 “아, 영어는 우리말의 이 표현을 이리 쓰는구나.” 하고 감잡을 날이 반드시 옵니다. 믿으십시요.

제가 백날 영어식으로 풀어주고 그걸 토대로 바꿔봤자,

그건 제것이지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저한테만 의존하면 제가 중간 다리가 되어드리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또 말이 막혀버립니다.

 

그러니 부단히 홀로서기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영어는 우리말보다 배우기 쉽습니다.

평소에도 그런 말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말 들으면 짜증만 확 밀려오시죠?

그 쉽다는 영어를 왜 나는 못하나…하고 말이죠…^^

못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말의 ‘족쇄’에 너무 붙들려 있었을 뿐입니다.

족쇄만 풀르시면 됩니다.

 

평범한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는 약 700개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는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때 다 익힌 것들입니다.

그 중에 여러분이 모르는게 있다면…제 손에 장을 지지지요.(갑자기 ‘지지지’노래가 귓가에

맴돈다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는 또 늘어놓을 게 산더미이니 다음에 본격적으로 하기로 하고요.

(미리 말씀드리지만…사전을 봐도 ‘dictionary for students’…즉 ‘학생용’을 보라고 적극 추천합니다. 중학교 정도가 딱입니다.

 

영어가 우리말보다 배우기 더 쉽다는 건 우리가 한 숙제로도 증명이 됩니다.

 

나는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해 친구가 별로 없는데도

사람들은 내가 활동적인 줄 알고 파티에 늘 초대한다.

I am not sociable so I don't have many friends.
But people think that I am active so they invite me to the party.

 

우리말을 전혀 못하는 미국인과 영어를 전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동시에 서로의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칩시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 저 문장을 익히기 위해 배워야 하는 문법용어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명사, 형용사, be 동사(‘활용’ 즉 변하는 모습이라고 해봤자 몇 개 안 되죠)

주어, 보어, 목적어, 접속사, 전치사, 부정(not)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배우는 미국인이 처한 현실을 볼까요?

 

명사, 형용사, 부사, 조사, 어미, 주어, 보어, 서술어, 어미, 불완전 명사

 

뭐 얼마 안 되네요. 그래서 비슷하다 여겨지십니까?

 

저는 미국인에게 우리말도 가르쳐봤습니다.

그래서 잘 압니다. 그들이 자기 머리를 쥐어뜯고 답답해 가슴 치는 빈도가 우리보다 몇 십 배는 더

높다는 걸 말이죠.

 

그들이 머리 쥐어뜯고 가슴 답답해 하는 이유…

 

'사교적이지 않다'에서 ‘않다’와 ‘아니다’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사교적이다+않다'가 ‘사교적이지 않다’가 되는 이치를 알려면

‘~(이)지’라는 연결 어미를 익혀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내가

 

이 둘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앞 문장에서는 ‘나는 (사교적이지 않다)’해놓고 다음문장에서는 ‘내가’라고 했지요? ‘사람들은 나는 활동적인 줄 알고’…. 이리 되면 심하게 어색하니까요. 그렇다고 어느 문장이건 두번째 문장에서는 늘 ‘내가’로 바뀐다…이리 설명하실 건가요?

 

자, 여러분이 이런 우리말의 문법을 미국인에게 설명한다 여기고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설명도 막막하지만 그걸 배워서 익혀야 하는 상대방이 너무 가엾지 않으신지요?

 

먹고

먹으니

먹어서

먹어야

먹으러

먹자

먹는다면

먹기로

먹는데

먹다가

먹을

 

그 뿐인가요? 어간이 받침이 있냐 없냐, 또는 어떤 받침이냐에 따라

뒤에 '으'를 붙이거나 빼거나 'ㄹ'을 첨가하거나 않거나 해야 합니다.

 

하이고…골치야…

 

물론, 영어도 이렇게 모양이 바뀌긴 합니다.

 

그런데 그게…’~ing’와 ‘~ed(과거분사)’, ‘to~(부정사)’

 

이 정도뿐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래도 영어가 쉽다는 생각이 안 드시는지요?

 

영어는…

우리말을 체치기해서 걸러낸 단어에다 위의 저 세가지 변화만 잘 적용해서 어순만 잘 배열하면 됩니다.

 

그 증거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