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우리말 그대로를 영어로 옮깁니다.

우리말 단어에 영어 단어를 대입시켜서 만드려고 하지요.

 

우리말과 영어는 그 기본 바탕이 다른 언어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끼워맞추려 하니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누가 영어를 길게 말하면 다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어는 그게 잘하는 게 아닙니다.

정말 그럴까? 싶으시겠지만...

영어는 정말이지 '생산성'을 좋아합니다.

'말'이라는 언어의 '목적'을 대단히 중요시합니다.

메시지 전달!!!! 그거 말입니다.

 

우리말은 '돌려치기'에 아주 능합니다.

문화적 차이입니다.

절대로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속뜻'을 아주 신경써서 들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요? 유교정신 때문이겠죠.

있는 마음 그대로를 말하면...얄팍하고 무례한 사람이라 여기는 문화 말입니다.

그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냥 우리네 정서입니다.

 

그런데 영어는 '단도직입적'인 걸 좋아합니다.

하다못해 물건을 바꾸러 가도, 우리는 '이걸 언제 샀는데 어디가 잘못되고 사이즈가 안 맞고 등등...

그래서 리턴하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미국인들은 '리턴하겠다'라는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유를 대야 할 필요가 있다면 먼저 '리턴하겠다'라는 말을 하고 그 다음에 붙이는 식이지요.

 

잘 생각해 보시면 어디를 가서 찾아온 용건을 말하는데 상대방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미간을 찡그리고 있으면 '아, 내가 역시 영어를 못하는구나'하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상대방은 '도대체 여기 온 목적은 언제 나와?'하고 기다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요. 미국인들도 '무례'는 싫어하나 그 '무례'의 기준과 성격은 우리하고 많이 다릅니다.

미국인들은 지나치게 돌려말하고 포장하고 흐릿하게 말하는 걸 어색해 합니다.

우리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미국인들의 태도에 많이들 당황하죠.

하지만 그건 혹시 메시지가 잘못 전달될까봐...생산성을 잃을까봐 고려하는 미국인들의

기본 정서이지 '무례'한 게 아닙니다.

 

기차역에서...

 

표를 사려고 하는데요. 기계에 20달러짜기 지폐가 안 들어가네요.

 

이런 말을 하려고 한다면..

 

I'd like to buy a ticket. But this machine doesn't accept twenty-dollar bills.

 

십중팔구는 이런 영어로 바꿀 겁니다. 우리말을 그대로 단어만  대입시킨거죠.

솔직히, 옆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무조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진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그냥 짧게 합니다.

메시지의 확실한 전달이 목적이니까요.

 

The ticket machine doesn't take twenties.

 

앞 부분의 '표를 사려고 하는데요'는 필요없는 군더더기입니다.

저 상황에서 말하는 사람은 승차권 판매기 앞에 있을 것이고,

이미 그 자체가 '표를 사고 싶어하다'가 전달되고 있는 거죠.

표를 살 것도 아닌데 승차권 판매기에 돈을 왜 넣었을까요?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말을 좀 길게 하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너무 짧게, 단적으로 말하면 무례하거나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것 역시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정서가 그렇다는 거죠.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 미국인들은 할 말만 합니다.

더구나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짧고 간단하고 명료할 수록 좋은 거죠.

 

먼저 닭요리를 주문하고 좀 더 생각해 보고 나중에 다른 걸 또 주문할게요.

 

Can we have the chicken first? And then we will order other menu later after thinking a little more.

 

자, 전형적인 우리말 대응식 영어입니다.

그렇다면 영잘인은 어떻게 말할까요?

비교도 안 되게 짧습니다.

 

Can we have the chicken to start?

 

위의 영못인의 영어에서도 'first'가 이미 나왔지요? 그렇다면 이미 '나중에 다른 걸 주문하겠다'가

표현이 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본 뒤에'는 정말이지 필요없는 군더더기입니다.

'시차를 두고' 주문한다는 게 중요하지, 말하는 사람이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웨이터는 관심없습니다. '시차를 둔다'는 말을 '생각해보고'라는 말로 애매하게 하지 않는게 좋다는 말입니다.

 

'have something to start'하면...먼저 요리를 주문하고 나중에 다른 걸 추가하겠다는 의지가

간단히 표현됩니다.

 

자, 정리를 하겠습니다.

 

상대방이 눈으로 보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설명하려 하지 마세요.

그건 생략해도 됩니다. 리턴 줄에 서 있으면 이미 리턴하러 온 줄 압니다.

리턴을 원하는지, 교환을 원하는지를 먼저 말씀하세요.

긴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로 바꾸는 게 쉽겠습니까,

아니면 짧은 우리말을 영어로 바꾸는 게 쉽겠습니까?

 

영잘인은 이 단순한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