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엄에 대처하는 영잘인의 자세

 

이디엄

슬랭

 

말만 들어도 정신이 아뜩합니다.

영어로 어떻게든 의사전달이라도 되기만 한다면 좋겠구만

이디엄? 슬랭? 이 무슨 또 엎친데 덮친 격인지요..

영어학원마다, 영어 선생마다 이디엄이라며 뭘 프린트해주고

외우라고 합니다.

교재마다 괄호치고 연습문제 빼곡합니다.

시키는 대로 달달 외웁니다.

 

A Drop in the Bucket

양동이 속의 한 방울?

 

뜻은 이러하다고 합니다.

A very small part of something big or whole.

 

어떤 큰 부분, 전체 중에서 눈곱만큼의 정도를 말하나 봅니다.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새발의 피’군요.

 

A Leopard Can't Change His Spots:

표범은 얼룩점을 바꾸지 못한다.

그 의미를 봅니다.

You cannot change who you are.

음. 당신은 당신임을 바꿀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제 버릇 개 못 준다’이군요.

 

A Picture Paints a Thousand Words:

하나의 그림이 천 개의 단어를 그려낸다.

뜻을 봅니다.

 

A visual presentation is far more descriptive than words.

시각적 이미지가 말이나 단어보다 더 설명이 잘된다는 말이군요.

음. 우리말로 하면 ‘백문이 불여일견’ 정도인가요?

 

뭐가 됐든 달달 외웁니다. 달달달...

적어도 100개는 외웠습니다.

흠. 어쩐지 미국인을 만나면 세련된 대화가 마구 될 것 같습니다.

일반 단어 1000개 공부한 거보다 이디엄 몇 개 외운 게 훨씬 공부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미국인을 만납니다.

외웠던 이디엄을 써봤습니다. 그런데 반응이...생각만큼 유쾌하지가 못합니다.

뭐가 틀렸나...?

딱 맞는 곳에다 잘 끼워서 했는데...

 

우리말을 유창하게 잘은 못하지만 단어나 제스츄어 정도로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우리말 초급 정도의 외국인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나, 어제, 바닷가, 갔고, 너무, 더웁고해서 수영을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인산인해해요.“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우리입장에서는 ‘그냥 이디엄 안 쓰고 ’사람‘이 많았다’라고

하는게 더 편하게 들립니다.

물론, ‘인산인해’라고 하면 사람이 많다...는 표현보다 훨씬 느낌이 잘 와닿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인산인해이다’가 맞는지, ‘바닷가가 인산인해다’가 맞는지,

그냥 ‘인산인해다’가 맞는지도 잘 모르면서 ‘인산인해’라는 표현만 적용한다면

듣는 사람은 불편합니다. 자연스럽지가 못하기 때문이지요.

 

거듭 거듭 말씀드리지만 영어는 언어고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떻게든 메시지를 전달하면 되지만

적어도 ‘불편하게’ 전달하면 안 되겠지요.

그 불편함의 정도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어 지겠고요.

그런데 혹..우리는 자신의 영어실력을 이미엄 수를 많이 아는 것으로

알고 있지는 않는지요.

 

진짜 실력은 그 이디엄의 수가 아니라 그 이디엄을 어떻게 적절히

사용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문법은 잘 알아도 어떻게 적절히 사용하는지를 모르는 것과 같지요.

누구나 집에 이디엄 교재 한 권씩 갖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에서 출판된 것입니다.

영어 이디엄에 한글로 해설이 아주 잘 되어 있죠.

보기에 아주 좋습니다. 외우기에 정말 편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응용을 못하면 헛수고일 뿐이고요.

 

그와 더불어 중요한 건...

이디엄의 이용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영미인들이 실생활에서 어느 정도 빈도로 사용하는 이디엄이란 것도

모른 채 들입다 양적으로만 외우는 건 정말이지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영미권에서 출간된 이디엄서들 중 가장 얇은 것으로 택하면됩니다.

거기 들어있는 이디엄들이 바로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필수’ 이디엄들입니다.

제 보기에 국내 이디엄서들은 오히려 우리말로 사용 빈도수가 높은 것들을

가져다 거꾸로 편집한 것들도 많습니다.

우리말에는 없는...영미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기반으로 아주 많이 사용하는

이디엄이지만 정말 생소한 것들도 많습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영미인들이 고르고 편집한 이디엄서들을 봐야 합니다.

그게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이디엄을 대하는 영잘인의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