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언어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단어는 ‘덩어리’로 익혀야 제맛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 ) 운전
이 앞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는 어떤 걸로 적당한지요?
무모 운전
폭력 운전
난폭 운전
횡포 운전
당연히 ‘난폭 운전’입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지요.
공부( )
이 뒤에 들어갈 단어는요?
공부실
공부방
당연히 공부방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배우는 외국인들은 그럴 겁니다.
그럼...사장님 집무실은...‘사장실’이 아니라 ‘사장방’으로 하면 안되나여?
왜 꼭 ‘난폭’ 운전이라고만 해야 해여?
폭력 운전은 왜 안되나여?
그러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조근조근, 문법적으로, 언어구조적으로 설명을 하실 수 있습니까?
아마 이렇게 대답하실 겁니다.
왜 '폭력' 운전은 어색하고 '난폭' 운전이 자연스러운지!!
“그냥 원래 그렇게 쓰는 거예요!!”
이렇게 얼버무리고 말지 않을까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분명 어울리는데...그렇게 안 쓴다고 합니다...
교통체증...막힌 교통...
'stuck' traffic...
이러면 맞을 거 같은데 뜬금없이 'heavy' traffic이라고 합니다.
교통이 무거워? 왜여? 하고 물으면 그냥 원래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하긴 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 알겠어?”
“아..그래..이젠 이해가 간다.”
아니..내 머리고 이해가 된 건데..그 이해가 발이 달렸다 해도..
굳이 방향을 잡으려면 이쪽으로 와야지, 왜 저쪽으로 간답니까?
그래서 우리말 배우는 외국인 중에는 “네. 이해옵니다.”하는 외국인들도
분명 많을 겁니다. 그 외국인도 우리처럼 문법책으로만 영어를 공부한 경우겠죠? ^^
아, 정말이지 문법책에서 보고 배운 대로 그대로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몇 달만에 영어도사 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우린, 뭐 외우는 거 하나는
자신있지 않습니까?
자..이렇게 어느 나라 말이든...문법과 상관없이, 혹은 문법과 별개로, 혹은
문법에 위배되게, 혹은 문법과 안 친하게...‘생활’에서 얻어진 법칙들이 있습니다.
그게 문법에 대해...‘어법’이라고 하지요.
폭력 운전이든, 무모 운전이든, 횡포 운전이든...문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만...우리가 생활에서 쓰고 있는 ‘짝’이 아니라는 거죠.
여러분은 영어의 짝꿍 단어들을 얼마나 제 짝을 잘 맞추실 수 있습니까?
감기에 걸리다...
take, get, catch, gain, earn, receive...등 ‘얻다’라는 이미지와 연관된 단어는 많지만
굳이 ‘catch'를 써야 합니다.
약을 먹다...
eat를 쓰면 안되고 ‘take'를 써야 합니다.
drink coffee가 왜 안냐고요..글세...커피 마시다..잖아요?
그런데 안 된답니다. have a coffee라고 해야 한답니다.
나 원!!!!
아무튼 원래 그렇다하니 별수 없습니다. 알아줘야 할수밖에요.
언어란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다 같이 그렇게 쓰기로 약속한 것이니
그렇다면 그리 써주는 게 예의겠지요.
이런 짝꿍 단어, 덩어리 단어를 ‘colloca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연어(連語)’라고 하지요. ‘이어지는’ 단어라는 말이겠죠.
collocare라는 동사는 라틴어인 com(together)
locare(to place)의 복합어입니다.
to place together...같이 위치한다...라는 뜻입니다.
그나저나 그 많은...짝꿍들을 어떻게 맞춰줘야 한단 말인지요?
난감하실 겁니다.
하지만 결국...가만 생각해보면...
앞마디 말하고 뒷마디가 안 되는 이유가...
또는 머리에서 할말은 빙글빙글인데 혹시 입으로 안 나오는 이유가...
혹시 이 덩어리로 된 짝꿍 단어를 몰라서 그런 건 아닐까요?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단어를 따로 따로 열심히 외우고 공부해도 막상 실전에서 이 짝꿍 단어를 모른다면
단어는 혼자 춤을 춥니다.
언어는 ‘군무’입니다.
여러 단어가 질서 있게 자기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때 가장 자연스럽게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군무입니다.
단어는 저마다 함께 춤을 춰야 할 파트너가 있습니다.
우리말도 그렇고요.
이제부터 그래서...단어는 혼자가 아니라 ‘덩어리’로 익혀야 합니다.
그 연습을 토종댁과 함께 해보면 어떠실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