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컬럼에서 말씀드린 그 시제가 하나라는 나라가요..

Thai라고 하네요.

혹시 Thai말 하시는 분 계신가요?

정말인지 궁금하네요.

책에 보니 그리 되어 있네요.

 

어느 나라는 덜렁 하나뿐인 시제가

영어에는 왜 그리 많은지..

우리말만 하더라도 현재, 과거, 미래..

이 셋뿐이지 않나요?

 

아니..

까놓고 말해서,

시간이라는 것이..

과거, 현재, 미래밖에 또 뭐가 필요할까요?

 

진행형?

그건 우리말에도 있지요.

 

하는 중이다..

 

'중이다'만 붙이면 되는 걸,

그걸 뭐 'be+ing'라고 공식화해서

'진행형'이라며 따로 구분을 해놓고 그리도 우리를 애먹이는지, 원.

 

거기다 한 술 더 떠..완료형이라고요?

have+pp?

 

정말 우리는 그동안..정말 징글맞게 오랜 세월동안..

우리 말에 '완료형'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어의 '완료형'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했던 거 아닐까요?

 

정말..우리말에 '현재 완료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요.

우리말에 없으니 뭔가 엄청시럽게 대단하고 거룩하고 위대하고 기기묘묘한 무언가로 다가왔던 거

아닐까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원래 대단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이 토종댁은 당당하게 이리 외칩니다.

우리말에도 현재 완료형이 있다!

 

국어 문법서에 보면..외국인을 위한 문법서가 아닌다음에는,

시제에 대해서 그렇게 엄밀하게 구분해놓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우리말은 그 특성상 어간 중심으로 변화무쌍한 어미 변화와

접속관계, 문장 호응, 품사 등에 치중해 있지요.

 

그런데 영어는 이 '시제'를 아주 중요하게 다룹니다.

제 생각에는 과거, 현재, 미래를 중심으로, 거미줄을 친 것 뿐인데,,

다른 나라 말에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영어만의 고유하고 대단한 것으로

좀 거품을 일으켜놓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영문법서에 보면 쉽게 설명해 놓는다고 풀어서 하는 설명중에 은근히

'영어에는 다른 언어와 달리 시제가 많다'는 표현이 꽤 있다니까요.

 

서두가 길었습니다마는,,

우리말에도 현재 완료형이 있습니다.

따로 분리를 안해놓았을 뿐입니다.

우리말은 영어처럼 'have+pp'라는 공식비슷하게 못박아두지 않았을 뿐,

보조 동사로 완료형을 표현합니다.

그게 좀 다양하다 보니,,'완료형'이라는 게 없다!

이렇게 오해했던 거 아닌가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현재완료를 배우면서 지겹게 들어온 말이 있습니다.

 

경험, 완료, 결과...

 

현재완료가 표현하는 것들입니다.

 

정말 짜증나지 않습니까?

 

have+pp라는 공식이 저런 다양한 걸 표현하니 뭐에 딱딱 끼워맞출 수가 없잖아요?

 

도대체 언제는 '경험'으로, 언제는 '완료'로, 언제는 '결과'로 해석해서

현재완료라는 걸 제때제때, 제까닥 제까닥 활용할 수 있냐 이 말입니다.

 

그렇게 발달된 언어라면,,

 

경험은 경험대로,

완료는 완료대로,

결과는 결과대로,

 

표현하는 법도 다르면 좋지 않냐 이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말하다 보니 막막 화가 치밀라고 그러네요. ^^

 

그런 의문 내지는 불평을 갖다가,

혹시??

 

have+pp라는 현재완료형에는 어떤 하나의 맥이 있고,

쓰다보니 저렇게 결과적으로 자연 분리가 된 것이지..

 

그걸 처음부터..

 

저렇게 나누고 저 각각의 경우를 현재완료형으로 표현하자~~라고

한 게 아니지 않을까..생각하게 되더군요.

 

다시 말해서..

현재완료형이 필요한 '하나의' 이유,,

그걸 알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리말과 연관을 지어보았고,

나름대로 우리말에도 현재완료의 표현이 있다는 걸 발견했지요.

 

지난 시간의 예문을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내 돋보기 안경 어디다 두었어?"

"거실 서랍안에 넣어뒀는데요."

 

넣다+두다

 

그냥 '넣었다'라고 하지 않고, '두다'라는 보조동사를 쓴 이유는?

 

앞서 몇 분께서 댓글로 답을 주셨습니다.

 

계속!!

현재!!

 

네. 그렇습니다.

 

넣었다..는 단순과거입니다.

 

넣어두었다..가 바로 영어의 현재완료형입니다.

 

자, '넣었다'라고 하면 되지, 왜 굳이 '넣어 두었다'라고 길게 표현할까요?

 

눈치빠르신 분은 감잡으셨죠?

바로, 현재와 과거의 만남입니다.

 

"거실 서랍에 넣어두었는데요."

라고 말할 때..말하는 사람이 '과거'에 넣은 행위를 강조하려고 애써 '두었다'를 가져다 붙였을까요?

 

아닙니다.

 

그냥 '넣었다'가 아니라 '넣어 두었다'라고 하는 건,,

과거에 '넣었다', 그런데 '지금도' 넣은 상태로 있다,,

 

즉, (혹시 그 새 누가 꺼내가서 서랍안에 없을지는 모르나) 말하는 사람 마음은,,

'지금 있다'는 기대로 말하는 겁니다.

 

아닌가요?

 

너무 시시한가요?

 

그동안 10년, 20년을 괴로워해오던 현재완료가 우리말에도 있고,

겨우 저거라니, 너무 시시한가요?

 

물론, 디테일한 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우나마 현재완료의 '하나의' 맥이라도 확보해보자는 겁니다.

 

영어의 현재완료는...

그리고 우리말에는 딱히 '현재완료형'이라고 시제 구분은 안하지만

'본동사 어간+두다, 놓다 등의 보조동사' 형태는..

 

'과거'에 한 동작과 '지금'의 상태를 더한 '특이한' 시제 표현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거국적으로 도킹을 하는 거지요.

 

그래서,,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지만,,

말하는 사람이 중시하는 건, 과거가 아닙니다.

바로, '현재'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현재' 완료입니다.

 

증거를 보여드릴까요?

 

현재완료형이 과거 행동을 이용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현재'를 강조하는 것이라는 증거는..

현재완료형은 사실, 단순현재형으로 치환이 가능합니다.

 

아래를 보십시요.

 

I've travelled a lot in America.

나는 미국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돌아다녔다'..라고 해서 '단순과거'로 바뀌어버립니다.

왜요?

우리말에는 'have travelled'라는 현재완료형을 100% 똑같은 뉘앙스로 해석할 '현재완료형' 공식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영어의 신토불이를 존중하지 않고 우리말 그대로 옮긴

이런 해석 습관 때문에 현재완료가 어려웠던 겁니다.

 

하지만 뭐,,우리말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저런 해석밖에는 안 됩니다.

 

하지만!!!!

 

글로 해석은 저렇게 해도, 말하는 사람의 마음만은 알아주셔야 합니다.

정말 그 마음마저 외면하시면 안됩니다!

 

저 사람은 지금 이 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I know America well.

 

그럼, 만일 단순과거형으로,

I tavelled a lot in America.

 

라고 한다면요?

 

말하는 사람은,,,그 다음에 또 과거 이야기를 할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여행하면서 그 때,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어떤 일도 있었고..blahblah..

 

딱히 '지금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거나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고 칼로 자르듯..과거와 현져완료형을 구분해서 쓰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쨌든 단순과거 자체만으로는 '현재'하고의 도킹 의지가 약하다는 겁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I've never had scarlet fever.

나는 한 번도 성홍열에 걸린 적 없어.

 

우린 이걸 '현재완료형의 경험'이라고 해서 따로 분류하고 예문도 끙끙대며 외우고,,

마치 '경험'의 현재완료형과 '결과'의 현재완료형은 완전히 별개인양 말입니다.

 

경험이든,,

완료건,,

결과건,,

 

영어의 현재완료형은,,

과거의 동작을 말하고 있긴 하나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려는 겁니다.

 

"거실 서랍에 넣어두었어요."

는 말한 사람이 '거실 서랍에 넣었다'는 단순한 과거의 동작을 말하려는 것보다는,,

곧 이말을 하려는 거 아닙니까?

 

"(혹시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는 한) 지금 거실 서랍 안에 있어요."

 

다시 말해, 위의 예문에서

나는 한 번도 성홍열에 걸린 적 없어...라고 하는 말은,

'걸리지 않았다'는 과거의 단순한 사실(동작)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은 이 말을 하려는 걸 겁니다.

 

I can still get scarlet fever.

 

정리를 해볼까요?

 

현재완료형이란...

 

동작은 과거에 했습니다.

그런데 동작은 과거에 끝났지만,

그 동작과 연관된 '지금' 상태를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지금, 제가 중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의 '동작'이 아닙니다.

지금의 '상태'입니다.

 

1. I lost my key.

2. I have lost my key.

 

어디서 많이 보던 문장이죠? 정말 징글징글합니다. 하도 봐서..

하지만 징글맞게 보면서도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셨는지요?

뭐가 설명이 그리 어려운지..

 

1번은 과거의 단순 동작을 말하는 겁니다.

딱히 '지금'을 의식한 거 아닙니다. 그리고 어제 열쇠를 잃어버렸다가 오늘 아침에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요는...이 말만으로 '지금' 열쇠가 있다는 건지, 아닌지 100%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 뒤말을 들어보거나 열쇠가 지금도 없다는..어떤 제스추어를 봐야겠죠.

 

그에 비해, 2번에서는 '지금의 상태'를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합니다.

즉, '과거에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지금도 없어서 집에 못들어가."라는 말을 하려는 거죠.

 

거듭거듭 말씀드리지만..

현재완료형은 '현재'를 말하고자 함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현재완료형은 경험, 완료, 결과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죠?

그거..잊어버리세요. 누가 그거 일일이 구분해서 현재완료형을 쓸 수 있답니까?

불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이거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과거에 한 동작, 그 영향을 지금도 '갖고 있다(have)'.

 

I have been to Paris.

 

이걸 '경험' 용법이라고 해서 현재완료형을 썼다고 배우셨을 겁니다.

 

저는 거꾸로 말씀드립니다.

 

현재완료형은 과거의 동작, 그 영향을 지금도 '소유하고 있어서(have)'...

자연히 '경험'이 되는 겁니다.

 

예전에 파리에 갔고,

지금도 그 동작의 영향을 소유하고 있기에 경험이 되는 겁니다.

 

경험이란...과거 시점에서 과거를 보는 게 아닙니다.

과거의 동작, 행동, 이벤트의 영향을 지금 갖고 있는 것..

그것이 경험이지요.

 

그게 다 경험이야..그걸 발판으로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지.

 

지금에 와서 과거를 볼 때, 성립하는 게 경험이란 겁니다.

곧 경험이란..현재를 중시하는 컨셉입니다.

 

결과요?

 

과거시점에서 과거를 보면 결과가 있을 게 무업니까?

현재에서 과거를 보고 현재와 연관지어져야 '결과'라는 게 성립하지 않나요?

 

총정리하자면...

 

과거의 동작을 지금의 상태와 도킹시킨 현재완료형이기에

자연스레 경험도 되고, 결과도 되는 겁니다.

 

이걸 거꾸로...

 

경험, 결과, 완료를 표현할 때는 현재완료를 쓴다..로 이해하면

활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동작(pp), 그 영향을 지금 소유하고 있는 상태(have)..

 

그게 바로 현재완료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말 현재완료형 표현을 몇 가지 적고 마무리합니다.

한 번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현재완료형...이 조금은 친밀하게 다가오실 겁니다.

 

(* 감상포인트/ 표현자체는 모두 '과거'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현재'입니다)

 

"어, 소나기가 오네?"

"앗싸! 나는 우산 가져왔지롱." (내게 지금 우산 있다)

 

"내 친구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는데 먹을 건 있어?"

"걱정마. 밥 빵빵하게 해 놓았어." (우리집에 지금 밥 있다)

 

"그 남자가 자꾸 추근덕거려요."

"걱정마. 더 이상 못 그러도록 내가 손 좀 봐두었지." (그 남자, 지금 쫄아 있다)

 

"로마가 그렇게 멋있다든데."

"나는 가 보았지." (내겐 지금 로마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