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은 물론이고,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이나 책, 칼럼, 그리고 교육 상담가들의 말을 빌어보면
자녀교육에 있어서 부모가 지켜야 할 첫번째 덕목으로 '일관성'을 꼽습니다.
'일관성'을 가져라
'일관성'을 지켜라
'일관성'을 갖고 행동하라
'일관성' 없는 교육 백날 해봐야 소용없다
이 책을 봐도 일관성, 저 칼럼을 봐도 일관성..
대관절 일관성이 무엇이길래~~
'일관성'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하나의 방법이나 태도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을 의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자녀교육에서 어떻게 일관성을 가져야 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쉽게 다가가 보기로 합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철수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합니다.
그저 누워서 천장의 모빌이나 구경하다가 어느 순간 뒤집고,
기어다니며 방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어먹다가 마침내 걸음마를 시작했으니 그 호기심이 남 다를 수 밖에요.
철수는 이제 사물을 바라보는 단계를 지나 만지고 물어 뜯어보고, 가만히 집어 귀에도 대 봅니다.
철수의 오감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은 경이요, 신비입니다.
오늘 철수는 거실로 걸어나와 아빠가 수집하는 시디들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자기가 갖고 놀던 장난감과는 사뭇 다른 것이 뭔가 특별해 보이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철수는 시디장에 가까이 다가가 시디를 하나 하나 바닥으로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열어봅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동그란 판이 꽂혀 있습니다.
이것을 열어봐도 동그란 것이 들어있고, 저것을 열어봐도 동그란 것이 들어 있습니다.
단순한 놀이지만 재미가 있어 철수는 아빠의 시디를 계속 열어서 빼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거실 주변은 시디들로 가득 찹니다.
만약, 철수가 여러분의 아이였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셨을까요?
A는 철수가 시디를 꺼내 열어놓고 방바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도 그냥 수수방관 합니다.
'그래, 그냥 어질러라..지금 안 어지르면 네가 언제 어질러보겠어..어질러..아무 생각말고...막 어질러라...'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A의 집은 늘 발디딜 틈이 없이 복잡합니다.
B는 철수를 졸졸졸 따라다니며 철수가 어질러놓은 시디를 제자리에 갖다 놓기 바쁩니다.
'뭐시라? 내 사전엔 폭탄 맞은 집은 있을 수 없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끝까지 해보자..'
B는 사사건건 간섭하고 좇아 다니면서 뒤치닥거리 하고 정리하고 결국엔 지쳐합니다.
C는 철수가 마구마구 어지르게 놔두다가 맘 내킬 때는 또 마구마구 좇아다니며 치워댑니다.
이 상황으로 보아 한결같이 내버려두거나 혹은, 한결같이 못하게 하는 것이 언뜻 일관성 같아 보이지만
한결같이 내버려두는 A의 수수방관형은 지금 당장 아이의 호기심은 충족시켜줄 수 있으나
향후 자기 절제가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천년만년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오냐오냐 키울 것이 아니라면
안되는 것은 처음부터 안된다 라고 가르쳐야 하지요.
B의 사사건건 간섭형은 어떤가요?
일일이 좇아다니며 정리하면 늘 깨끗한 환경은 유지하겠지만
아이로 하여금 어릴 때부터 '엄마는 간섭쟁이, 엄마는 잔소리꾼'이라는 인식과 함께
무엇을 해도 만족이 안되는 욕구 불만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것 좀 하려해도 엄마 눈치가 보이고, 저것 좀 하려해도 엄마 눈치 빤하고....
그러다보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엄마의 눈치 보느라 주춤하게 되는거죠.
그렇다면..C의 내맘대로형이 대안일까요?
엄마 기분 내키는대로 이러고 싶을 땐 이랬다가, 저러고 싶을 땐 저랬다가 하는 식은
결국 이도 저도 다 아닌, 그야말로 마구잡이 교육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지요.
결국 아이의 호기심도 충족하고, 집안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자기 절제의 능력도 길러주며, 욕구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저는 그것을 D가 보여주는 일관적인 자세를 살펴봄으로써 풀어가고자 합니다.
시디를 꺼내 집안을 마구 어지르고 있는 철수를 보며 D는 이렇게 말합니다.
"철수야, 이것은 아빠 장난감이지 철수 장난감이 아니야. 철수는 철수 장난감 갖고 놀아야지." 라고 말하며
철수를 장난감이 들어있는 통으로 안내합니다.
이때 철수의 반응이 "오케이, 시디는 아빠 장난감~" 하며 수긍을 한다면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 키우기가 얼마나 쉽겠습니까만,
보통의 아이들은 처음에는 떼를 쓰는 것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할테고, 그것도 안 먹히면 울어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D는 한번 안되는 것은 오늘도 안 되고, 내일도 안 되고, 웃어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된다!! 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울며 떼를 쓸 때는 단:호:하:게: "이것은 안돼!!" 하고 말합니다.
대신 철수가 자신의 장난감을 갖고 마구마구 어지르며 놀게 합니다.
놀 때는 치우지 않습니다.
철수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그저 가만히 지켜보거나, 함께 이야기하며 놀아 줍니다.
놀이가 끝난 후에는 잘 치우는 법을 손수 보여줌으로써 아이와 함께 뒷정리를 합니다.
다음날이 되어 철수는 다시 어제와 같은 상황에 맞딱뜨립니다.
아빠의 장난감인 시디가 어제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보이며 철수를 유혹하는 것이지요.
엄마의 충고를 잊고 다시 시디장에 손이 가는 철수.
하지만 이를 발견한 엄마는 어제와 똑같은 방법으로 철수를 시디와 분리시킵니다.
이렇게 시디장을 만지는 것에 대한 엄마의 일관성 있는 태도가 하루, 이틀 반복되다 보면
철수에게 시디장은 만져서는 안될 아빠 장난감으로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설사 시간이 흘러 다시 철수가 시디를 만지려 든다해도 엄마의 가벼운 "노우~" 한 마디는
철수로 하여금 '안되는 것'에 대한 엄마의 단호한 태도를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맞다...이것은 엄마가 아빠 장난감이랬지~' 하면서요.
자녀교육에서의 일관성은 제 생각으로 D와 같은 태도입니다.
한번 아닌 것은 끝까지 아닌 것이죠~
그러나 D와 같이 일관성을 가진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 아이가 처음부터 해서는 알될 것과 해도 좋은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까지는 괜찮겠다....혹은, 이것은 절대 안되겠다....같은 것이지요.
그래야 No와 Yes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둘째, 똑같은 일과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해도 말을 번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늘 한결같이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어야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을 테니까요.
셋째, 안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비록 어리지만 합당한 이유를 대며 안됨을 설명한다면 아이도 수긍이 가겠지만 무작정 "안돼!" 하고
말하는 것은 아이들의 눈으로 봐도 엄마가 억지를 쓰는 것 같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안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단:호:하:게: 하십시오.
친절한 설명이 충분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아이이니까요.
하지만 그럴 때 흐지부지 말씀하는 것 대신 단호하게 엄마의 입장을 밝힌다면
아이의 머릿속에는 그것에 대한 엄마의 입장이 살아 숨쉴 것입니다.
이상의 이야기들은 순전히 저의 관점과 제가 자식을 키우면서 느낀 것들을 적은 것이라
모두 다 맞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자녀교육의 선봉장에서 선두주자로 회자되고 있고
여전히 풀기 힘든 숙제처럼 이것저것 해석이 많기에 제 해석도 조심스럽게 내밀어본 것입니다.
하나의 방법이나 태도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을 의미하는 일관성..
오늘부터라도 '안되는 것은 처음부터 안되는 것이고, 되는 것은 처음부터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일관성을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접근한다면
'내 아이 일관성 있게 키우기'라는 평생 프로젝트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