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무기력과 체념입니다. 처음 매질을 당할 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과 공포감과 놀라움에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그래서 울기도 하고 항거도 하고 애원도 합니다. 어떻게해서든지 그 상황을 벗어나 보려고 버둥거려 봅니다.
그러나 매맞는 일이 그치지 않고 계속되면, 그리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냥 한탄과 비탄만 하게 됩니다. 그 후에는 자존감을 잃게되고 자기비하에 빠져버립니다. 그리고 맞는 것을 합리화합니다.
“때리는 것만 빼놓고는 완벽한 남편인데 나만 좀 참으면 모든 게 순조로울 테니까 그냥 참자. 내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는 거겠지. 저도 때릴 만 하니까 때리겠지. 내가 좀 만 잘 했으면 맞을 일도 때릴 일도 없으니까 앞으로 좀 더 잘 하자…..”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기능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여자들은 매맞는 일을 기다리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무자비하게 구타한 후 반짝, 공주처럼 잘해 주는 순간들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으로 때리는 남편에게 길들여진 여자입니다.
그리고 매맞는 여자들은 경제력을 남편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혼자서는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자들이 많지요. 그래서 하루 일과처럼, 주중 행사처럼 얻어 터지고 맞으면서도, 그러다가 나중에는 목숨까지 잃으면서도 남편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아니, 못떠납니다.
또한 매 맞는 여자들이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아이들을 위해서’ 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들 아버지인데, 아버지 밑에서 크는 게 낫지. 아이들한테는 둘도 없는 자상한 아버지이니까 나만 좀 견디어 내면 아이들도 무탈하고 행복하게 클 거야….
나 역시 그랬습니다. 매일 피투성이로 맞으면서도, 짐승처럼 매질을 당하면서도 8년 가까이를 그냥 주저 앉아 있었습니다. 생각은 많았지요. 하루에도 열두번씩 떠날 궁리를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했던 이런 저런 이유로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미련했던 것입니다.
내가 비록 배운 것 없고 못났지만 아이들에게는 한 점 부끄럼없는 엄마로 살기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당시 윤승준과 살 때 내 두 아이들이 매우 어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현재까지도 그때 일을 어제 일 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는 기억. 그런 끔찍하고 좋지않는 기억을 아이들에게 심어준 게 참 미안하고 가슴 아픕니다.
어쨌든 나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바로 윤승준의 곁을 떠난 일이라고요. 여태까지 그의 곁에 있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볼 때가 가끔 있는데요. 어쩌면 나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에 못이겨 죽었겠지요. 아니면 불구가 되었거나 폐인이 되었겠지요.
당시 내가 기댈 곳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하소연 할 데도 없었고 위로나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일 예배가 아니라 모든 만물이 잠든 새벽, 새벽기도를 나가는 일이었습니다. 낮에 집을 비웠다가는 또 경을 칠테니까 매일 새벽, 윤승준이 잠 든 틈을 타서 아무도 없는 캄캄한 새벽 길을 걸어서 교회에 갔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밑에 엎드렸습니다. 통곡하면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윤승준이 쳐놓은 이 단단하고 억센 그물을, 내 발목을 옥죄고 있는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어느 날 시집에 가족들이 다 모인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날이었던지 지금 자세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시부모님의 생신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내 얼굴은 전날 맞은 상처로 처참했습니다. 눈두덩이는 잔뜩 부어 있었고 윤승준의 두 손아귀로 졸렸던 목은 붉고 푸른 멍으로 덮혀있었습니다. 가죽혁대가 휘감겼다 나간 팔은 뱀같은 피멍이 선명하게 줄을 이루고 있었어요.
그때가 한 여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습니다. 날이나 좀 덜 더웠어야 긴 소매나 목도리로 감출 수 있지. 눈두덩이 상처 역시 화운데이션을 몇겹으로 두껍게 발랐지만 어떻게 감출 도리가 없었습니다.
윤승준의 부모와 누나들이 내 이런 모습을 본듯 했습니다. 그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부엌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다가 물 주전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나는 우뚝 문밖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어요. 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 행여나 내가 들을새라 목소리를 최대한 낮춘 소리. 그러나 나는 듣고야 말았습니다.
“너 여자 패는 버릇은 여전 하구나?”
“제발 그 나쁜 손버릇 좀 버리라고 그렇게 누누히 얘기했는데 아직도 그러는구나”
“네 새끼를 둘이나 낳아준 여자야. 대강 좀 해라”
“너는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인데. 그 여자 때리는 손버릇만 고치면”
“그러니까 저런 착하고 쑥맥같은 여자를 골라 결혼했지. 그렇쟎고 좀 똑똑한 여자같았으면 벌써 도망을가도 열번은 갔지….”
“그러게. 이윤주를 봐. 그렇게 한두번 맞더니 일찌감치 가버렸쟎아. 첨엔 그렇게 좋다고 달라붙더니 두어번 맞아보더니 아이고, 안 되겠다 싶었겠지….”
“어쨌든 민수 에미한테 너무 그러지 마라.지렁이도 밟으면 끔틀한다. 아뭇소리 안 한다고 막 대하다간 종내엔 쟤가 악에 받쳐 무슨 짓을 할수도 있쟎아….”
시부모님과 누나들이 마구 윤승준을 책망 했습니다. 나는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그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래, 막다른 골목의 쥐가 고양이 문다는 소리 못들어 봤니? 민수 에미가 참다참다 못참을 지경이 되면 너를 물 수도 있쟎아?”
“세상에 저렇게 착하고 음전한 여자 너 다시 못구한다. 네 그 나쁜 손버릇 때문에 이윤주로부터 파혼까지 당했쟎니? 그러고도 정신을 못차리면 어떡해? 저러다가 쟤가 매에 못이겨 도망이라도 가버리면 어쩔래?”
“그래서 제가 밤낮으로 지키고 있쟎아요. 혹시라도 도망갈까 봐….”
윤승준의 대답이었습니다.
문밖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윤승준의 가족들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윤승준이 어떤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가 가진 폭력의 성향을. 폭력의 전과를.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해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내게 아무런 언질이나 조심하라는 당부 한 마디없이 묵인하면서 결혼을 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윤승준의 제물이었습니다. 지독한 희생물이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그집 식구들에게서 정이 확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나는 그집 식구들에게 항상 고마와하고 황송해 마지않아했습니다. 나 같이 아무 것도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존재를 며느리로 맞아 준데 대해 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집 식구들 말이라면, 그들의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고 다 했습니다.
이제 그들이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고 나를 받아들였던 이유가 밝혀지고 만 것입니다.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윤승준을 받아주고 챙겨 줄 여자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때 나는 가슴속 깊이 다시 다짐했습니다. 당신들 보란 듯이 윤승준의 곁을 떠나고 말겠다고.
그러나 앞에서 얘기했듯이 경제적인 문제가 내 앞을 견고하고 튼튼하게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당시에 이혼 한 여자가 설 자리는 아무 데도 없었어요. 더구나 아이까지 딸린 이혼녀는요. 식모나 식당 부엌일 밖에 할 게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아이둘을 낳고 이사갔던 지역은 의정부였습니다 . 미군 공군부대가 우리 살던 집 지척에 있었습니다. 나는 앞 집에 살던 ‘현주’라는 여자를 사귀게 되었습니다.남편이 태권도 사범이었는데 미국 이민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부부가 영어를 배우겠다고 미국인 남자들(군인들)을 집으로 많이 초대했습니다.
나는 틈만 나면 그 집에 놀러다녔습니다. 그 집을 드나들면서 미국이란 나라와 미국남자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미국남자와 결혼해서 미국에 갈 수도 있겠다는 막연하지만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꿈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왜냐면 많은 미국남자들이 나를 예쁘고 섹시하다고 칭찬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미국남자들에게도 어필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도 내 허리는 20인치를 넘지않는데 당시는 더 가늘었습니다. 말 그대로 버들가지처럼 가늘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나는 키는 작았지만 커다란 가슴과 히프가 매우 육감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남자들이 나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머리를 좋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윤승준이 나를 때릴 때면 제일 먼저 휘감아 쥐던 머리채. 나의 머리는삼단같이 윤기나고 검었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 남자들이 동경하는 신비한 동양 여자의 이미지를 내가 몽땅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 참 예뻐요. 그러나 참 안타까와요. 왜냐면 당신은 이미 결혼한 여자이기 때문이예요…..”
미국군인들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나의 미모에 대한 찬사와 환호를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유부녀라는 사실에 대해 매우 안타까와 했습니다.
그런 찬사와 환호를 받을 때마다 이혼을 하고나면 나도 쓸만한 미국남자를 하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이 공군부대가 가깝다보니 미군들과 살림을 차리거나 결혼을 한 여자들을 많이 보게되었는데요. 하나같이 예쁘지도 않고 볼품들이 없었어요. 덕지덕지 화장을 하고 나름대로 꾸미느라 꾸몄지만 하나같이 인물들이 형편없었습니다. 그런 여자들이 휜칠하게 키가 크고 잘생긴 미군들을 꿰차고 있더라 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모두들 극집한 대접을 받으며 잘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의 외모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용기도 생겼습니다. 독립을 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자신감. 그래서 나는 방향을 틀었습니다.
평생을 손에 물을 묻히는 직장을 구하는 대신 한국을 떠나야만겠다는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인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그래서 미국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아무리 궁리해 봐도 한국에서는 나 혼자 힘으로 아이 둘을 도저히 교육시킬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기발하고 훌륭한 생각이었어요. 나를 칭찬해 주고 싶을 지경입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백 팔십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내가 그랬습니다. 윤승준과 아이들이 없는 낮에 심심하고 따분해서 그냥 드나들던 현주의 집에서 만나게 된 미국군인들이 해준 칭찬이 나를 변하게 한 것입니다. 그들이 무심코 해준 내 외모에 대한 칭찬이 어떻게해서든지 미국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자. 미국 남자를 만나 미국으로 들어가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윤승준과 결혼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고개를 넘었듯 이혼을 하는 데도 넘어야 갈 고개가 있었어요. 그 고개는 가파르고 깊고 높고 험준했습니다.
일단은 이혼을 해야했습니다. 문제는 윤승준이 절대로 순순히 이혼을 해줄 남자가 아니었다는 데 있었지요. 그리고 아이들을 내게 내어줄지 그것도 의문이었습니다.
나는 죽어도 아이들은 내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목숨 만큼 소중한 아이들이었니까요. 아이들을 내가 맡지않고는 윤승준과의 이혼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 아들 둘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많이 배우게 하고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하고 윤택하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나는 윤승준을 떠날 기회만 엿보았습니다. 생활비를 아껴서 돈도 조금씩 모았습니다.
내가 자신을 떠날 생각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윤승준의 나에 대한 집착은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나에 대한 학대 또한 여전했습니다. 혼자서는 화장실도 못가게 했습니다. 간수가 죄수 지키듯 철저하게 나를 감시했어요.
일요일이나 휴일, 같이 텔레비젼을 보다가 화장실 갈 일이 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이라 집에서 떨어져 있기 마련입니다. 볼 일을 보고 나가려고 화장실 문을 열면 언제 왔는지 윤승준이 화장실 문 앞에 팔짱을 끼고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정말로 소름끼치는 일이었습니다.
죽으나사나 내 남편이라고 생각 할 땐, 같이 끝까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땐 전부 감수해야 할 일이었습니다만 일단 윤승준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나니 그의 모든 행동이 견딜 수가 없도록 싫었습니다. 나를 죽도록 패놓고 아무런 전희도 없이 섹스를 당하는 일도 그랬습니다. 조금만 참자, 하고 입술을 깨물고 참아내던 일이 뱀이 스물거리며 몸에 올라와 감기는 것 처럼 징그럽고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싫다는 표시를 내며 윤승준에 항거하고 맞섰습니다. 그리고 ‘이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니 무서울 게 없었어요.이혼이란 말을 할때는 빠트리지 않고 아이들을 내가 맡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당신과 같이 낳긴 했지만 엄연한 내 아이들’ 이라고 쇠뇌를 시켜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고 섹스를 강요해도 불평 한마디 안 하며 당하던 내가 노골적으로 반항하기 시작하자 윤승준도 내가 자기를 얼마나 몸서리치게 싫어하는지 조금씩 눈치를 채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나는 윤승준에게 개처럼 맞고 있었습니다. 내가 악을 쓰며 미친 듯이 대들자 윤승준도 정신이 반짝 돌아갔나 봅니다. 주전자에 물을 부어 가지고 오더니 내 입과 코에다 들이부었습니다. 나는 기절했습니다. 잠시후 깨어난 나는 다시 발버둥치며 발악했습니다. 오늘 이놈 손에 맞아 죽든지, 떠나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굳은 각오로 격렬하게 반항했습니다.
“사람도 아닌 이 새끼야.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제발 이혼해 줘! 이혼 안 해주면 네 보는 앞에서 칼을 물고 죽을 거야. 당장 오늘 이 자리에서!”
나는 상처입은 짐승처럼 격렬하고 처절하게 울부짖었습니다. 윤승준이 없는 곳에서 살 수만 있다면, 이런 무자비한 폭력을 하루라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 수 있겠다는 처절한 각오로.
나는 부엌에서 칼을 꺼내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내 목을 향해 겨누며 절규하듯 소리질렀습니다.
“당장 지금 선택해! 이혼해 줄거야!? 아님 내 죽는 꼴을 여기서 볼래?!”
여차하면 내 목이라도 찌를 심산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시의 나는 절박하고 급박했습니다. 벼랑끝에 선 심정이었습니다.
윤승준은 흠칫 놀라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갈 줄은 몰랐겠지요. 그는 내 손에서 얼른 칼을 뺐더니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습니다. 그리고 차갑게 내뱉았습니다.”
“그 말 진심이니?”
“그래. 진심이야. 이혼해 줘. 지금 당장 이혼해 줘!”
“ 그게 네 소원이니?”
“그래. 내 소원이야. 너의 그 더러운 얼굴을 하루라도 안 보고 살고 싶은 게 나의 소원이야!. 이 나쁜 새끼야. 이 개새끼야!”
윤승준은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습니다. 그는 벽에 걸린 잠바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래. 네 소원을 들어 줄께”
그는 대문을 나섰습니다.
“가자. 이혼 하러. 빨리 앞장 서!”
물과 피로 흠뻑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손에 집히는대로 옷을 갈아입은 나는 지갑을 찾아들고 윤승준을 따라나섰습니다.
아무런 생각을 할 수 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윤승준의 손아귀를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 뿐. 그래야먄 나와 내 아이들이 살 수 있다는 일념 뿐.
이혼을 하려면 그 지역의 법원으로 가서 합의 이혼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법원으로 가는 길은 복잡한 시장을 지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호기롭게 나서던 윤승준이 시장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윤승준을 놓쳐버린 나는 복잡한 시장 한복판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한번 작심한 이상 실천에 옮겨야했습니다. 지금 다시 들어가면 같은 일이 또 반복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일단 시장을 벗어나와 버스정거장으로 뛰듯이 걸었습니다. 버스 한 대가 막 도착해 손님들이 우르르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번호도 보지 않고 행선지가 어딘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는 거의 2시간을 빙빙 돌아 종점에서 도착했습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복덕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창문이 없어도 좋고 화장실이 멀어도 좋으니 제일 싼 방을 하나를 급히 구해주세요”
나는 방 한칸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길로 다시 찾아간 곳이 직업소개소였습니다.
가지고 있던 수중의 돈은 방 얻는데 다 썼으므로 돈이 필요했습니다.뭐든지 해야했습니다. 내가 찾는 일은 다방레지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그런 일은 안 하려고 생각했습니다만 찬밥,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도 엄마가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이해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식모나 식당의 부엌 일보다는 다방 레지일이 미국 남자를 만날 확률이 높을 거라는 계산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당시의 내 목표는 단 두가지. 첫째는 하루빨리 이혼하고 아이들을 무사하게 빼오는 것이고 둘째는 자상하고 착한 미국남자 만나 미국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미국만이 내 살 길이었습니다. 미국에만 가면 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감수하고 희생할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었습니다.
미국 남자들이 찬사해 마지않던 나의 외모 덕이었는지 다방에는 금방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날로 바로 출근해 며칠을 그 다방에서 일했습니다.
낮에는 다방일로 정신없이 바빠서 몰랐는데 일을 마치고 혼자 방에 돌아와 누우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습니다. 집에 두고온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는 아이들을 찾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을 내 옆에 두지않고는 내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다방에다는 하루 쉰다고 말하고 낮에 집에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대문 열쇠는 안 바뀌고 그대로였습니다. 여섯살, 세살의 어린 아들 둘이 방안에서 놀다가 내가 들이닥치자 와아, 울음을 터트리며 내 품에 와 안겼습니다.
나는 가지고 간 가방에 내 옷과 아이들 옷가지를 닥치는대로 쌌습니다.금방이라도 윤승준이 들이닥칠 것 같아 등에 식은 땀이 났습니다. 옷가지를 싸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나는 아이들 손을 잡고 가방을 이고지고 바람처럼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택시를 불렀습니다. 아이들을 뒷자석에 던지듯 타게 하고 트렁크에 짐을 실었습니다.
“아저씨! 빨리요,빨리 떠나주세요”
택시기사는 어린 아이들과 가방을 보더니 상황을 짐작한 듯 했습니다.
그렇게 나와 아들 둘은 윤승준의 집을 도망쳐나왔습니다.
퇴근해 집에 온 윤승준은 참 황당했겠지요. 그러나 7년 7개월 동안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고 원치 않은 섹스를 강요당했던 일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빼온 다음 날 나는 윤승준의 회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예요.민수 엄마.”
그는 잠시 아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습니다.
“은영아……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마음에도 없는 그런 사과 듣는 것, 이제 지긋지긋해요.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뿐이예요. 이혼해 줘요. 그리고 늘 말했지만 아이들은 내가 맡아요”
“은영아. 너 아무 기술도 없고 돈도 없쟎니? 아이들 데리고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니 걱정 말아요”
“그런 간 큰 짓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착하고 순종적인 네가 왜 그리 대범하고 거칠어져버렸니?”
“날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바로 네 놈이쟎아!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쟎아!”
“그래. 미안해. 그렇지만 난 걱정이다. 세상물정이라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네가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렇게 간 큰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걱정이 된다…”
“흥. 고양이 쥐 생각하고 있네!”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 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아. 앞으로 다시는 널 때리지 않을 테니까 아이들 데리고 다시 들어와라. 응?”
“잔말 말고 이혼이나 해 줘. 이 개새끼야!”
나는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거칠 게 없었습니다. 희생은 그만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나를 위해, 그리고 아들 둘을 위해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몸이 부서져도 좋고 그보다 더한 수모나 괄시를 당해도 좋았습니다. 맞지않고 살야야 했습니다. 피 흘리지 않고 살아야 했습니다. 인간답게 살아야 했습니다.
나는 틈만 나면 윤승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이혼을 종용했습니다.
그렇게 서너달을 닥달하자 윤승준도 나를 불러들이기를 체념하는 듯 했습니다.
내 결심이 확고한 듯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을 했겠지요.
어느 날 윤승준이 말했습니다.
“너 절대로 후회 안 할 자신 있니?나랑 이혼한 걸 후회 안 할 자신 있냐구?”
“그럼. 절대 후회 안 해. 그런 각오도 없이 무모한 시도를 할 사람 같니, 내가?”
나의 단호한 말에 수화기 속에선 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윤승준이 말했습니다.
“알았다….. 도장하고 주민등록증 가지고 12시까지 법원으로 나와. 법원 앞에서 만나자……”
윤승준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대서소로 달려갔습니다. ‘양육권 포기서’를 작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그리고 약속시간, 12시에 에 맞추어 바람처럼 법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날 이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윤승준이 나타나지 않았냐구요? 아니요. 그는 약속시간에 맞추어 정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나를 보더니 마구 울기시작하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마음이 돌아설 내가 아닙니다. 오히려 울고 있는 그가 가소로와 보였어요. 가증스러워보였습니다. 마치 악어의 눈물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라는 인간으로 인해 지난 8년동안 내가 흘린 눈물에 비하면 이까짓 거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는 차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울긴 왜 울어요, 다 큰 남자가?얼른 들어 가요."
들어가기 싫어서 미적거리는 윤승준을 재촉해 판사 앞에 섰습니다. 나참. 별일 다 봤습니다. 윤승준이 판사 앞에서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아예 흑흑, 소리까지 내며 흐느끼는 것입니다.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울음 그쳐요. 창피하게스리......."
그날 판사는 우리의 이혼을 허락해 주지 않았습니다. '합의 이혼'이란 말 그대로 두 사람이 완벽하게 합의하에 이루어진 이혼을 말합니다. 두 사람 다 이혼하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을 때만 합의 이혼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쪽이 이혼을 원치않는다는 표시로 펑펑 울고 있는데 어떻게 이혼을 합니까. 판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일단 두분, 오늘은 돌아가시고 이혼하는데 대해 바늘끝 만큼의 이견이 없을 때 다시 오도록 하세요......."
법원 바깥에서 윤승준은 다시 나를 종용했습니다. 자기 곁으로 돌아 올 것을 말입니다. 울어서 눈이 벌개진 모습으로요.
"듣기 싫어요. 그 무슨 말로 나를 회유한다 해도 내 마음은 돌아서지 않아요. 나는 당신과 헤어질 각오가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사람이예요. 일 주일 후 다시 만나기로 해요...."
그 일주일 후에도 똑같은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윤승준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또 우는 것입니다.
"은영아. 내가 잘못했어. 진짜로 내가 죽일 놈이야... 너 없이는 하루도 살아 갈 수 없어. 이혼은 안돼. 그렇게 내가 싫으면 그냥 별거만 하자, 응?"
윤승준이 그렇게 애원하고 호소를 하니까 내 마음이 잠깐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난 8년동안 그가 내게 한 짓을 떠올렸습니다.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지고 머리가 깨지고 이가 흔들리게 맞았던 기억들....짐승처럼 땅바닥을 기면서 울부짖어야했던 처참한 기억들......가죽혁띠로, 유리재떨이로, 빨래방망이로, 삽으로, 연탄집게로 맞으면서 남이 알까 무서워 안으로만 지르고 삭이던 핏빛 기억들...
그때 내 마음을 무엇보다 다시 다잡게 한 것은 내가 맞을 때마다 구석에서 공포에 질려 울고 있던 두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오오, 그 아이들에게 다시 그런 무서운 기억을 심어줄 수는 없습니다.
"왜 이래?짜증나게? 나 이혼할 각오 단단히 하고 나온 사람이라고 했쟎야. 나 당신 손에 맞아죽기 싫어 이혼하려고 하는 사람이야. 당신 말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못믿어. 제발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말아!"
그날도 판사 앞에서 우리는 퇴짜를 맞았습니다. 물론 윤승준 때문입니다. 돌아서는 우리에게 판사가 말했습니다.
"거, 애기 엄마. 웬만하면 마음을 바꿔봐요. 부군이 저렇게 울면서까지 이혼하기 싫다쟎소. 나 판사생활 20년에 이혼하기 싫다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여자는 많이 봤어도 남자가 저러는 것은 처음이네....."
그런 우여곡절까지 겪고 세번째 만나서야 이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울어도, 세상이 열번 바뀌어도 이혼하겠다는 내 의지가 확고하니까 괜히 수작부리지 말고 시간 허비하지 말라고 전화로 몇번을 얘기한 후였습디다.
윤승준을 만나기로 한 마지막 날. 그는 아직 와 있지 않았습니다. 나는 법원 건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윤승준이 또 울고불고 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순순하게 이혼을 해줄까, 하는 마음에 긴장되고 떨리고 두려웠습니다. 나는 창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때 노란 택시 한대가 서더니 윤승준이 내렸습니다. 때는 늦은 가을이었습니다. 그는 밤색 양복에다 무릎까지 오는 베이지 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었어요. 큰 키에 호리호리한 그의 몸에 트렌치 코트는 참 잘어울렸습니다. 여자 둘이가 지나가다가 고개를 돌리고 윤승준을 다시 쳐다보는 것이 창문 너머로 보였습니다.
한 때 내 남편이었던 그 남자가 걸어들어오는 것을 나는 팔짱을 끼고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제발 이번에야말로 울지말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판사앞에서 대처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뿐. 그리고 얼른 이 복잡한 절차를 마치고 윤승준의 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들 뿐.
한때는 설레였고 사랑했었던 남자지만 그런 마음이 싸늘하고 냉정하게 식어있었던 것입니다.
“왔니?”
윤승준이 나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그 웃음을 보자 소름이 쫘악 끼쳤습니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리던 지난 두번과는 달리 다행히 그는 그날 울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울지 않는 걸 보니 오늘에야말로 이혼을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이 이혼 꼭 해야겠니?”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래서 아이들은 꼭 네가 맡아야겠다고? 아이들을 네가 잘 키울 자신있다고?”
“그래. 나 당신한테서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아.위자료대신 아이들을 줘”
당시 나는 다방 에서 알게 된 친구를 통해 한 외국인 남자를 소개받아 만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라 했습니다. 독일인인 그는 한국말을 곧잘했어요. 그는 나를 매우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그러나 그의 외모는 참 볼품없고 초라했습니다. 키도 작고 몸집도 외소했고 얼굴도 못생겼어요.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내가 그를 썩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그가 내 아이들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나를 무척 사랑하지만 내게 딸린 아이들이 부담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를 붙잡아야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참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는 살아야했습니다. 어떻게해서든지 미국으로만 들어오면 나머지 일은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977년 10월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판사 앞에 섰습니다. 모든 각오를 한 듯 윤승준은 울지 않고 판사가 묻는 몇마디 말에 대답을 잘 했습니다. 다만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데 손을 마구 떨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말더군요. 그러나 그는 소리내어 울지 않았습니다. 그저 주먹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낼 뿐.
법원 건물을 나오니 마당에는 은행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라고 원하던 이혼을 했습니다. 7년 7개월의 지옥같은 결혼생활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
법원 문앞에서 윤승준이 머플러를 고쳐매며 나를 향해 물었습니다. 웃기게도, 정말 웃기게도 그의 눈에는 나에 대한 걱정과 연민이 가득 차있었어요.나는 그것을 볼 수 있었고 느낄수 있었습니다.
윤승준이 나를 깊이 사랑했다는 것은 지금도 인정합니다. ‘의처증’이라는 정신병이 그를 괴롭힌 것이지 어쨌든 그는 나를 많이 사랑했던 것입니다.
그는 나랑 이혼한 후 지금까지 혼자 독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후로 결혼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른 여자랑 잠깐잠깐씩 같이 살았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잘생긴 얼굴에, 큰 키에, 좋은 집안에, 높은 학력에, 괜찮은 직장에. 객관적으로 봐서는 더할 수 없이 훌륭한 배경을 가진 그가 왜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요.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 윤승준이 미국에 한 번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성장한 후 그를 미국으로 초청했던 것입니다. 그때 그가 말했습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요. 나를 잊지못해 결혼을 할 수 없었다고요. 나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여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영부영하다가 세월이 갔다고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짐승처럼 패대던 여자를 못잊어 평생을 혼자 늙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