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고희자입니다. 은영이가 아닌 고희자입니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계숙씨와 나는 한동안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냥 실명을 써야 할 것인가, 가명을 써야 할 것인가 하고요.
나는 실명을 쓸 것을 원했습니다. 숨김없이 내 살아온 과거를 털어놓기로 작정한 이상 이름을 숨겨 뭐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계숙씨가 만류했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가명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요. 그렇게 하기로 나는 동의했습니다.
이계숙씨가 다시 물었어요. 그러면 가명을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요. 나도 모르게 ‘은영’이란 이름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어요. 그래요. 그럼 은영이로 합시다. 이계숙씨도 은영이란 이름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주인공 이름이 은영이가 된 것입니다.
지난 8개월 동안 한 달에 두번, 은영이란 이름으로 내 살아온 과거를 반추하다보니 은영이란 이름에 정이 흠뻑 들었네요. 그러고 보니 내가 이름이 세개가 되었네요. 내 본명인 고희자, 동네 사람들이 부르는 미스 양, 그리고 이 글, 하얀꽃을 좋아하는 여자의 주인공 이름, 은영이.
사실 처음 이계숙씨가 내 삶을 정리한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나는 조금 망설였습니다. 별로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내 인생, 글로 써서까지 세상에 내놓을 만한 게 되겠나 싶어서입니다.
이계숙씨가 말했습니다.
“과거랑 지금이 똑같다면, 그러니까 고생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지금도 그냥저냥 살고 있다면 제가 쓰자고 덤벼들지 않을 겁니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은 편안하고 행복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한 요소가 충분합니다.”
“그럴까요?”
이계숙씨의 진심어린 권유에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내 이야기는 이계숙씨의 웹사이트, ‘계숙 닷컴’과 ‘미씨 유에스 에이’에 연재되었습니다. 글이 올라갈 때마다 내 주위분들의 이런저런 인사말을 들었는데요. 미씨 유에스 에이에 여러 여성들이 올려준 댓글이 참으로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고 식사라도 대접해 주고 싶다는 댓글들.
다음은 그 중 일부입니다.
“은영씨는 정말 용감하신 분이고 멋진 분이시고 소중한 것을 잘 아시는 분 같아요.
인생을 정말 누구보다도 힘겹게 사시는 분이신데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것을 아시는 분을 이 글을 통해 잘 알게 되었네요. 제가 살아가면서 한번씩 은영씨를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얼굴을 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한번 만나 보고 싶은 분이십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아무도 자신의 인생의 길을 선택하여 주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이 결정하여야 하는 몫이니까요. 지난 날의 기억들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인생의 승리를 이끌어 내신 은영씨께 깊이 깊이 고개 숙여봅니다.”
“글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늦게서나마 인사드려요. 감사해요. 가슴이 아리고 져미어진다고 해야 하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같이 숨이 멈춰져 버릴 것 같은 고통과 신음소리를 듣게 하셨던 것 같아요.
살면 살아지는 세상인데, 라는 단어를 곧잘 사용하였는데……상대를 용서하는 마음 ,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신 은영씨,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은영님을 보면 작은 거인이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따뜻하고 깨끗한 작은 거인말입니다. 가까이 있으면 친하게 지내고 싶은 분입니다. 은영씨한테 좋은 일 많기를 바래요. 참으로 살아가는데 온갖 일들이 소설처럼 기다리고 있네요. 얼마나 힘 겨우셨을까요? 우리는 작가님을 통해 은영씨의 삶을 쉽게 읽지만 정작 은영씨는 한 많은 인생의 드라마 주인공이십니다.
단지 하루하루 견디어 내고 있다는 말로 어울리는 인생이 있고, 하루가 행복해서 넘 바쁘게 지나가는 인생, 혹은 그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지요. 이런 일 저런 일, 경험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이 글의 주인공이신 분은 정말 어쩜 이리 기가 막힌 인생이십니다. 정말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시네요.
이 글은 우리에게 주는 좋은 선물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 졌네요. 그래도 아들들이 성공을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작가님. 정말 단숨에 읽었답니다. 이 힘든 고백을 하신 은영씨도 대단하신 분이세요. 자신의 힘든 인생을 털어 놓기가 쉬운 일은 아니셨을 텐데 말이지요.
만약 은영씨가 좋은 가정에서 태어 났더라면 아마도 큰일을 하셨을 겁니다.
참으로 부모가 정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네요. 은영씨가 옆에 계심 안아주고 싶네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누구나 밤새 얘기해도 다 못하고 소설을 써도 열 권은 쓴다는 말들을 하고는 하지요. 여자이기에 은영씨의 일생이 너무도 서글프게 공감됩니다.”
“조그마한 아픔에도 참기를 힘들어 하였던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저도 위에 님들처럼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작가님의 글을 기다렸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전합니다. 작가님과 은영씨, 두분을 사랑해요.”
“은영씨가 아픔을 생생히 느낄 수 있네요. 제가 느끼는 게 은영씨가 겪었던 일의 천만분의 일도 안 되겠지만요. 작가님, 은영씨 더 이상의 슬픔이 또 있나요? 이제는 은영씨가 흘릴 눈물이 없게 되길 기도 해요. 다음에 은영씨 보시면 저 대신 한 번 꼭 안아주세요. 그리고 토닥토닥 해 주시고 손도 꼭 잡아주세요.”
“은영씨의 슬픈 인생 이야기를 작가님이 아주 잘 써주신 것 같아요 저도 60년대에 태어나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 잘 만나서 큰 고생 없이 자랐습니다. 거기에 대한 감사를 깊이 못 느꼈는데 은영씨 글을 읽으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가 다시금 떠오르네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부모님 모두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정말 왜 이런 말들을 부모님 생전에 못해 드렸는지 후회가 되네요.
너무 가슴이 아픈 글이었습니다. 사랑해요 은영씨!”
오늘은 일요일 아침입니다. 나는 교회갈 준비를 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강아지 오줌을 누이고, 문단속을 하고, 성경을 챙기고. 허기지지 않기 위해 간단한 요기도 합니다.
집을 나서면서 강아지들과 집안에 있는 화초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얘들아. 다녀 올께……”
나는 별다른 취미가 없습니다. 꽃 가꾸는 게 유일한 취미입니다. 틈만 나면 화초들을 돌보지요. 적당한 때에 물을 주고 흙을 북돋아주고 이파리를 닦아 주는 게 나의 큰 즐거움입니다.
나는 꽃들과 정답게 대화도 합니다. 얘야. 우리집에 올 땐 아주 키 작은 꼬마였는데 몇 달만에 이렇게 씩씩하게 잘 커 줘서 고마워. 어, 너는 왜 이리 힘이 없을까. 영양제가 필요하니? 넌 또 왜 비실비실 해? 내가 물을 너무 많이 주었니?
교회까지는 차로 20여분 거리입니다. 일요일 오전이라 거리는 매우 한산합니다. 예배시작 시간이 아직 넉넉한지라 서둘지 않고 천천히 운전을 합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저만치 물러갔나 봅니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따사롭고 포근합니다. 이제 곧 봄이 오겠지요.
봄이 오면 우리집 뜰은 화려하고 풍성해집니다. 앞뜰 뒷뜰이 만개한 꽃들로 뒤덮히는 것입니다. 누가 우리집을 처음 방문하던 날 그랬어요.
“와아! 제가 여태까지 많은 집을 방문해 봤지만 이렇게 꽃을 예쁘게 가꾼 집은 처음 봤어요. 천국에 가보진 않았지만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거예요!”
꽃이 피면 우리집 앞뜰은 꽃구경하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감탄을 연발하면서 구경을 합니다. 내가 앞뜰에서 꽃을 돌보고 있으면 간혹 내게 말을 거는 사람도 있지요.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이런저런 얘기로 한동안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그래서 겨울보다는 나는 봄이 좋습니다.
지금의 내 삶도 봄입니다. 온갖 꽃들이 피고 나비와 벌들이 날아다니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봄.
내 인생에는 무서운 삭풍이 부는 겨울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듯 향기로운 봄이 찾아 온 것입니다.
이 봄을 맞기 위해 나는 참 많이 노력했습니다. 특히 나는 자식들 교육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가 배우지 못했기에 내 아이들만은 최고 학부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 손발이 닳는 줄도 몰랐습니다.
제대로 된 옷 한벌을 사입지 않았습니다. 비싼 크림 한통을 얼굴에 바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근검절약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헤져서 너덜너덜한 핸드백을 몇 년째 가지고 다닙니다. 내가 입는 옷이나 신발은 모두 100불 미만 짜리들입니다. 내 자신을 위해서 사치하는 것은 단 하나, 샤넬 향수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다해주었습니다.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가 80년대 초반. 둘째 아들은 십대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 아이는 기계나 부속 만지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도화지에다 이런 저런 만화 캐릭터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나 컴퓨터 한 대 사주면 안 돼요?
그때 컴퓨터 가격은 상당했어요. 대여섯달 내 월급을 털어도 살 수 없을 만큼 비쌌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원하는데 뭐를 못 사주겠습니까. 혓바닥으로 길을 쓸으래도 쓸 나였습니다. 나는 순순히 대답했습니다.
“그러지 뭐….”
무리를 해서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주고 나는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맸는지 모릅니다. 뻔한 월급을 가지고 바늘 한끗 들어갈 틈 없이 빡빡하게 사는데 컴퓨터 한대값을 지출하고 나니 가계에 구멍이 뻥,났던 것입니다.
그렇게 사 준 컴퓨터가 훗날 둘째 아들의 성공의 자양분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금 둘째 아들은 컴퓨터 게임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벌어들입니나. 그 아이는 사는 집도 어머어마 합니다. 천만불에 가까운 집입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내게 최고급 스포츠 카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웬만한 집 한 채에 버금가는 가격의 차입니다. 내가 아이들로부터 그런 고가의 선물을 받자고 고생을 한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엄마인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사실에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기를 키워준 여러 학교와 미 주류사회 단체는 물론, 한인단체에도 기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나의 영향때문입니다.
두 아들은 양아버지인 쟌의 호적에 올려졌기에 성도 이름도 다 쟌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한국말도 못하는 완전 미국인인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에게 어머니인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과 자신들의 몸에 흐르는 피가 100%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도록 늘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을 여기저기 기부하는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네들 욕심만 챙기지 않고 미 주류사회에 기부를 하는 일은 참 칭찬해 주고 싶은 일이구나. 그러나 한인커뮤니티 발전에도 니네들이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라…..”
참 기특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내 말 한마디에 한인사회에도 기부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 역시 힘 닿는대로 한인사회를 돕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입니다. 억지로,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형편이 되면 두루두루 베풀고 사는 게 인간의 도리입니다.
가만 생각하니 예전에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전칠기 장롱 회사를 운영했으니 아버지 주머니에는 돈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줄을 섰더랬습니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들을 내치거나 거절하는 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이 필요한 사람은 이런저런 연줄을 동원해 취직을 시켜주고 돈이 필요한 사람은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급전을 마련해 주는 것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그 때문에 욕심많고 심술많은 계모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요.
원망도 많이 하고 한때는 증오스럽기도 했던 내 아버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쨌든 아버지가 고맙습니다. 내게 남을 생각하고 돕는 유전자를 물려준 데 대한 고마움이지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동안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파킹랏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는 이의 소개로 만나 몇 년째 사귀고 있는 듬직한 친구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쫒아와 해결해 줄 좋은 친구지요. 서로 나이도 있고 주위의 시선도 있지만 서두르지 않습니다. 인간관계란 서두른다고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오늘 예쁘네?”
차문을 열어주면서 친구가 말합니다.
“오늘만 예뻐? 나야 항상 예쁘지”
나는 웃으며 대꾸합니다. 우리는 나란히 교회건물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고 찬란합니다. 그리고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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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월 부터 연재되던 하꽃녀가 책으로 출판됩니다. 출판 기념회는 2월 23일, 오후 6시 새크라멘토 사무라이 식당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다음은 새크라멘토 한빛장로교회 심용섭 목사와 전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정몽환씨의 서문입니다.
골짜기가 깊으면
작년 늦가을에 책 속의 주인공이 사가지고 오신 난이 아직도 창가에 곱게 피어 있습니다. 누구 집을 방문 할 때면 주인공의 손에 꽃이 들려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적지 않은 손길이 닿았을 집 뒤뜰의 꽃들이며 방안의 화초들은 그 심성이 꽃처럼 아름다운 분일 것이라는 직관을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잘 정돈된 집안, 정갈한 음식 솜씨,그리고 상대를 편하게 하려는 성숙한 매너.
그리고 동물을 애호하는 따뜻한 마음 , 타고난 체질인지 혹은 뛰어난 자기 관리인지 모르지만 여전히 날씬한 몸매. 그 어디를 봐도 곱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늘 뵐 때 마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만일 립스틱을 조금 밝은 것으로 하면 훨씬 더 아름다울 텐데,,,
그러나 글을 읽고서야 내 어리석음을 비로소 탓했습니다. 인디언 속담에 남의 신을 신어 보기 전에는 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면 그 사람의 입장에 서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역지사지 [易地思之], 즉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고서야 비로서 검은색 립스틱이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남다른 역경, 숱한 인생의 골짜기를 지나오면서 켜켜이 쌓인 아픔 속에 붉은색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계모의 학대로 추운 겨울밤에 쫒겨나 바깥에서 벌벌 떨며 그 고운 손이 트고 찢어지며 나오는 피가 붉은색이었고 의처증을 가진 남편의 폭력에 휘둘려 온 몸에 흐르는 피 역시 붉은색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지금도 붉은 색을 볼 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한 아픔을 느끼는 겁니다.
그런 분에게 붉은색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저주의 관을 씌우는 것이 아닙니까? 그 아픔을 몰라주어 미안하다는 말씀을 이제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눈물없이 읽어낼 수 없는 주인공의 처절한 삶의 조각들, 그저 의미없는 비늘처럼 잊혀질 수 있는 편린(片鱗)을 모아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위로의 글로 전해 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모릅니다.
이민자의 성공 모델로 자식을 멋지게 키워 놓은 주인공의 섬섬옥수 (纖纖玉手),
그리고 한 여인의 삶을 멋지게 그려놓은 작가의 손을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교롭게도 주인공과 저자는 제가 섬기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손을 잡고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감동의 글을 남겨 주었으니 차제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골짜기가 깊으면 산도 높은 법입니다. 가장 큰 시련이 가장 큰 믿음을 키웁니다.
살다 보면 갑자기 발밑이 무너지는 것 같고 천 길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 같은
절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 고통의 순간을 자식 사랑의 일념으로 이겨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 싶을 만큼 심연의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인내함으로 오늘의 영광을 얻은 것입니다.
설령 주인공처럼 자녀가 크게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시련은 삶의 의미와 방향을 보다 선명하게 깨닫게 하는 것이며 더러는 못 듣던 신의 음성을 듣게 되는 축복의 시간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뜻 없는 고통은 없습니다.사람은 아프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시련 속에서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입니다. 아름과 시련과 고통의 퍼즐들이 모여서 마침내 내 인생을 가장 풍요롭게 하는 작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삼가 작가 이계숙님과 소설속의 주인공, 그리고 이 책을 대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평강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새크라멘토 한빛장로교회 목사 심용섭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온 삶의 궤적이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현재의 삶이 이지러져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로 내 삶의 가치가 정해집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고희자씨를 처음 관심있게 본 것은 한 단체의 행사장에서였습니다. 그의 아들이 적지 않은 액수의 기부금을 내면서 잠시 인삿말을 했는데 어머니의 독려로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의 자기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고마운 생각으로 행사 후 고희자씨를 찾아 인사를 했습니다. 정중하고 단정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후 간간이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듣다가 이계숙씨의 웹사이트를 통해 그녀가 살아온 삶의 챙적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연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의 주인공만큼 험난한 삶을 살아온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외면당하고 버림받다시피한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녀는 성장해서도 계속 어려움을 겪다가 과감히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여자로서의 행복보다는 올망졸망한 자식들에게 어미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철저하게 절제된 삶을 살았습니다.
이제 자식들이 장성해서 독립했고 홀로 강아지 몇마리를 가족삼고 회초를 가꾸면서 살고 있습니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도 될 텐데 언제부터인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삽니다. 신앙인으로 살고 있기도 합니다.
바라기는 당신에게 고통을 주었던 모든 사람들의 허물을 마음에서 지워버렸으면 합니다. 그들도 다 아픈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내려놓아야 당신도 진정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절한 시련과 고통의 밭을 연약한 손으로 한고랑 한고랑 갈아 엎어서 깊고 따뜻한 마음의 열매를 맺게 한 것이라 믿습니다.
아픈 얘기를 털어낸 용기와 지금 당신의 삶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사랑과 존경의 큰 박수를 보냅니다.
-전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정몽환.
글을 마치고
내가 고희자씨를 처음 만난 것은 교회에서였습니다. 나를 하나님앞에 인도 하겠다는 역사적 사명을 띈 한 할매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갔다가 그녀를 처음 본 것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모습의 한 여성이 내게 오더니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아직 중앙일보 기자 일 해요, 하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내가 중앙일보 기자였다는 걸 기억하는 걸 보니 나를 아는 여성인 것 같은데 누굴까?
내가 고희자씨가 사귀고 있는 분을 통해 그 여성이 고희자씨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고희자씨가 그랬대요. 한국식당에서 웨이츄레스 일을 할때 나를 많이 보았었다고.
내 웹사이트에 포스트 된 글을 모두 다 읽었다는 그 분이 말했습니다. 고희자씨 에 관한 이야기 한번 써보지 않을래요? 이계숙씨가 쓴 ‘털어놓기 부끄러운 이야기’에 버금가는 이야기가 나올 텐데.
그렇게 해서 쓰기 시작한 고희자씨의 인생 스토리입니다. 슬프고 가련한 처지의 한 소녀가 혼자 성장해서 한 남자를 만나 갖은 고초를 겪다가 자립하는 이야기. 딸을 잃는 아픔속에서도 아름다운 사랑도 해보고 자식들도 성공시키고 참 행복을 찾는 이야기. 해피, 해피, 해피 엔딩인 이야기.
지난 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한달에 두번씩 이 글을 쓰면서 나는 파도를 타는 것처럼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안타까와 하다가 분노하다가 안도하다가 슬퍼하다가. 그러나 현재 고희자씨가 행복하고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기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만약 고희자씨가 지금도 춥고 배고픈 상태였다면 아마 글을 시작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말합니다. ‘내 살아온 인생을 소설책으로 매면 열권은 맨다’고.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모두들 선뜻 자신의 일생을 글로 풀어 낼 염두를 내지 못하지요. 글 솜씨는 둘째치고라도 용기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치부를, 실수를, 약점을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는 용기. 그런 점에서 우리 고희자씨는 대단한 용기를 가진 여성입니다. 고희자씨는 자신을 변명하지도 않았고 미화하지도 않았고 합리화하지도 않았으며 포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담담하게,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았고 나는 그걸 뜨개질 하듯이 글로 엮은 것 입니다.
나름대로 애는 썼지만 나의 미흡한 글 솜씨가 고희자씨의 삶을 충분하게 잘 묘사하고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고희자씨가 사다 준 난이 있는 컴퓨터 방에서 이계숙
